‘폐암 씨앗’ 간유리음영, 조기 발견해 절제 수술 받으면 재발 위험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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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 가족력-흡연 경력 있다면
저선량 흉부 CT 촬영으로 검진
20∼80대로 연령 관계없이 발병
특히 비흡연 여성에게 많이 나타나

이성수 강남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폐암에 대한 가족력이 있거나 흡연 경력이 있다면 우선 저선량 흉부 CT를 촬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이성수 강남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폐암에 대한 가족력이 있거나 흡연 경력이 있다면 우선 저선량 흉부 CT를 촬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안타깝게도 간유리음영은 증상이 없다. 그래서 건강검진이 중요하다. 폐암에 대한 가족력이 있거나 흡연 경력이 있다면 우선 저선량 흉부 CT를 촬영해볼 필요가 있다. 간유리음영을 진단받아 내원하는 환자는 대부분 우연히 직장 건강검진에서 선택 검사로 CT를 찍었더니 발견한 경우이다. 그 외에는 외상 또는 다른 암에 대한 검사를 진행하다가 발견돼 오는 경우이다. 의료비가 비싼 서양에서는 검진 목적으로 CT 검사를 잘하지 못하지만 우리나라는 쉽게 접근이 가능하니 조기 발견 측면에서는 행운이라고 할 수 있다.

간유리음영이 주목받게 된 건 근래의 일이고 서양에서는 아직도 큰 관심이 없는 실정이다. 천천히 자라서 특별히 관심을 가지지 않아도 되는 병변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필자는 10년 전부터 이 간유리음영의 조기 수술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순수 간유리음영을 수술해 병리 검사를 해보니 폐암 전 단계가 2.3%, 자라지 않는 이른바 제자리 암이 40.9%, 미세 침습 폐암이 34.1%, 침습 폐암이 22.7%였다. 결과적으로 97.7%가 병리학적으로 암이었다. 순수 간유리음영이더라도 이미 침습성이 생긴 경우가 약 57%인 것으로 알 수 있듯이 고형 부분이 없어도 침습성인 경우가 상당수 있기 때문에 조기에 수술해 폐암 씨앗을 없애는 게 좋다고 본다.

폐암은 편평세포폐암과 선암이 주를 이룬다. 과거에는 편평세포폐암이 주를 이뤘으나 최근에는 선암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런 경향은 생활 습관이 서구화되면서 변화했다고 보는데 간유리음영은 모두 선암이다. 특이하게도 비흡연 여성에게서 많이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발생 연령은 20대에서 80대까지 다양한데 본원에서 간유리음영으로 수술 후 폐암 진단을 받은 제일 젊은 환자는 22세였다. 아마도 이런 간유리음영이 진행성 폐암으로 발전하는 데는 평균 10년이 넘게 걸릴 것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의 폐암 수술 환자 중 1기 환자의 비율이 2011년까지는 50% 정도였지만 2012년 이후 77%를 차지했다. 이전보다 조기에 폐암이 진단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치료는 수술적 치료가 주가 된다. 폐암이 진단되면 해당 엽을 절제하는 엽절제술이 표준 치료법이지만 간유리음영의 경우 보다 작은 범위인 구역절제술이나 쐐기절제술로도 충분한 경우가 많다. 다만 병변의 위치에 따라 수술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폐의 가장자리라면 작게 절제할 수 있지만 안쪽에 위치하는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엽절제술을 해야 한다. 수술 후 재발을 걱정하는 환자가 많은데 강남세브란스병원의 경우 순수 간유리음영에서는 재발을 본 적이 없고, 부분 고형 간유리음영 중에서도 전체 간유리음영 대비 고형 부분의 비율이 50% 이하면 재발이 없었다. 쉽게 말하면 초기 단계에서 싹을 잘라버리면 재발하지 않는 것이다.

외래 진료 시 환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게 술도 담배도 안 하는데 왜 폐암에 걸렸는지, 평소 어떻게 생활해야 예방이 되는지인데 아직 속 시원한 답은 알지 못한다. 현상으로 볼 때 비흡연 여성 폐암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여성이 더 많이 노출되는 요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기가 문제일 수 있다는 보도들이 있지만 정확히 증명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환기를 잘해야 한다 정도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그 외에도 생활 속에서 마주칠 수밖에 없는 매연이나 미세먼지도 마스크를 적절히 사용해 차단하는 것을 통해 폐 건강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간유리음영으로 치료를 오래 하다 보니 느끼는 점은 요즘 같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정제되지 않은 정보에 많이 노출되다 보니 과도한 걱정을 많이 한다는 것이다. 수술만 하면 대부분 완치되는 아주 초기인데도 말기 암처럼 느끼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물론 과거 일반적인 폐암이 진단되던 나이보다 훨씬 더 젊을 때 간유리음영이 발견되다 보니 직장에서도 활동적으로 일하고 자녀 양육에 바쁠 때 이런 결과를 마주하는 건 엄청난 스트레스와 충격이다. 그래서 암을 인정하는 수용 단계로 가기까지 많은 심리적 변화를 겪는다. 부정→분노→우울→흥정→수용의 단계를 거치는데 환자마다 순서나 각 단계의 기간은 다르지만 최종 단계인 수용하는 마음을 빨리 가질수록 경과가 좋다.

본인이 암에 걸렸다는 걸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비로소 치료를 위한 행동 변화를 보이게 된다. 초조하고 불안한 현실 속에서 기분 전환을 위해 가벼운 운동, 목욕, 산책, 음악 감상 등 다소 정적인 활동을 하면서 나쁜 생각에 잠기는 걸 피해야 한다. 만약 수용의 단계까지 도달하는 게 힘이 들 때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도움을 받기를 권한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정확한 진단’은 영상 소견이 아니라 조직학적 진단이다. 조직 생검 또는 수술 결과로 최종 진단된 게 아니라면 아직 폐암이라고 진단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미리 걱정하기보다 주치의와 치료 방향에 대해 잘 상의해보시기 바란다.

이성수 강남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교수
#헬스동아#건강#의학#폐암 씨앗#간유리음영#폐암 가족력#흡연 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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