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서 뉴스 클릭하면 언론사 사이트로 이동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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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댓글수로 기사 배치 안해… 르피가로 댓글 시간순으로만 배열

미국 프랑스 등 선진국은 극악스럽게 ‘댓글 전쟁’을 하는 사례를 보기 힘들다. 문화와 시스템의 차이다.

미국 누리꾼들의 가장 대표적인 댓글 마당은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언론사 홈페이지다. 미국에서 압도적인 검색 사이트의 위상을 누리는 구글이 한국의 포털처럼 뉴스를 클릭과 댓글 수 등을 토대로 선정해 배치하는 식의 ‘편집자 역할’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광범위하게 댓글이 많이 달리는 곳은 언론사의 SNS 계정.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CNN 같은 유명 언론사에서 주요 기사를 자사의 SNS 계정에 포스팅하면 대거 댓글이 달리는 경우가 많다.

SNS 계정에서 벌어지는 댓글 토론이 자유롭고 비교적 단문 위주라면 NYT와 WP 같은 주요 신문사의 홈페이지에서 벌어지는 댓글 논쟁은 좀 더 진지하고 장문 중심이다. 많은 추천을 받은 댓글을 따로 볼 수 있는 기능도 있는데, 특정 현안에 대한 논리 전개가 탁월한 글들이다. WP의 경우 댓글 코너에 ‘논의 전(댓글 달기 전)에 관련 규정을 읽어 보라’는 일종의 경고문도 게재해 놓았다. 여기에는 ‘댓글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문제의 책임은 작성자가 진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프랑스도 네이버 같은 대형 뉴스 포털이 활성화돼 있지 않다. 구글의 기사는 모두 본래 언론사의 뉴스 사이트로 연결될 뿐이다. 15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취임 1주년 인터뷰와 관련한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 기사에 댓글이 2178개나 달렸다. 댓글을 살펴보니 일단 길이가 상당히 긴 편이었고 대통령의 인터뷰를 보고 난 관전평을 길게 분석해서 쓴 글이 많았다. 르피가로의 경우 댓글마다 ‘긴급(ALERT)’ 버튼이 있어 누구나 보고 부적절한 댓글이라는 판단이 들면 신고할 수 있다. 신고를 하면 르피가로가 운영하는 ‘조정관’에게 그 메시지가 전달된다. 조정관은 르피가로가 정한 댓글 조정 헌장에 따라 그 댓글을 처리할 수 있다. 인종차별주의, 중상모략, 명예훼손 글은 바로 삭제된다.

또 이번 주와 오늘 많이 본 뉴스, 댓글이 많이 달린 뉴스, 공유를 많이 한 뉴스를 별도 항목으로 소개한다. 그러나 인기 많은 기사만 소개할 뿐 인기 많은 댓글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누리꾼들이 마음에 들거나 불만이 있는 댓글에 추가 댓글을 쓸 순 있지만 ‘좋아요’나 ‘싫어요’ 같은 버튼은 없다. 댓글은 공감 순이 아니라 시간 순으로만 배열된다. 이 때문에 댓글에 ‘좋아요’를 눌러서 노출 빈도를 늘리거나 순위를 올리는 일은 불가능하다.

일본의 주요 언론사는 포털에 기사를 아예 공급하지 않거나 제한적으로만 공급한다. 이로 인해 포털이 여론에 미치는 영향이 한국만큼 크지 않다. 다만 구글에 이어 일본 내 포털 순위 2위인 야후저팬의 경우 2007년부터 기사에 댓글을 쓸 수 있고 ‘좋아요’와 ‘싫어요’를 누를 수 있게 돼 있어 한국의 포털 사이트와 상당히 유사하다. 하지만 한국과 달리 댓글의 사회적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다. 일본 미디어는 댓글을 여론으로 받아들이거나 인용하지 않는다.

파리=동정민 ditto@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 이세형 기자
#구글#포털사이트#여론조작#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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