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 “분담금 더 내야”… 한미협정 넘어선 동맹 쥐어짜기 안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2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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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4일 하와이에서 열리는 한미 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앞두고 미국 국무부가 한국이 보다 공정한 분담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18일 보도자료를 내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한국이 공정한 분담에 보다 더 기여할 수 있고, 기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본격적인 분담금 협상에 앞서 대폭 인상 요구 방침을 천명하며 공개적인 압박에 나선 것이다.

미국은 그간 여러 경로를 통해 현행보다 5배 이상 많은 50억 달러(약 6조 원)를 요구해왔다. 특히 그 청구서에는 한미 연합훈련과 전략자산 전개 비용이 ‘준비태세 비용’으로 추가되고, 미국인 군무원과 미군 가족 지원 비용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 국방부가 3월 공개한 주한미군 총 주둔비용 44억 달러(약 5조 원)보다도 많은 액수다. ‘공정한 분담’이 아니라 ‘완전한 부담’, 즉 한국에 모든 비용을 전가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지초할 수 있다.

주한미군 주둔비용은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한국이 시설과 부지를 제공하고 나머지 발생 비용을 미국이 부담하게 돼 있고, 그 예외 조치로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을 체결해 한국이 일부를 지원한다. 그것도 주한미군 내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와 미군기지 내 건설비용, 군수 지원비 등 3개 항목으로 돼 있다. 전략자산 비용과 미군 인건비 등은 이런 한미동맹 협정의 범위를 넘어선 무리한 요구가 아닐 수 없다.

물론 미국 측이 이런 과도한 요구를 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주둔비용 전액에 추가로 더 받아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식 계산법에 맞춘 무리한 액수인 줄 알면서도 대통령의 고집을 꺾지 못한 채 그런 요구안을 내미는 측면이 적지 않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도 “협상이 시작되면 그 중간 어디쯤에서 절충안으로 협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 ‘중간쯤’이라도 한국에는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가뜩이나 한미동맹의 미래를 두고 우려가 많은 요즘이다. 북핵 협상을 둘러싼 한미 간 동상이몽은 물론이고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후 지휘체계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에 대한 갈등까지 불거져 나온 상황이다. 주한미군까지 돈 문제로 옥신각신한다면 동맹의 가치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동맹관계는 비록 힘의 격차가 있을지라도 공동의 이익에 기초해 맺어진 동등한 관계다. 갑(甲)의 횡포로 비치지 않는 합리적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
#방위비 분담금#주한미군#트럼프#한미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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