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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치명률 낮추며 전파력 높이는 ‘코로나의 역습’[세상 바꾸는 과학/김응빈]

김응빈 연세대 시스템생물학과 교수
입력 2022-07-18 03:00업데이트 2022-07-18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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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학자가 본 바이러스 생존법
15일 서울 동대문구의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기다리고 있는 시민들과 의료진의 모습. 오미크론의 하위 변이인 ‘BA.5’가 유행하면서 17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가 4만342명으로 집계돼 1주일 전보다 1.98배 증가하며 코로나19 재유행 경고등이 켜졌다. 뉴스1
김응빈 연세대 시스템생물학과 교수
2021년 11월에 등장한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는 높은 전파력과 면역 회피력을 과시하며 앞선 변이체(알파, 베타, 감마, 델타)들을 제치고 이내 우세종이 되었다. 이후 연이어 하위 변이 바이러스를 쏟아내더니 급기야 일명 ‘켄타우로스’(BA.2.75)라는 한층 강력한 골칫거리를 만들어냈다. 아직 전파력과 치명도가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를 ‘준우려 변이’로 상향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실 바이러스 자체가 생물학의 난제이자 수수께끼다. 전통적으로 바이러스를 ‘생물과 무생물 사이에 있는 감염성 물질’이라 정의하지만, 그것이 생물인지 아닌지는 여전히 논쟁거리다. 생물학 교과서에서 생명체를 규정하는 기준에 따르면, 분명 바이러스는 생물이라 말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세포 형태도 갖추지 못했고, 살아있는 생명체(숙주) 밖에서는 비활성 입자에 불과하다. 그러나 적당한 숙주를 만나는 순간 생명을 얻은 듯 행동한다.

오미크론의 하위 변이인 ‘BA.5’에 이어 스텔스 오미크론의 하위 변이인 ‘BA.2.75’의 국내 유입이 최근 확인됐다. 위쪽 그래픽은 해당 변이의 이미지를 표현한 것. 국내 1호 코로나 백신인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코비원(아래 사진)은 현재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서도 예방 효과가 있는지 검증하고 있다. 동아일보DB·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
바이러스는 구조도 단순하고 크기도 매우 작다. 평균 지름 100μm(0.1mm) 정도인 인간 세포를 야구장에 비유하면, 대장균은 투수 마운드 정도 크기이고, 보통 바이러스는 야구공만 하다. 바이러스의 구조를 보면 단백질 껍데기 속에 유전물질로 DNA와 RNA 가운데 한 가지만 들어 있는 게 전부다. 보통 감염했던 숙주의 세포막에서 유래하는 외막에는 단백질 돌기가 여러 개 박혀 있다.

이렇듯 생명체의 미완성 조각처럼 보이는 바이러스는 숙주 침입으로 그 나름의 ‘생(生)’을 열어간다. 보통 바이러스의 인체 침입은 외막에 있는 돌기가 세포막에 있는 특정 단백질과 결합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우리 세포가 침입자에게 통로를 제공하는 셈이다. 세포 안으로 들어온 바이러스는 숙주 세포의 생명 체계를 강탈하여 증식한다. 말하자면, 세포를 바이러스 생산 공장으로 바꾸어 자기 유전물질과 단백질 껍데기를 각기 따로 양산한 다음, 이들을 조립하여 바이러스 입자를 완성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바이러스는 예기치 못한 변화, ‘돌연변이’를 겪는다.

돌연변이란 말 그대로 돌연히(우연히) 유전자에 생기는 변이다. 모든 세포는 분열에 앞서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모든 유전자를 복제한다. 그 기본 원리는 원본을 보면서 컴퓨터 자판을 두드려 사본을 만드는 것과 같은데,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돌연변이가 발생한다. 제아무리 뛰어난 타자수라도 전혀 오타가 없을 수 없듯이, 유전자를 복제하는 효소도 아주 드물게 실수를 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숙주 세포의 효소에 의존하는 바이러스 유전자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 더욱이 폭발적으로 증식하다 보니, 비록 그 발생률 자체는 낮아도 돌연변이를 지닌 바이러스가 늘어나는 배경이 된다.

문제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서는 이런 돌연변이가 다른 바이러스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빈번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유전물질로 DNA가 아니라 RNA를 가지고 있는 까닭에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자체 효소로 유전자 복제를 진행한다. 그런데 DNA 복제 효소와는 달리 RNA 복제 효소에는 ‘교정 기능’이 없다. 타자를 칠 때 ‘오타’를 남발하는 상황이 빚어지는 것이다. 이 서툰 유전자 복제 능력이 결과적으로 돌연변이 양산으로 이어지면서, 코로나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 변이들은 확산성은 강하지만 비교적 치명률은 약한 특성을 가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바이러스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렇게 병원성을 약화하는 돌연변이가 유리한 측면도 있다. 숙주(인간)를 감염 즉시 몸져눕게 하거나 죽게 만들면 그만큼 타인에게 전파시킬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든다. 반면 증상이 가벼운 경우에는 감염된 숙주가 일상 활동을 그대로 지속하기 때문에 훨씬 더 많은 숙주에게로 퍼져나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특히 잠복기에도 다른 숙주로 옮겨 갈 수 있다면 바이러스에게는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더 나아가 끊임없는 돌연변이의 소용돌이 속에서 구조가 다른 수용체에 들어맞는 돌기가 생겨나기도 한다. 숙주의 세포에 더욱 쉽게 침투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하게 된다는 말이다.

현재 과학 기술로 돌연변이에 의한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있다. 숙주 없이는 맥을 못 추는 ‘절대기생체’라는 사실이다. 즉, 숙주 밖으로 나온 바이러스는 일정한 시간 내에 새로운 숙주를 만나야 생을 지속할 있다. 새 숙주에 다가가지 못한 바이러스 입자는 파괴돼 죽음을 맞는다. 결국 각종 변이가 끊이질 않는 바이러스에 맞서는 최선책 가운데 하나는 이들의 ‘숙주 갈아타기’를 막는 것이다. 코로나에 대응하는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 못지않게 마스크 착용과 ‘거리 두기’가 중요한 이유다.

최근 20여 년간 발생 빈도가 증가한 감염병을 총칭하는 ‘출현성 감염 질병(emerging infectious disease)’이란 말 자체에는 ‘신종’이라는 뜻은 없다. 대부분은 이미 알려진 병원성 미생물이 갑자기 재창궐하거나 새로운 지역으로 전파되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아주 오래전부터 자연의 한 귀퉁이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지내던 이런저런 바이러스들이 갑자기 경쟁이라도 하듯 번갈아 몰려오면서 ‘신종 감염병’이란 말을 일상어로 만들다시피 하고 있다.

문제는 환경 파괴로 인해 그동안 잠잠히 있던 바이러스와 인간이 만날 확률이 높아지고, 인구 이동이 빈번해지면서 바이러스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게다가 바이러스는 생존을 위해 빠르게 변이에 변이를 만들고 있지만 인간의 대응 속도는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인간과 바이러스의 생존 경쟁은 쉽게 끝낼 수 없는 긴긴 장기전이 될 수밖에 없다.

김응빈 연세대 시스템생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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