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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중력 활용해 연료 절감… ‘다누리’의 우주항해 도전[세상 바꾸는 과학/김성수]

김성수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및 우주탐사학과 교수
입력 2022-08-08 03:00업데이트 2022-08-08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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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체물리학자가 본 달 탐사선
발사 40분 뒤 발사체로부터 분리돼 1차 목표 궤적에 진입한 다누리. 다누리는 12월 31일 달 상공 100km의 원 궤도에 진입할 예정이다. 스페이스X 유튜브 캡처
김성수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및 우주탐사학과 교수
우리나라의 첫 달 탐사선인 ‘다누리’가 5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로부터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려 우주로 발사됐다. 다누리는 넉 달이 넘는 다소 긴 여정을 거쳐 12월 16일 달 궤도에 다다른다. 그런 다음 수차례의 기동(로켓 분사) 끝에 12월 31일 달 상공 100km의 원 궤도에 진입해 1년 동안 광시야 편광카메라 등 탑재체 6종을 통해 각종 임무를 수행한다.

한국 최초의 달 궤도선 ‘다누리’가 6월 대전 유성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성조립실에서 최종 점검을 받는 모습. 다누리는 개발 과정에서 중량이 크게 증가해 중력을 활용해 연료 소비를 줄이는 ‘저에너지 전이’ 방식으로 변경돼 5일 발사됐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흥미로운 일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우연한 계기로 다누리는 한국의 첫 달 탐사선이라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됐기 때문이다. 다누리는 ‘저에너지 전이(Low-energy transfer)’ 방식을 이용하는 세계에서 세 번째의 탐사선이다. 그것도 앞선 두 사례와 전혀 다른 계기로 이 방식을 택하게 돼 세계 우주탐사학계의 이목을 집중받게 됐다.

달에 궤도선이나 착륙선을 보내는 방식은 두 가지가 일반적이다. ‘직접 전이’와 ‘위상 전이’ 방식이다. 직접 전이는 3∼6일이 걸리고 위상 전이는 몇 주가량 걸린다. 직접 전이는 ‘지구의 주차 궤도(parking orbit·우주 비행체가 목표 궤도로 돌입하기 전 잠시 머무는 궤도)’에서 단번에 달 궤도까지 직접 가는 방식으로, 전이에 걸리는 기간이 짧다. 반면 위상 전이는 여러 번의 작은 기동을 통해 고도를 서서히 높여 결국 달 고도에 이른다. 지구를 빙빙 돌면서 조금씩 거리를 벌려 달에 이르는 셈이다. 이 방식은 달로 가는 동안 우주선 궤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수정하는 데 유리하다.

당초 다누리는 위상 전이 방식으로 한 달에 걸쳐 달 궤도에 다다를 예정이었다. 한데 개발 과정에서 중량이 크게 증가해 임무 궤도를 수정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당초 100km 고도의 원 궤도에서 1년 동안 임무를 수행하려던 계획이었다. 그러나 근월점(近月點·궤도상에서 달에 가장 근접한 지점) 고도 100km, 원월점(遠月點) 고도 300km의 타원 궤도에서 9개월 임무 수행 후 100km 원 궤도에서 3개월 임무 수행으로 바뀔 위기에 놓이게 된 것이다.

한데 이렇게 되면 다누리에 실린 네 개의 과학 탑재체 모두에 치명적이다. 과학 탑재체의 임무 성공 확률이 고도에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달은 완벽한 구(球)가 아니어서 궤도선에 지속적인 중력 섭동(攝動·인력에 기인한 교란 운동)이 가해져 궤도선은 한두 달만 지나도 원 궤도에서 서서히 벗어나게 된다. 고도를 유지하기 위해선 방향을 바꾸는 작은 엔진인 추격기를 주기적으로 분사해 궤도를 보정해야 한다. 이때 연료가 많이 필요하다. 달로 가는 동안의 궤도 보정, 달 임무 궤도로의 진입, 임무 궤도 유지를 위한 기동에 필요한 연료의 양은 우주선의 무게에 비례하여 커진다. 그런데 다누리는 연료 탱크의 크기가 정해진 후 탐사선 중량이 늘었기 때문에 임무 궤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연료의 여분이 줄어든다. 이런 상황을 피하려면 궤도 유지에 연료가 덜 드는, 더 높은 고도로 임무 궤도를 바꾸는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누리의 총괄책임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다누리의 심(深)우주 통신 및 항행을 돕고 있는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이 머리를 맞대어 찾아낸 해결책이 바로 저에너지 전이이다.

저에너지 전이는 달 궤도까지 가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대신 연료를 아낄 수 있다. 지구, 태양, 달의 중력을 이용하려면 수개월에 걸쳐 달까지 거리의 네 배인 150만 km 거리까지 갔다 와야 하지만, 달 임무 궤도 진입에 필요한 연료의 4분의 1가량을 절약할 수 있다. 궤도 진입에 드는 연료를 아껴 임무 궤도 유지에 연료를 더 배정할 수 있는 것이다.

저에너지 전이는 세 가지 이유로 연료 면에서 효율적이다. 달 공전 반경까지 가는 데 필요한 추력에 아주 조금만 더 보태면 150만 km까지 갈 수 있고, 이 지점에서는 아주 작은 추력으로도 근지점을 주차 궤도에서 달 공전 반경으로 크게 바꿀 수 있으며, 높은 곳에 있다가 달 공전 반경으로 내려오다 보니 달 근처에서는 아주 작은 추력만으로 달에 ‘포획’될 수 있다.

달로 가는 임무에서 저에너지 전이를 처음 사용한 것은 1990년 발사된 일본의 첫 달 탐사선 히텐(Hiten)이었다. 히텐은 1년간 달보다 먼 곳까지 나갔다 돌아오기를 반복하는 주 임무를 수행한 후 달로 저에너지 전이를 시도했으며, 달 중력장에 포획되어 얼마간 머무는 데 성공했다. 저에너지 전이를 택한 두 번째 달 탐사선은 2011년에 발사된 미국의 그레일(GRAIL)이다. 그레일의 임무는 달 표면과 내부의 중력장 분포 측정이었다. 달 궤도 투입 유연성 등의 이유로 임무 설계 초기부터 저에너지 전이가 선택되었다.

우리의 다누리는 이들과 전혀 다른 이유로 저에너지 전이를 선택했다. 비록 개발 과정에서의 시행착오에서 비롯된 것이기는 하나, 그 덕분에 우리나라의 첫 심우주탐사 임무에 흥미 있는 관전 포인트를 하나 더 제공하게 된 것 같아 그것으로 흡족하다.

다누리가 성공하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심우주탐사를 수행하는 나라가 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유럽연합을 하나로 계산했을 경우이고,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의 유럽 내 우주 강국을 개별적으로 고려하면 우리가 열 번째 나라가 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가 세계 10∼12위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이번 다누리 임무는 너무 이른 것도, 너무 늦은 것도 아닐 것이다. 15∼18세기에 걸쳐 인류문명 전체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다준 대항해시대가 지금 우주를 무대로 다시 시작되고 있다. 이 대변혁에서 우리가 또다시 뒤처지지 않도록 단단히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김성수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및 우주탐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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