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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서울 택시 기본료만 8가지, 현장 혼란 무시한 탁상행정

입력 2022-10-06 00:00업데이트 2022-10-06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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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대란과 관련해 정부가 택시 부제 해제와 심야택시 콜비를 인상하기로 한 가운데 4일 서울 중구 서울역 앞 택시 승강장 모습. 김재명기자 base@donga.com
국토교통부가 이달 중 심야시간대 택시 호출료를 3000원에서 최대 5000원으로 올리는 내용의 ‘심야 택시난 완화 대책’을 내놨다. 택시 업계를 떠난 기사들에게 요금 인상 등의 유인책을 제시해 택시 잡기 어려운 밤 시간대 택시량을 늘리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서울시의 할증료 인상 대책과 시행 시기나 심야시간의 기준 등이 달라 소비자들은 난수표 같은 택시요금표를 받아들게 됐다.

국토부가 호출료를 적용하는 심야시간대는 오후 10시∼오전 3시로 5시간인 데 비해 서울시가 20% 할증요금을 적용하는 심야시간대는 오후 10시∼오전 4시로 6시간이다. 심야 피크타임인 오후 11시∼오전 2시에는 40% 할증요금이 붙는다. 종합하면 내년 2월까지 서울의 주·야간 택시 기본요금 종류가 적게는 6800원부터 많게는 1만1700원까지 8가지나 된다. 호출료가 중개 택시냐 가맹 택시냐에 따라 달라지는 점까지 감안하면 10가지가 넘는다. 당분간은 어렵게 택시를 잡아도 미터기 요금이 맞는지 가늠하기조차 어렵게 되는 셈이다.

내년 2월부터는 심야시간에 택시를 부르려면 호출료에 기본료까지 최대 1만1700원을 내야 한다. 현재 요금 6800원과 비교하면 72%나 오르는 셈이다. 그렇다고 택시 기사들이 돌아와 택시대란이 해소될지 의문이다. 요금 인상으로 택시 기사의 수입이 늘어도 배달이나 택배 쪽으로 빠져나간 기사들에 비하면 여전히 적다. 결국 소비자들로서는 택시 잡기는 어려우면서 요금만 오르고 요금 계산의 어려움까지 감당해야 하는 것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정부는 이번에도 택시업계의 반발을 의식해 모빌리티 혁신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 심야 택시대란의 근본적 원인은 정부가 택시 요금은 통제하면서 택시업계 보호를 명분으로 우버나 타다와 같은 새로운 서비스의 시장 진입을 가로막은 데 있다. 혁신 실패의 대가를 소비자들이 톡톡히 치르고 있는 셈이다. 대대적인 규제 완화 없이 쉬운 요금 인상으로 이 고비를 넘기려다가는 고단한 귀가 전쟁은 멈추지 않고 모빌리티 산업의 성장 기회도 잃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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