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제로 청와대 이전 이후 경복궁역 근처의 쾌적함은 비교 불가 수준이다. 나는 촛불시위 때 이곳에 이발 예약을 했다가 가는 데에만 두 시간 걸린 적이 있다. 시청역에서 내려 시위대와 함께 머리를 하러 걸어 올라가야 했다. 그 정도의 초대형 시위가 아니어도 청와대 근처 주택가의 주말 소음은 상당했다. 주말에 미용실을 찾으면 대화가 쉽지 않을 때도 있었다. 누군가는 그 소음마저 권력 근처에 거주한다는 상징으로 느꼈을 정도다. 이제 다 옛날이야기다.
서울시민 입장에서 나는 지난 정권 때 일어난 큰 변화 중 하나가 서초동 법원 앞에서의 시위라 생각한다. 드디어 강남 사람들이 시위의 불편을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지난 5년 동안 시위가 종로구만의 것에서 서울 각지의 것으로 확산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세검정이 본가라 평생 이곳을 왔다 갔다 해온 입장에서 ‘이 불편을 더 많은 사람들이 느껴 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라는 마음도 든다. 상호 이해라는 관점에서….
한 가지 파생 효과가 있다. 외출 범위가 줄어든다. 나는 서울을 ‘사사분면’으로 나누었을 때 서울 서북 권역에 사는데, 이제 웬만하면 주말에 강남3구 등 동남 권역에 가지 않는다. 거의 매주 주말 시위가 열리니 자동차나 버스로 가면 정체가 너무 심하다. 예를 들어 주말에 분당까지 운전해서 가는데 시위 관련 정체라도 걸린다면 비행기 타고 제주도에 갈 때와 비슷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나만 그런 체험을 하는 게 아닐 테니 서울 상권은 이제 점점 권역 분화가 심화되지 않을까 싶다.
지금 회사가 용산에 있다. 주말에 사무실에 두고 온 게 있어서 삼각지역에서 내리니 역시나 저 멀리 어딘가에서 대형 스피커로 울리는 시위대의 연설 소리가 들렸다. 청와대 앞 미용실에서 듣던 그 소리다. 그걸 듣고 생각했다. 저 사람들은 시위가 끝나면 어디서 무엇을 먹을까. 용산 시위 때문에 이 동네 국숫집들은 조금 더 장사가 잘될까. 시위가 끝나면 어떤 세력이든 다 같은 식당에서 소주라도 한잔 마시고 있는 건 아닐까.
박찬용 ‘아레나 옴므 플러스’ 피처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