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산모는 엽산제 챙겨먹고 난임 6개월 땐 검사 받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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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색체 이상-합병증 가능성 높아져 35세 이상 임신 고령 산모로 분류
10명 중 3∼4명으로 최근 급증세… 질병 가족력 있다면 자주 검진해야
엽산제, 뇌-척수 기형 예방에 도움

분당제생병원 산부인과 유정현 과장이 골반 초음파 검사 후 환자에게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분당제생병원 제공
분당제생병원 산부인과 유정현 과장이 골반 초음파 검사 후 환자에게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분당제생병원 제공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0대 초반 여성의 혼인 건수는 1만949건으로 20대 초반 여성의 혼인 건수(1만113건)를 앞질렀다. 35세 이상의 나이에 출산을 하는 고령 산모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인구 구조다. 실제 고령 산모의 출산율은 해마다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유정현 분당제생병원 산부인과 과장과 함께 노산 준비와 처치 요령을 자세히 알아봤다. 유 과장 역시 44세에 첫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한 고령 산모였다.

● 점차 늘고 있는 노산
국내 출생 통계를 분석한 결과 2012년도 고령 산모의 비중은 18.7%였고 40세 이상 산모는 2.7%였지만 2022년 고령 산모의 비중은 35.7%, 40세 이상 산모도 6.5%로 10년 동안 거의 두 배로 증가했다. 이제 산모 10명 중 3∼4명이 고령 산모인 셈이다. 초혼 나이가 점점 늦어지고 있는 탓이다.

유 과장은 “2022년 한국의 평균 출산 연령은 33.5세다. 사회 현상에 맞춰 고령 산모의 기준을 35세가 아닌, 37세 또는 40세로 올리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면서 “요즘은 30대 후반 여성도 외모를 잘 가꾸면 20대처럼 보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 고령 산모의 의학적 문제
그런데도 35세 이상 산모에게 고령 산모라는 거북한 명칭을 붙여 따로 분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통계적으로 35세 이상 임신부터 태아의 염색체 기형이 늘어나고, 임신 중 여러 가지 합병증이 많이 생기는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35세 이상 여성의 난자는 염색체 이상의 비율이 증가하기 때문에 임신이 쉽게 되지 않고, 임신이 되더라도 자연 유산, 염색체 기형에 의한 기형아 출산의 가능성이 좀 더 높다.

또 35세 이상 산모는 고혈압, 당뇨, 임신중독증, 전치태반, 조산, 산후 출혈 등을 동반하는 고위험 임신의 가능성도 크다. 따라서 35세 이상 산모는 임신 중 양수검사를 포함한 태아 염색체 검사를 추가로 받아야 한다. 산전 진찰도 자주 받고 출산 전 난산과 산후 출혈을 대비해야 하는 등 집중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아무리 영양제를 먹고 운동을 한다고 하더라도 자연스러운 노화를 막을 방법은 없다. 나이가 들수록 고지혈증, 당뇨, 고혈압, 암 등 가족력에 따른 질병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도 문제다. 그래서 결혼이 늦어지는 요즘 난자 냉동을 선택하는 여성이 많아지고 있다.

● 고령 산모의 임신 준비
나이 들어 임신을 계획하다 보면 성공할 수 있을까 걱정이 들기 마련이다. 유 과장은 “이왕 늦은 거 오히려 여유롭고, 안정된 마음을 갖는 게 중요하다. 걱정은 불안을 만들고 오히려 임신을 어렵게 한다”며 “걱정 대신 먼저 임신해서 행복한 모습, 아이와 즐겁게 노는 단란한 가정을 상상해보자. 이런 긍정적인 상상을 구체적으로 자주 할수록 임신이 잘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보통 임신을 시도하고 1년간 임신이 안 되면 난임 검사를 권하지만 35세 이상 여성은 6개월을 시도해도 임신이 안 되면 바로 난임 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 부부가 함께 검사하면 빠른 시간 안에 난임의 원인과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혹시 건강검진을 해 본 적이 없거나 1년이 지났다면 먼저 건강검진부터 해보는 것이 좋다.

건강 검진에 이상이 없더라도 가족, 친척 중에 고혈압, 당뇨, 뇌중풍, 심근경색, 암 등의 가족력이 있는지 확인해보고 이런 질병과 관련된 검사들을 주기적으로 점검해봐야 한다. 임신하면 혈액량이 늘어나고, 태반호르몬의 영향으로 혈압과 혈당의 조절이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임신 전에 치료를 시작하고, 가능하면 임신 중에도 치료 약물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임신을 준비하거나, 소변 검사에서 임신 반응이 양성이더라도 치료 목적으로 먹는 약을 스스로 중단하면 위험하다. 주치의에게 임신을 준비 중임을 알리고, 임신하면 약을 어떻게 바꿀지 미리 상의하도록 한다.

결혼을 앞둔 부부는 산부인과에서 임신 전 상담을 해볼 것을 권한다. 임신 전 상담은 가족력, 병력 상담부터 혈액 검사를 포함한 기초 검진과 골반 검진이 포함된다. 임신 3개월 전부터 엽산제를 꾸준히 복용하면 태아의 뇌·척수 기형을 예방할 수 있다. 고령 산모라면 특히 챙겨 먹는 것이 좋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고령 산모#난임 검사#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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