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이야기]‘온난화 막는 고래’가 사라져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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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한국기상협회 이사장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한국기상협회 이사장
우리나라는 2005년 울산에서 개최된 제57차 국제포경위원회(IWC) 회의를 기념하기 위해 우표를 발행했다. 모델은 한국계 귀신고래로 천연기념물 제126호다. 우표 수집을 하는 필자는 고래 우표를 상당히 많이 가지고 있는데 귀신고래 우표가 가장 정이 간다. 왜냐하면 한국계 귀신고래는 가족애가 무척 강하기 때문이다. 귀신고래는 가족 중 한 마리가 작살에 맞으면 그 주위를 떠나지 않는다. 포경업자들은 이런 가족애를 이용해 새끼부터 시작해 어미까지 싹쓸이 조업을 한다. 대표적인 이들이 일본 포경업자들이다. 무차별로 잡다 보니 귀신고래는 지금은 거의 발견되지 않는 멸종위기종이 됐다.

고래는 날씨를 알려주는 지표동물이면서 지구온난화를 저지하는 너무나 기특한 동물이다. “오늘은 비가 오려나, 고래들이 ‘날구지’하는 걸 보니 말이여.” 동해안에서 40년 동안 고래를 잡아온 분에게 들은 말이다. 고래는 비가 오기 전이나 폭풍이 불기 전에는 배 근처까지 다가온다고 한다. 고래들은 폐로 호흡을 하기 때문에 숨을 쉬려면 수면 위로 자주 올라와야 한다. 기압골이나 폭풍이 오기 전의 바다는 너울이 먼저 밀려오면서 수면이 거칠어진다. 이 때문에 고래가 숨쉬기가 힘들어진다. 그러나 배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잠깐 고요한 수면이 만들어진다. 고래들은 이때 숨을 쉽게 쉬기 위해 배 주위로 몰려드는 것이다.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해 전 세계가 기상 이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구온난화는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늘어나며 나타난 현상이다. 인간이 대량으로 방출한 이산화탄소는 바다를 산성화한다. 산성화된 바다는 바다 생물에게 죽음으로 다가간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고래가 많을수록 바다 환경이 좋아진다고 말한다. 고래가 배설한 똥 때문이다. 고래 똥은 양분이 가득해서 플랑크톤이 소비하면서 개체 수가 증가한다. 플랑크톤은 광합성으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줄여준다. 여기에 고래들은 죽으면 바다에 가라앉는다. 고래 몸 자체가 거대한 탄소 저장소이기에 바다 밑바닥에 엄청나게 많은 양의 탄소를 격리해 준다. 고래는 바다의 산성화를 막아주는 고마운 동물이다.

그런데 이렇게 유익한 고래를 일본인들은 즐겨 먹는다. 지금도 매년 5000t가량의 고래를 잡아먹는다고 한다. 일본의 고래 사냥은 국제적으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초 불과 몇 달 동안 남극 고래 조사라는 명목으로 밍크고래 333마리를 잡았다. 이 중 임신한 고래가 122마리였다. 조사라는 명분을 내세워 먹기 위한 고래를 잡은 것이다. 미국 CNN은 “죽인 마릿수가 충격적이고, 잔인하다”고 비난했고 유럽 언론들도 일본을 성토했다. 그러자 이들은 이제는 고래를 공식적으로 잡아먹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지난해 12월 국제포경위원회를 탈퇴한다고 밝혔다. 한국계 귀신고래도 거의 멸종시킨 일본 포경업자들이 얼마나 더 많은 고래를 사라지게 만들지 두려워진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한국기상협회 이사장
#국제포경위원회#귀신고래#고래#지구온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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