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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카멜레온과 라스베이거스 경찰[서광원의 자연과 삶]〈58〉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입력 2022-08-04 03:00업데이트 2022-08-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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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오래전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출장을 갔을 때의 일이다. 언제 다시 올까 싶어 일정을 최대한 압축하고 짬을 내 사막의 도시 라스베이거스를 향해 나섰다. 영화에서나 보던 상상의 도시를 직접 보고 싶었다. 렌터카를 빌려 출발하려고 할 때, 아는 분이 조언을 하나 해주었다.

“갈 때는 어느 정도 속도를 높여도 괜찮지만 올 때는 반드시 속도를 준수하셔야 합니다. 교통경찰들이 눈에 불을 켜고 잡습니다.”

아니, 왜 갈 때는 놔두고 올 때만 그럴까? 그가 웃으면서 말했다. “갈 때 잡으면 운전자들이 기분이 나빠 그냥 돌아가 버릴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웬만하면 그대로 놔둬요. 하지만 올 때는 무조건 잡습니다.”

갈 때 잡으면 라스베이거스가 반발하지만 올 때는 그런 게 없으니 그런다는 얘기였다. 시간이 없어 올 때는 비행기를 이용하는 바람에 아쉽게도 직접 경험해 보지는 못했지만, 가면서 확인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반대편에서 오는 차들 중 ‘딱지’를 떼이는 차를 몇 대나 봤다. 진짜구나 싶었다.

자연에도 이런 ‘지혜’를 발휘하는 덕분에 삭막한 사막에서도 잘 살아가는 녀석들이 있다. 아프리카 대륙 남서부 나미브사막에 사는 나마쿠아카멜레온이다. 이 사막은 몇 년 동안 비가 한 방울도 내리지 않을 때가 많은데도 꽤 많은 동물들이 산다. 나름의 물 조달법이 있는 덕분인데, 손톱만 한 크기의 곤충인 거저리도 그중 하나다.

이들은 아침 해가 뜰 때쯤, 근처 모래산을 부지런히 오른다. 모래산이라고 하는 건 높이가 300m나 되는 것도 있어 모래 언덕 수준이 아닌 게 많기 때문이다. 사람으로 치면 백두산보다 훨씬 높은 곳이지만, 다행히 날렵한 속도 덕분에 별 수고 들이지 않고 꼭대기에 오를 수 있다. 가능한 한 높은 능선에 오른 이들은 곧바로 물구나무를 선다. 여기까지 와서 웬 물구나무일까?

이유가 있다. 아침마다 대서양에서 몰려오는 수증기 가득한 안개를 온몸으로 맞이하기 위해서다. 이 자세로 서 있으면 몸에 닿은 수증기들이 이슬로 변해 몸의 홈을 따라 입으로 흘러든다. 이런 식으로 몸무게의 40%나 되는 물을 마실 수 있다.

재미있는 건, 이런 이들을 눈여겨보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다. 앞에서 말한 나마쿠아카멜레온인데, 흥미롭게도 이들은 올라가는 거저리는 그냥 무사통과시켜 준다. 하지만 내려오는 거저리는 반대다. 물을 가득 먹고 내려오니 이때 잡는 게 훨씬 이득이기 때문이다. 때를 잘 알면 더 큰 효과가 있다는 걸 아는 것이다.

세상 모든 일엔 때가 있고, 이걸 아는 건 아주 중요한 능력이다. 무모함이란 시도 때도 없이 행동하는 것이다. 사막의 카멜레온도 아는 생존의 원리다. 언제 어디서나 리더에게 첫 100일은 방향성을 정립하는 중요한 시간인데, 지나가면 다시 오지 않는 이때를 잘 활용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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