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하종대]‘난징 대도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중국 난징대학살 기념관의 조형물은 관람객조차 소름이 돋게 만든다. ‘통곡의 벽’엔 8일까지 1만635명의 희생자 명단이 새겨졌고, 기념관 안엔 2014년 개관 당시 생존자 1000명의 얼굴 사진이 걸려 있다. 1937년 12월 13일부터 6주간 일본에 의해 자행된 학살의 희생자는 30만 명(중국 측 추정)으로 당시 난징 인구의 절반에 이른다. 중국인들은 이를 대학살 대신 어감이 강한 대도살(大屠殺)이라고 부른다.

▷중국판 ‘안네의 일기’로 알려진 난징 진링(金陵)여대 청루이팡(程瑞芳) 사감의 일기에 당시의 잔혹상이 나온다. 일제는 패잔병은 물론이고 무고한 양민까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보이는 족족 살해했다. 기관총이나 수류탄으로 살해한 것이 신사적일 정도였다. 모조리 죽이고(살광·殺光) 불태우고(소광·燒光) 약탈하는(창광·창光) 일제의 3광(光) 작전은 유대인을 학살한 나치조차도 ‘야수의 행위’라며 규탄할 정도였다고 한다.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자(可以寬恕, 但不可以忘却).’ 2014년 중국 정부는 1985년 지은 난징기념관을 크게 확장한 뒤 관람 코스 벽면에 이를 크게 새겨 놓았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2014년 난징대학살 추모식을 국가추모일로 정하고 처음 참석했다. 2015년엔 관련 문건이 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난징대학살 80주년 대규모 추모식이 거행되는 오늘도 시 주석 등 공산당 서열 1∼4위가 추모식에 참석한다. 학살 희생자에 대한 사과를 포함해 바른 역사인식을 일본에 촉구하는 의미라지만 공교롭게도 문재인 대통령의 국빈 방중 첫날과 겹쳐버렸다.

▷일본은 아직도 난징대학살의 피해 숫자가 과장됐다고 주장한다.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증거자료를 확보하고도 강제연행은 없었다는 주장을 연상케 한다. 문 대통령은 이번 첫 방중에서 난징대학살과 관련한 메시지를 낼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역사 문제에서 일본에 대해 한중이 공조를 모색한다는 파장을 일으킬 수도 있는 사안이다. ‘진정한 사과는 강한 자만이 할 수 있다’는 서양 격언이 있다. 일본이 되새겼으면 하는 말이다.
 
하종대 논설위원 orionha@donga.com
#중국 난징대학살 기념관#통곡의 벽#일본 위안부 강제연행#진정한 사과는 강한 자만이 할 수 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