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공유
읽기모드공유하기
동아일보|오피니언

양방향 소통의 기술적 한계 봉착한 ‘AI휴먼’[세상 바꾸는 과학/이경전]

이경전 경희대 경영대학·빅데이터응용학과 교수
입력 2022-06-06 03:00업데이트 2022-06-06 03:18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빅데이터 전문가가 본 ‘AI휴먼’
AI휴먼 기상캐스터가 일기예보를 전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여러 분야에서 AI휴먼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인간과 매끄럽게 양방향 소통을 하는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사진 출처 마인즈랩
이경전 경희대 경영대학·빅데이터응용학과 교수
‘인간은 문명에 자신을 투영한다.’ 조지 자카다키스가 저서 ‘인 아워 오운 이미지(In Our Own Image)’에서 주장하는 가설이다. 창세기는 인간이 흙으로 만들어졌다고 봤다. 당시 문명은 흙집, 흙그릇, 흙농사 등 흙에 기반했기 때문이다. 상하수도가 나오자 인체는 상하수도 시스템으로, 태엽이 발명되자 인간의 유한한 생명은 태엽과 같은 운명으로 이해되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은 AI가, AI는 인간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 나오고 있는데, 이를 대표하는 용어가 ‘AI휴먼’이다. 세계 인공지능학계에서는 통용되지 않고 한국 업계에서만 사용되는 용어로, ‘실제 또는 가공의 인간의 모습을 한 AI 제품 및 서비스’라고 정의할 수 있다.

여성 고고학자와 남성 AI휴먼의 교감을 그린 독일 영화 ‘아임 유어 맨’의 한 장면. 원활한 소통을 하는 AI휴먼은 아직 상상의 영역에 있다. 사진 출처 라이크콘텐츠
감명 깊게 본 독일 영화 ‘아임 유어 맨’(원제 ‘Ich bin dein Mensch’)은 여성 고고학자가 남성 AI휴먼과 동거하는 며칠을 철학적으로 그려낸 로맨틱 코미디다. AI휴먼이 등장하는 영화는 ‘그녀(Her)’, ‘엑스 마키나’, ‘아이, 로봇’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그러나 실제로 AI휴먼이 우리 일상에 영향을 주는 시대는 아직 멀었다. AI휴먼을 실현할 기술은 나오지 않았고, 그 접근 방향조차도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는 각종 정책을 발표하는 ‘AI윤석열’이 등장하기도 했다. AI휴먼은 문장을 음성으로 바꾸는 기술, 해당 문장을 특정 사람의 음색과 내용에 맞는 톤으로 발음하도록 하는 기술, 음성과 입술 모양·얼굴 표정을 맞추는 기술, 그리고 상대방의 말에 반응하는 기술 등이 복합적으로 결합돼 있다. 문제는 적절한 대화를 생성하는 기술의 단초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AI윤석열 또한 미리 준비된 원고를 소화해 영상화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양방향 소통은 하기 어렵다.

AI윤석열을 만든 회사는 AI 전문기업 ‘딥브레인AI’이다. 딥브레인AI는 주로 정치인, 연예인 등 이벤트성 AI휴먼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 또 다른 AI 전문기업인 ‘마인즈랩’은 은행원, 안내·상담원 등 일반 직무를 수행하는 AI휴먼에 집중한다. 삼성, LG 등 대기업도 AI휴먼을 광고 등 마케팅에 활용하는 추세다.

문제는 AI휴먼이 정치인, 연예인, 은행원, 가수로 활동할 때 양방향 소통을 할 수 있느냐인데, 현재 AI 기술은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2020년 초 큰 반향을 일으켰던 AI 챗봇 ‘이루다’는 중단됐다가 올해 다시 출시됐지만 대화 능력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그나마 이루다는 ‘심심풀이용 AI휴먼’으로 여겨져, 사용자들은 대화의 수준에 대한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치인, 연예인, 은행원, 상담원 등으로 ‘역할’이 설정된 AI휴먼에게 사용자들은 원활한 양방향 소통을 기대하는데 여전히 결과는 실망적인 수준이다.

예를 들어 SK텔레콤이 지난달 출시한 AI비서 ‘에이닷’ 역시 음악을 틀어주는 기능 등은 쓸 만하지만, 미션 크리티컬한 기능(중단되면 치명적인 금전적 손실을 야기하는 서비스 등)은 미흡한 편이다. 2022년 현재, 전 세계를 통틀어 사람들에게 지속적인 사랑을 받는 AI휴먼, 챗봇 서비스, AI비서 서비스는 잘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시간이 지나 데이터가 쌓이면 양방향 소통이 잘될까? 애플의 AI비서 ‘시리’는 출시된 지 11년이 지났지만 기능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그간 엄청난 데이터가 쌓였을 텐데 왜 그럴까? 양방향 소통 AI모델을 제대로 구축하지 못한 채 출시했기에, 데이터가 쌓여도 성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시리를 만든 팀은 삼성전자로 가서 ‘빅스비’를 만들었지만 빅스비의 성능 역시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이 주도해 설립한 오픈AI의 ‘GPT-3’, 구글의 PaLM과 같은 초거대 언어모델도 문장 초안 생성 정도만 가능한 수준이다. 완벽한 문장은 사람이 다듬어야 한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진이 공저한 2018년 대화 인공지능 논문에 따르면, 대화 인공지능 시스템은 결국 ‘대화의 목적을 적절히 달성하는 최적화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 인간은 상대방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관계 유지를 위해,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즉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대화를 한다. AI휴먼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화가 달성하고 있는 성과를 측정해야 하고, 그 성과를 높이는 방법을 자동 학습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한데 AI휴먼은 아직 인간의 기분을 측정하고 관계를 계량하거나 거래의 성사단계를 평가하기 어렵다. 이를 다양한 상황에서 일반화해 구현하는 AI 방법론은 아직 연구해야 할 단계가 많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AI 기술이 계속 발전한다면 AI는 휴먼이 될 수 있을까? 이것은 잘못된 화두이다. 인공지능이란 인간 같은 지능이 아니라, 인간(人)이 만든(工) 지능이다. 항공공학이 새처럼 날개를 퍼덕이며 나는 비행기라는 시행착오를 거쳐 고정익 비행기로 발전한 것처럼, 인공지능 역시 인간을 닮을 필요가 없다. 우리가 오랜 기간 천동설을 믿었으나 지동설을 확립해 달에도 인간을 보내고 우주 탐사를 하게 된 것처럼, 인공지능도 사람과 닮은 지능을 추구한다는 낡은 관념을 버릴 때, 비로소 제대로 된 인공지능체를 구현하게 될 것이다.

흙, 상하수도, 태엽 등 인간은 자신이 발전시킨 문명에 스스로를 투영하는 오류를 반복했지만, 그 오류를 과학의 힘으로 깨뜨릴 때 비로소 진보해왔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AI휴먼을 추구하는 노력은 계속될 것이며, 그 결과엔 여러 갈래 길이 있을 것이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대학·빅데이터응용학과 교수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오피니언
베스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