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마라톤 풀코스를 40회 정도 달렸어요. 그런데 완주를 위한 달리기 훈련을 하지 않는다면 믿으시겠어요? 진짜입니다. 전 걷는 것으로 마라톤 훈련을 대신했어요. 그렇게 4시간 20분에서 30분에 완주했습니다. 대회 2개월 전부터 많이 걸었을 땐 3시간 47분에 완주하기도 했죠.”
3년 전 마라톤 질주를 그만뒀던 문 교수는 올가을 다시 풀코스를 달렸다. 65세를 넘겨 더 이상 풀코스 완주는 무리라고 생각하고 2019년 서울국제마라톤 겸 동아마라톤 완주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너무 움츠려 있던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어 다시 도전하게 됐다. 그는 “코로나19 터진 뒤 영국 러프버러대에 초빙교수로 갔다 2년 만에 돌아왔다. 내 체력이 어느 정도인지 테스트 하고 싶어 다시 달렸다”고 했다. 그는 춘천마라톤에서 4시간 50분대에 완주했다. 마라톤 풀코스 도전은 당분간 계속하겠다고 했다.
문 교수는 혼자만을 위해 달리지 않았다. 마라톤에 처음 참가했던 2000년부터 ‘1미터 10원’을 기부하며 지인들에게 ‘1미터 1원’을 권유했다. 풀코스를 완주할 경우 본인은 42만1950원을 내고 지인들은 4만2195원을 낸다. 문 교수는 지금까지 마라톤으로만 6000여만 원을 내놨고 방송 출연료(30년간 고정출연 2500회) 1억 원을 쾌척했다. 모두 백혈병 어린이 등 이웃 돕기에 썼다.

“학교 테니스 챔피언이 저에게 도전합니다. 순발력과 파워 등에선 달리지만 아직 제가 지지는 않습니다. 40년 가까이 테니스 친 노하우가 있어 밀리지는 않습니다. 걷기로 다져진 체력도 한몫하죠.”
이렇게 활동적이다 보니 문 교수는 평생 병원 신세를 진 적이 없다. 코로나19 백신은 맞았지만 감기 등 예방 주사는 단 한 번도 맞지 않았다.
“오래 사는 것보다는 건강하게 사는 게 중요합니다. 모든 운동은 무리하지 않아야 하죠. 제가 아직 풀코스를 달릴 수 있는 이유는 무리하지 않고 늘 걷기 때문입니다. 지금으로선 80세까지는 풀코스를 완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 교수는 도전이 없으면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경기 과천으로 이사를 간 문 교수가 버스 타고 압구정까지 가서 홍릉까지 약 12km를 매일 걷는 이유도 도전이다.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인간은 달린다.’ 걸을 수 있는 한 체코의 마라톤 전설 에밀 자토페크의 명언을 실천하겠다는 각오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