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녀 혜택 기준 3→2명… 첫째부터 ‘출산크레디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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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고령사회 정책 대폭 수정


문재인 정부의 사실상 첫 저출산 종합대책인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로드맵’에서 정부는 출산율 목표치 자체를 제시하지 않았다. 2016년부터 5년간 추진하는 3차 저출산 기본계획에선 합계출산율 1.5명 달성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그 대신 아이를 키울 때 발생하는 부담을 줄여주는 대책을 대거 포함시켰다. 부모들이 아이를 낳는 것보다 키우는 데 대한 두려움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 로드맵에 어떤 내용 담겼나

가장 눈에 띄는 건 ‘자녀 의료비 경감’ 카드다. 정부는 2025년까지 초등학교 입학 전 아동의 의료비를 전액 지원하기로 했다. 일단 내년부터는 만 1세 미만 영아의 진료비를 임산부에게 일괄 지급하는 국민행복카드로 결제할 수 있다. 이 연령대를 만 6세까지 점차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쓰이는 재정은 지방자치단체위원회 예산을 활용할 방침이다. 도쿄 등 일본 지자체들이 시행하는 아동 의료비 지원을 모델로 삼았다.

다자녀 기준도 현행 ‘세 자녀’에서 ‘두 자녀’로 바뀐다. 세 자녀 기준이던 주거 지원, 의료비 지원, 대출금리 인하, 전기요금 30% 감면, 난방비 월 4000원 지급 등 공공요금 지원 혜택을 두 자녀부터 받게 되는 것이다. 자녀를 낳으면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추가로 인정해주는 ‘출산크레디트’ 혜택도 현재 둘째 아이에서 첫째 아이부터 주는 방안을 추진한다.

0∼5세 아동에게 월 10만 원씩 주는 아동수당은 사회적 논의를 거쳐 지급연령을 선진국 수준(만 15세 전후)으로 높일 계획이다. 이에 앞서 여야는 내년 9월부터 아동수당 지급대상을 초등학교 입학 전 아동(만 7세 미만)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 내년부터 육아휴직 기간에 건강보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월 보험료를 직장가입자 최저수준(9000원)으로 내릴 계획이다. 현재는 휴직 전 월급을 기준으로 월 최대 3만1200원 수준까지 보험료가 부과된다. 육아휴직 초기에 휴직급여를 몰아 받는 방안도 추진된다.

자녀의 성(姓) 결정은 아버지 성 원칙에서 부모 협의 원칙으로 전환하고, 혼외자의 구별을 폐지하는 법 개정을 추진한다. 결혼하지 않고도 아이를 차별 없이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병원에서 출생 사실을 통보하는 ‘출생통보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 속수무책 저출산, 결국 다음 정부로?

하지만 이 방안들이 저출산 극복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로드맵 정책 중 상당수는 1단계(2019∼2020년)가 아닌 2단계(2021∼2025년) 때 시행된다. 상당수 정책이 현 정부 임기(2022년) 이후 성과를 알 수 있다는 의미다.

이날 발표에서 최근 논의돼 온 추가 대책이 빠진 점도 현 정부의 저출산 극복 의지에 의구심을 낳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로드맵 마련에 앞서 출산휴가 후 자동으로 육아휴직을 쓰는 ‘자동육아휴직제’나 노사가 함께 기금을 만들어 육아휴직 비용을 대는 ‘부모보험’ 등을 논의했지만 로드맵에 포함하지 않았다.

또 당장 저출산 극복이 어렵다고 보고 ‘저출산 사회 연착륙 방안’을 로드맵에 담을 예정이었지만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이 역시 빠졌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저출산 정책 기조를 ‘출산 장려’에서 ‘삶의 질 개선’으로 바꾼 건 의미가 크다”며 “다만 개별 정책들이 당장 저출산을 해결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꾸준히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윤종 zozo@donga.com·김하경 기자
#저출산#고령사회#문재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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