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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인생[이준식의 한시 한 수]〈230〉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
입력 2023-09-14 23:15업데이트 2023-09-15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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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마음에 들수록 금방 다 읽히고, 손님은 뜻이 맞을수록 기다려도 오질 않네.
세상사 어긋나기가 매번 이러하니, 인생 백년 맘 편할 때가 얼마나 되랴.
(書當快意讀易盡, 客有可人期不來. 世事相違每如此, 好懷百歲幾回開.)

―‘절구(絶句)’ 진사도(陳師道·1052∼1101)


마음에 쏙 드는 책, 읽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책이라면 읽을수록 아쉬운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남은 부분이 그만큼 줄어드는 셈이니까. 세상에 책이 넘쳐나도 소중한 시간을 할애할 만큼 가치 있는 건 많지 않다는 말이기도 하다. 뜻이 맞는 친구, 의기투합하는 친구라면 늘 함께 지내고 싶겠지만 내 기대대로 곁에 머물진 않는다. 이런저런 사연으로 주변에 사람이 넘쳐나도 이해관계 따지지 않는 지기(知己)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 교훈이기도 하다. 시인은 책과 친구를 들었지만 기실 세상사 태반이 언제나 성에 차지 않는다는 걸 우린 경험으로 인지한다. ‘인생 백년 맘 편할 때가 얼마나 되랴’는 탄식은 ‘백년도 못 사는 인생, 늘 천년의 근심을 안고 사네’라 했던 한말(漢末) 무명씨의 시구를 원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 원류는 ‘장자(莊子)’다. 여기서 도척(盜跖)은 공자를 향해 ‘사람은 장수하면 백년, 보통 수명은 팔십 년, 적은 수명이라면 육십 년을 사는데 병들거나 우환을 겪는 시간을 빼면 그중 웃을 수 있는 날은 한 달에 4, 5일 정도에 불과하다’라 설파한 바 있다.

진사도는 ‘소문육군자(蘇門六君子·소동파 문하의 여섯 군자)’의 일원으로 칭송될 정도로 시와 시론으로 북송 후기 시단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쳤던 시인. ‘산을 오르다 시구가 떠오르면 급히 집으로 돌아와 이불을 덮어쓰고 끙끙 앓을 정도’로 고심하면서 시어와 시구를 다듬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이준식의 한시 한 수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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