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이름 대신 ‘그 친구’로… 그래서 더 그립네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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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 음악감독 박기영-주연 홍경민씨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의 음악감독을 맡은 동물원 멤버 박기영(왼쪽)과 작품 속 ‘그 친구’ 역을 맡은 주인공 홍경민. 두 사람 모두 동물원 음악의 매력으로 ‘복잡하지 않은 단순함과 울림’을 꼽았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의 음악감독을 맡은 동물원 멤버 박기영(왼쪽)과 작품 속 ‘그 친구’ 역을 맡은 주인공 홍경민. 두 사람 모두 동물원 음악의 매력으로 ‘복잡하지 않은 단순함과 울림’을 꼽았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11월 공연되는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은 ‘가객’ 김광석(1964∼1996)과 그가 활동했던 그룹 ‘동물원’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이한 동물원의 멤버 박기영(52)이 음악감독, 가수 겸 배우 홍경민(41)이 극중 주인공 ‘그 친구’ 역을 맡았다. 두 사람을 13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 작품은 ‘혜화동’ ‘잊혀지는 것’ ‘변해가네’ ‘그날들’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등 동물원의 명곡들을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기존의 대중음악을 활용한 뮤지컬)이다. 홍경민이 맡은 그 친구는 바로 김광석이다. 저작권 등이 해결되지 않아 그 친구라는 모호한 이름이 됐다.

동물원 멤버의 실화를 다룬 작품이다 보니 박기영에겐 매 장면이 ‘과거와의 만남’이다. 그는 “특히 그 친구와 갈등을 벌이고 그룹이 둘로 나뉘는 장면까지 광석이 형이 했던 말, 멤버들 간의 불편했던 대화들이 압축돼 있다”며 “당시 실제 멤버끼리 침묵으로 눈빛으로 나눴던 감정들이 무대에선 대사로 처리되는데, 광석이 형이 많이 외로웠을 것 같단 생각에 불편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홍경민에게도 김광석은 특별한 존재다. 그는 “태어나 처음 본 연예인이 김광석 선배였다”며 “1989년 중학생 때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를 라이브로 부르는 선배의 공연을 보고 소름이 돋기도 했다”고 말했다. “10년 전 처음 뮤지컬에 도전한 것도 동물원의 노래를 주크박스 뮤지컬로 만든 작품”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박기영은 동물원 1집 앨범 녹음 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당시 드라마 음악 작업을 하던 산울림 김창완 형의 여의도 작업실에서 녹음했던 게 1집 앨범이다. 창완 형은 ‘이대생들에게만 팔아도 1000장은 팔 수 있다’며 팀명도 아예 ‘이대생을 위한 발라드’로 지으라는 농담 섞인 조언을 하기도 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OST로 수록돼 뒤늦게 큰 사랑을 받은 ‘혜화동’에 얽힌 뒷얘기도 있다. 박기영은 “2집 앨범 B면 제일 마지막 수록곡”이라며 “일종의 ‘버리는 곡’으로 힘도 빼고 설렁설렁 불렀는데 훗날 빛을 발했다”며 멋쩍게 웃었다.

홍경민은 동물원을 이해하기 어려운 ‘전설’에 비유했다. “신기하게도 동물원 노래는 많은 후배 가수들이 리메이크를 하는데 원곡을 뛰어넘는 경우는 한 번도 못 봤다. 음악이 복잡하지 않아 덧칠하고 바꾸기 참 좋은 곡들인데 손을 대면 될수록 특유의 맛이 사라진다.”

그러자 박기영은 “음악의 벽이 아니라 아무리 풍성하게 음악적 구성을 바꿔 들려줘도 사람들에게 각인된 기억의 벽 때문일 것”이라며 “뮤지컬 곡 편곡도 원곡 느낌에서 크게 안 벗어나도록 통기타 위주의 반주로 했다”고 했다.

한편 박기영은 최근 김광석의 딸 서연 양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무력감을 느꼈다고 했다. “서연이가 죽은 지 10년이 지났는데 최근까지 전혀 몰랐다. 우리가 과연 김광석의 친구라 말할 자격이 있는지 자괴감이 들었다.”

공연은 11월 7일∼2018년 1월 7일 서울 한전아트센터. 6만6000원∼9만9000원, 1577-3363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음악감독 박기영#홍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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