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업과 정부는 동반자”라는 文, 노동편향 인식 바꿔나가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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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기업인 8명과의 만찬 회동에서 “기업은 경제 활동을 통해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것이고 정부는 경제 정책을 통해 기업의 경제 활동을 돕는 동반자”라고 말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에게는 “항상 삼성이 우리 경제의 성장을 이끌어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덕담을 건넸고, 현대중공업 최길선 회장에게는 “조선 경기가 오랫동안 안 좋아서 고생 많이 하셨다”며 격려했다. 전날 다른 기업인과의 간담회에서 “더불어 잘사는 경제”를 외치며 건배한 데 이어 친(親)기업 행보를 보인 것이다.

형식을 파괴한 이틀 동안의 청와대-재계 간담회가 국내외에 던진 메시지는 가볍지 않다. 어제 문 대통령은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이 기업에 부담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잘 알고 있지만 그것 말고는 우리 경제를 살릴 방법이 없다”며 경제철학의 공유를 호소했다. “격의 없이 애로를 이야기해 달라”는 대통령의 주문에는 현 정부가 기업과 공동운명체라는 인식 변화가 담겼다고 본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어제 문 대통령에게 기업이 ‘경제적 지위’에 무게를 두고 활동했다면 이제 ‘사회적 지위’에 무게를 둘 때라고 말했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 정부와 기업도 과거의 정경유착이 아닌, 상생(相生)의 관계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의 표현일 것이다.

새 정부 출범 두 달이 넘어 열린 간담회가 경제계의 불안을 완전히 해소하는 데는 충분치 않았다. 기업인들은 4차 산업혁명 교육센터에 대한 지원(황창규 KT 회장), 중소·중견기업 육성(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일자리 창출 기업 지원(허창수 GS 회장) 등 정책 방향에 맞는 건의를 쏟아냈다. 그러면서도 정작 탈(脫)원전 공약, 법인세 인상, 최저임금 인상 등 절실하고 첨예한 이슈들은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

오랜 숙의과정을 거쳐야 하는 민감한 경제정책들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면서 기업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진 상태다. 호석 리마키야마 유럽국제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이 최근 “급진적 개혁이 한국의 경제회복에 위험요인이 될 것”이라고 한 경고는 기업의 불안이 단순한 기우가 아님을 드러낸다.

문 대통령이 앞으로 소상공인 및 노동계 등과 만나는 과정에서 친기업 기조를 유지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민감한 이슈와 관련해 한쪽 편만 들 수는 없겠지만 경제 운영의 동반자인 정부와 기업은 수시로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과 기업 간담회를 정례화한다면 ‘고용 있는 성장’을 위한 더 깊은 토론도 가능할 것이다.
#문재인#기업인 만찬 회동#노동편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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