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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중국, ‘도광양회’ 자세로 돌아가야[세계의 눈/주펑]

주펑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원장
입력 2022-06-15 03:00업데이트 2022-06-15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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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개혁개방으로 이끈 지도자 덩샤오핑. 그는 생전에 “100년 동안 미국과 대결하지 말고 힘을 길러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장쩌민, 후진타오 등 전 주석들은 모두 이 말을 따랐지만 시진핑 주석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미국에 맞서 힘을 과시하고 있다. 사진 출처 바이두
주펑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원장
올해가 아직 반도 지나지 않았지만 세계와 동아시아 지역의 정세는 이미 역사적 격변기를 맞았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소련 붕괴 이후 유럽의 전략적 균형을 무너뜨렸다. 미국은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내세워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일본은 스스로 지역 안보에 대한 책임을 더 강조하고 있다. 한국 윤석열 정부는 외교안보 정책에서 친미적 선택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이런 변화가 불과 2, 3개월 사이 발생했다.

세계 질서에 중대한 역사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변화의 근본 원인은 냉전 이후 미국이 주도한 단일 패권 체제가 중국과 러시아 등 대국의 핵심 이익을 모두 포용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것은 노골적 침략 행위로 비난과 제재를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러시아가 무력을 행사한 배경을 이해할 필요도 있다. 근대 역사에서 유럽 열강은 러시아를 군사적으로 공격할 때마다 우크라이나를 전략적 통로로 이용했다. 러시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우크라이나까지 동진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 달라고 수차례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반면 미국과 나토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의 서구화는 유럽 정치가 반드시 해야 할 올바른 행동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국제질서가 급변하는 또 다른 중요 원인은 미중 관계의 질적 변화다. 1978년 수교 당시 중국 국내총생산(GDP)은 미국의 3.58%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2021년 중국 GDP는 미국의 74%에 달했다. 냉전 절정기에 소련 GDP는 한 번도 미국의 71%를 넘은 적이 없었다. 오늘날 미국의 정치전략 엘리트들은 21세기에 미국의 국력에 근접하거나 초월할 수 있는 나라가 있다면 분명 중국일 것이라고 인정했다.

중국이 미국의 최대 경쟁국이 됐지만 오늘날 미중 관계와 냉전 시기의 미소 관계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미국의 중국 억제전략은 신냉전을 국제무역, 과학기술, 산업 공급망 등의 영역에 끌어들여 모든 분야에서 탈중국화하겠다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독자적 힘만으로는 탈중국화를 이룰 수 없다. 이 때문에 IPEF를 만들어 더 많은 동맹국과 파트너를 끌어들인 것이다.

대만 문제도 격변의 중심에 있다. 미국의 중국 정책이 바뀌면서 대만 정책도 바뀌었다. 과거 미국이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지했던 것은 중국을 더 우선시했기 때문이지만 이제 대만을 더 우선시하면서 대만을 둘러싼 미중 긴장은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다.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 동시에 대결적 정책을 펼칠 수 있는 것은 미국의 국가적 역량이 중국과 러시아보다 여전히 월등하게 우세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세계 질서는 앞으로 어떻게 바뀌게 될까. 강력한 미국의 힘을 바탕으로 다시 미국 중심주의로 회귀할 것인가, 아니면 다자주의를 바탕으로 지역 거버넌스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 것인가. 분명한 것은 동아시아가 이 중심에 서 있다는 점이다.

최근 국제질서의 변화는 중국에 유례없는 반성과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1978년 개혁개방 정책 도입으로 중국은 크게 발전했고 동아시아가 세계 3대 경제축으로 부상하는 데 일조했다. 그러나 중국은 여전히 성장형 대국이며, 아직 완전하게 민주화를 이루거나 법치국가로 전환하는 과정을 마치지 못했다.

지금 중국은 ‘대국 굴기’의 결정적인 순간을 맞고 있다. 실력 향상도 중요하지만 국가 통치 능력과 전략적 유연성을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다. 지금 중국은 덩샤오핑(鄧小平)의 ‘도광양회(韜光養晦·실력을 기르며 때를 기다린다)’를 전략적으로 재선택해 돌아가야 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전면적으로 대립하는 신냉전은 중국의 이익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중국이 안정적으로 착실하게 자신의 발전 노선을 걸으며,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의 중국에 대한 우려와 불만을 직시해야 한다. 그래야 어떤 국가도 중국을 쉽게 적대시하거나 중국을 상대로 대립정책을 펴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도 경쟁 전략으로 중국을 억제할 수 없게 된다.

중국의 미래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미래다. 지금은 중국이 지혜와 안목, 능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 중국인은 늘 ‘스스로 먼저 바뀌어야 비로소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어 왔다. 덩샤오핑은 “미국과의 대결을 100년간 피하라”고 말했다. 그의 사상은 여전히 중국인의 정신적 재산이다.

주펑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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