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에 궤도선이나 착륙선을 보내는 방식은 두 가지가 일반적이다. ‘직접 전이’와 ‘위상 전이’ 방식이다. 직접 전이는 3∼6일이 걸리고 위상 전이는 몇 주가량 걸린다. 직접 전이는 ‘지구의 주차 궤도(parking orbit·우주 비행체가 목표 궤도로 돌입하기 전 잠시 머무는 궤도)’에서 단번에 달 궤도까지 직접 가는 방식으로, 전이에 걸리는 기간이 짧다. 반면 위상 전이는 여러 번의 작은 기동을 통해 고도를 서서히 높여 결국 달 고도에 이른다. 지구를 빙빙 돌면서 조금씩 거리를 벌려 달에 이르는 셈이다. 이 방식은 달로 가는 동안 우주선 궤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수정하는 데 유리하다.
한데 이렇게 되면 다누리에 실린 네 개의 과학 탑재체 모두에 치명적이다. 과학 탑재체의 임무 성공 확률이 고도에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달은 완벽한 구(球)가 아니어서 궤도선에 지속적인 중력 섭동(攝動·인력에 기인한 교란 운동)이 가해져 궤도선은 한두 달만 지나도 원 궤도에서 서서히 벗어나게 된다. 고도를 유지하기 위해선 방향을 바꾸는 작은 엔진인 추격기를 주기적으로 분사해 궤도를 보정해야 한다. 이때 연료가 많이 필요하다. 달로 가는 동안의 궤도 보정, 달 임무 궤도로의 진입, 임무 궤도 유지를 위한 기동에 필요한 연료의 양은 우주선의 무게에 비례하여 커진다. 그런데 다누리는 연료 탱크의 크기가 정해진 후 탐사선 중량이 늘었기 때문에 임무 궤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연료의 여분이 줄어든다. 이런 상황을 피하려면 궤도 유지에 연료가 덜 드는, 더 높은 고도로 임무 궤도를 바꾸는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누리의 총괄책임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다누리의 심(深)우주 통신 및 항행을 돕고 있는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이 머리를 맞대어 찾아낸 해결책이 바로 저에너지 전이이다.
저에너지 전이는 달 궤도까지 가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대신 연료를 아낄 수 있다. 지구, 태양, 달의 중력을 이용하려면 수개월에 걸쳐 달까지 거리의 네 배인 150만 km 거리까지 갔다 와야 하지만, 달 임무 궤도 진입에 필요한 연료의 4분의 1가량을 절약할 수 있다. 궤도 진입에 드는 연료를 아껴 임무 궤도 유지에 연료를 더 배정할 수 있는 것이다.
저에너지 전이는 세 가지 이유로 연료 면에서 효율적이다. 달 공전 반경까지 가는 데 필요한 추력에 아주 조금만 더 보태면 150만 km까지 갈 수 있고, 이 지점에서는 아주 작은 추력으로도 근지점을 주차 궤도에서 달 공전 반경으로 크게 바꿀 수 있으며, 높은 곳에 있다가 달 공전 반경으로 내려오다 보니 달 근처에서는 아주 작은 추력만으로 달에 ‘포획’될 수 있다.
달로 가는 임무에서 저에너지 전이를 처음 사용한 것은 1990년 발사된 일본의 첫 달 탐사선 히텐(Hiten)이었다. 히텐은 1년간 달보다 먼 곳까지 나갔다 돌아오기를 반복하는 주 임무를 수행한 후 달로 저에너지 전이를 시도했으며, 달 중력장에 포획되어 얼마간 머무는 데 성공했다. 저에너지 전이를 택한 두 번째 달 탐사선은 2011년에 발사된 미국의 그레일(GRAIL)이다. 그레일의 임무는 달 표면과 내부의 중력장 분포 측정이었다. 달 궤도 투입 유연성 등의 이유로 임무 설계 초기부터 저에너지 전이가 선택되었다.
우리의 다누리는 이들과 전혀 다른 이유로 저에너지 전이를 선택했다. 비록 개발 과정에서의 시행착오에서 비롯된 것이기는 하나, 그 덕분에 우리나라의 첫 심우주탐사 임무에 흥미 있는 관전 포인트를 하나 더 제공하게 된 것 같아 그것으로 흡족하다.
다누리가 성공하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심우주탐사를 수행하는 나라가 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유럽연합을 하나로 계산했을 경우이고,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의 유럽 내 우주 강국을 개별적으로 고려하면 우리가 열 번째 나라가 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가 세계 10∼12위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이번 다누리 임무는 너무 이른 것도, 너무 늦은 것도 아닐 것이다. 15∼18세기에 걸쳐 인류문명 전체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다준 대항해시대가 지금 우주를 무대로 다시 시작되고 있다. 이 대변혁에서 우리가 또다시 뒤처지지 않도록 단단히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김성수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및 우주탐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