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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세트테이프로 1집 낸 ‘괴짜 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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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세트테이프로 1집 낸 ‘괴짜 밴드’

임희윤기자 입력 2017-11-23 03:00수정 2017-11-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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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성 밴드 발매 기념공연 “새로운 무명으로 발돋움하는 날”
21일 서울 마포구 악기점 ‘링고샵’에서 만난 밴드 ‘전기성’.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저희가 오랜 무명의 세월을 딛고, 새로운 무명으로 발돋움하는 날이 하필이면 저기, 그, 지구 멸망의 날 19일이 됐네요. 오늘 저, 뭐, 행성 X가 지구를 지나면서 자전축을 물리적 영향을 줘서, 뭔가… 멸망한답니다.”

19일 오후 8시,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 동진시장 초입의 지하 클럽 ‘채널1969’. 전자음악 밴드 ‘전기성’의 1집 ‘주파수를 나에게’ 발매 기념공연에서 리더 전성기(가명)는 다소 어눌한 말투로 종말론을 설파했다.

공연이 시작되자 무대 뒤 스크린엔 ‘불법비디오는 호환마마보다 무섭다’는 경고 영상이 흘렀다. 이어 스피커로 터져 나온 1980년대식 ‘뿅뿅’ 전자사운드. 시대착오적 486 컴퓨터 종말론 공포를 다룬 노랫말에 맞춰 50여 명의 관객이 춤사위를 풀었다. 서태지와 아이들과 조용필을 짜깁기한 듯한 악곡이 꽤 흥겨웠다.

‘언제부터인가 머리 속에/의무적으로 설치된/트랜지스터를 통하여/정보와 감정은 공유되고’(‘주파수를 나에게’)

“내 이름은 80년대 ‘다이나믹 콩콩 코믹스’에 연재된 일본 불법복제 만화 ‘권법소년’의 저자이신 전성기에서 따왔다.”

공연 뒤 리더 전성기를 만났다. 그는 국내 인디음악계에 ‘석봉아’ 같은 엽기적인 곡으로 충격을 던진 밴드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출신 조까를로스(본명 조문기)다. “전성기 화백은 내 유년에 미야자키 하야오처럼 큰 영향을 미쳤다. 그가 해적판 화가였다니. 엄청난 배반이었다.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상상하게 됐다.”

그 이름을 따서 전기성이란 밴드명을 만들었다. “오혁이 이끄는 혁오, 이런 느낌. 우리가 먼저 한 셈이다. 홍길동전 같은 영웅고전소설을 분류할 때 쓰는 ‘전기성(傳奇性)’이란 말도 참고했다.”


프로듀서 이호진은 북카페에서 전성기를 처음 보고 구미가 당겼다. 음악가로서 일종의 길티 플레저(죄책감 느끼며 즐기기)인 80년대 사운드를 맘껏 실현해볼 수 있으리라고 봤기에.

전기성 1집의 11곡은 숨은그림찾기다. 80년대에 대한 헌정이 차 있다. ‘신나는 진화여행’ 간주엔 TV 프로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의 ‘우∼와’가 녹아있고, ‘마주볼필요없이’의 전주는 아하의 ‘Take on Me’와 비슷하며, ‘꿈 환상 그리고 착각’은 이오스의 노래에서 따왔다. 전곡의 유려한 멜로디가 매혹적이다.

“‘비디오보이’에서 노래했듯 불법비디오가 재앙을 초래한다고 했는데 속았다. 픽션으로라도 세상을 어지럽히기로 했다.”(전성기)

전기성 1집은 카세트테이프로 발매됐다. 내년 초엔 국내 스타 밴드와의 협업, 일본 시장 진출이 예정돼 있다. 붕가붕가레코드 제작. 070-7437-5882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카세트테이프#카세트테이프 1집#전기성 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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