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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식 천문시계 조선식으로 해석한 ‘혼개통헌의’ 보물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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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식 천문시계 조선식으로 해석한 ‘혼개통헌의’ 보물 지정

유원모 기자 입력 2019-06-27 03:00수정 2019-06-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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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득공 숙부 유금이 1787년 제작… 동아시아 현존 유일 실물 사례
‘직지사 괘불도’ 등 9건 함께 지정
1787년 조선 실학자 유금이 제작한 ‘혼개통헌의’. 원반형 모체판과 가운데 T자 모양의 금속 성좌판으로 구성됐다. 모체판 외곽은 24등분해 시계 방향으로 시각을 새겼고, 성좌판의 T자는 하늘의 북극과 춘분점, 동지점을 연결한 것이다. 문화재청 제공
18세기의 잊혀진 실학자 유금(1741∼1788). 유득공의 숙부이기도 한 그는 서얼 출신이라는 신분의 한계로 인해 관직에서 재능을 펼칠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어려서부터 오늘날의 펌프와 같은 다양한 기계를 제작하는 등 뛰어난 과학자이자 발명가였던 그는 1787년 동아시아 과학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발명품을 내놓는다. 바로 서양식 천문시계인 ‘아스트롤라베’를 조선식으로 해석해 만든 ‘혼개통헌의(渾蓋通憲儀)’다.

문화재청은 18세기 조선의 뛰어난 천문학 수준을 보여주는 ‘혼개통헌의’를 보물 제2032호로 지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유금이 만든 혼개통헌의는 동아시아에 현존하는 유일한 실물 제작 사례로 알려져 있다.

혼개통헌의는 17세기 초 명나라 이지조(李之藻·1565∼1630)가 이슬람 천문시계인 아스트롤라베 해설서를 번역한 ‘혼개통헌도설’을 편찬하면서 동아시아에 알려졌다. 기구는 별의 위치와 시간을 확인하는 원반형의 모체판(母體板)과 별을 관측하는 지점을 가르쳐주는 T자 모양 성좌판(聖座板)으로 구성된다. 모체판 앞면 중심 구멍에 핀으로 성좌판을 끼워 회전해 가며 사용하는 방식이다.

모체판 앞뒷면에 걸쳐 ‘건륭 정미년에 약암 윤선생을 위해 만들다’라는 명문과 ‘유씨금’이라는 인장이 새겨져 있어 1787년에 유금이 만든 것임을 확실히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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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제강점기인 1930년경 일본으로 유출돼 한동안 행방이 묘연했다. 이후 2002년 일본 학계에서 알려지며 다시 세상에 등장했고, 2007년 원로 과학사학자인 전상운 전 성신여대 총장(1928∼2018)의 노력으로 국내로 환수했다. 현재 경기 남양주시 실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유금은 혼개통헌의에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독자적인 별을 그려 넣는 등 서양 천문지식을 정확히 이해하면서도 동시에 조선 지식인의 창의성을 발휘했다”고 밝혔다.

한편 혼개통헌의 말고도 문화재 9건이 이날 보물로 지정됐다. 불교 문화재로는 ‘구미 대둔사 삼장보살도’ ‘김천 직지사 괘불도’ ‘고창 선운사 참당암 석조지장보살좌상’이 보물이 됐다. 이 밖에 ‘도은선생시집 권1∼2’ ‘도기 연유인화문 항아리 일괄’ ‘이인문 필 강산무진도’ ‘신편유취대동시림 권9∼11, 31∼39’ ‘완주 갈동 출토 동검동과 거푸집 일괄’ ‘완주 갈동 출토 정문경 일괄’ 등도 함께 지정됐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혼개통헌의#직지사 괘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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