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씨에게 운동은 삶의 오아시스였다. 고등학교 때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산 그는 ‘스포츠 천국’에서 운동의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었고 마니아 수준은 아니지만 다양한 운동을 접했다. 걸그룹 활동할 때 체력보강을 위해 전문 트레이너의 웨이트트레이닝 PT를 받기도 했다. 그에게 진정한 운동은 2003년 유명 스포츠브랜드의 러닝 팬츠 협찬을 받고 달리면서 시작됐다. 그는 “옷이 너무 예뻐 그걸 입고 무작정 서울 한강변을 달렸는데 날 알아본 사람들이 몰려 난리가 났었다. 그런데 그 때 짧은 팬츠를 입고 바람 맞으며 달린 느낌이 자유롭고 좋았다”고 했다. 그는 그 때부터 서울 강남 갤러리아백화점 뒤 공원을 매일 달렸다. 그는 “한 5km 정도를 달렸는데 달린 뒤 기분이 너무 상쾌했다”고 했다.

달리기는 트레이너에게 주 3회 받는 웨이트트레이닝 PT와는 차원이 달랐다. 기분전환이 확실하게 됐다. 사실 웨이트트레이닝 PT는 춤을 더 잘 추기 위한 훈련의 성격이 강했다. 마지못해 하는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달리기는 좋아서 자발적으로 한 것이다. 가끔 등산을 하던 그는 북한산에 가서도 달렸다. “성북동, 불광동 코스를 자주 갔는데 걸어서 올라가다보니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지루했다. 그래서 뛰어 올랐다. 힘들지만 달리기의 희열이라고 할까, 거친 숨을 몰아쉬고 난 뒤 오는 쾌감이 좋았다”고 했다. 그는 “산을 달리고 내려오면 생각도 정리가 된다. 산은 내게 철학적인 의미도 던져줬다. 내가 가는 산은 봄여름가을겨울 계절에 따라 색은 바뀌지만 같은 계절이 오면 똑같은 모습으로 그 자리에 있다. 우직하게 변치 않는 모습을 보고 많은 생각을 했다. 내 마음도 다잡을 수 있었다”고 했다.

2006년 혼자 방송활동하면서 한 3년은 더 달리기에 매달렸다. 2013년 둘째를 낳을 때까지 요가와 필라테스 등을 간헐적으로 하던 그는 2015년부터 다시 본격적으로 운동에 매진했다. 그는 “육아를 어떻게 해야 할 지도 몰라 고민하고 있을 때 서울에서 외딴 경기도로 이사까지 가다보니 우울증이 다시 찾아왔다”고 했다.
“친정 식구는 미국에 살고 도와주는 사람도 없는데 남편은 만날 바빴어요. 솔직히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도 모르겠고…. 독박육아를 하다보니 너무 우울했어요. 사실 그 때 상황에서 병원을 찾았어야 했을 수도 있습니다. 역시 그런 스트레스를 푸는 것은 운동이었어요. 동네 요가클래스 선생님이 알려준 보디웨이트(자기 몸을 활용한 웨이트)로 운동을 했죠. 운동은 진짜 힘든 삶 속의 오아시스였습니다. 그 때 요가 선생님과 교감하며 운동했는데 체력이 많이 좋아졌어요. 재미도 붙었죠. 아기가 어린이집에 안 간다고 하면 아기를 안고 스쾃을 하기도 했죠. 운동으로 치유됐다고 봅니다.”
김 씨는 2017년 지인의 권유로 다양한 장애물을 통과하는 스파르탄레이스 13km에 출전해 완주한 뒤 크로스핏도 접했다.
“제가 체력이 좋다는 것을 새삼 느꼈어요. 대회장에서 과거 운동할 때 만났던 친구들도 보니 신났죠. 은둔형으로 살았는데 이젠 그럴 필요 없다는 생각도 했죠. 그 친구들이 크로스핏을 하고 있었고 저도 시작했죠.”
크로스핏은 여러 종목의 운동을 섞어서 훈련한다는 뜻의 크로스 트레이닝(Cross-training)과 신체 단련을 뜻하는 피트니스(Fitness)를 합친 운동이다. 코어 근육을 키우면서도 지구력까지 향상 시키는 종합 운동이다.

“코치님이 지난해 말부터 다른 운동 다 끊고 달리기와 수영에만 집중하라고 했어요. 그런데 한 3개월 만에 3kg에 더 빠진 거예요. 전 계속 운동을 해왔기 때문에 더 빠질 살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만큼 유산소 운동이 지방을 빼는 데는 효과가 큰 것 같아요.”
코리아 50K, 강원도 정선 하이원 스카이러닝, 제주국제트레일러닝 등 트레일러닝대회에도 출전할 계획이다. 그는 “이젠 다양한 대회 출전을 목표로 훈련을 하고 있다. 가정주부로 아이들을 키우는 바쁜 삶 속에서도 항상 도전하면서 나의 존재감을 느끼고 싶다”고 했다. 김 씨는 “이제 나를 드러내놓을 생각이다. 내 연령대 여성분들에게 바쁜 가운데서도 짬을 내 운동하면 몸도 건강해지고 모든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어 정신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 코치를 만나면서 다양한 동호회에 가입해 운동하고 있다. 과거 은둔형에서 변신하고 있다.
“사실 올해 가장 첫 목표는 3월 열리는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 하프코스를 완주하는 것입니다. 42.195km 풀코스 완주는 아직 어렵고 하프코스를 릴레이로 달리는 부문에 신청했어요. 동아마라톤 완주하고 트레일러닝과 철인3종 대회에도 출전해 완주하겠습니다.”

용인=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