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방북’ 실행되면…트럼프에게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

  • 뉴스1
  • 입력 2018년 10월 19일 14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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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北초청장 오면 반드시 답할 것…갈 수 있다”
평화프레임 전환 계기…북한에겐 호재

프란치스코 교황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 의사를 사실상 수용하면서 교황 방북이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8일(현지시간) 바티칸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초청 의사를 전달하자 북한으로부터 공식 초청장이 온다면 갈 수 있다고 답했다.

교황은 “초청장이 온다면 반드시 응답할 것”이라며 이탈리아어로 “어베일러블‘(available·사용가능하다·시간이 있다)”이라고 말했다고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전했다. 방북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앞으로 교황 방북이 실제 이뤄진다면 이는 세계사에 상당한 의미를 남기는 지점이 될 수 있다.

비핵화와 평화에 대한 진정성이 국제사회에 공인 받는 효과를 통해 북한이 정상국가로 나아가는 행보에서 중대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대북제재 완화 문제에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미국에게도 상당한 압박이 될 수 있다.

성염 전 교황청 대사는 19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서둘러서 대북 문제를 해결하거나 아니면 판을 엎어버리거나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며 “트럼프가 지금 큰 숙제를 안았다”고 진단했다.

김 위원장이 교황을 만나 과감히 국제사회에 커밍아웃을 한다면 모든 공적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교황에게 갈 여지가 있다는 것인데, 문 대통령도 이를 염두해 교황 방북을 주선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한미가 남북 경협과 이를 위해 필요한 대북 제재 완화 문제를 두고 온도차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사실상 교황 방북이 ’배수의 진‘이 됐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전세계가 주목하는 상황에서 평화의 메시지가 발신됐는데 협상이 교착되거나 난항하면 미국에게 심리적으로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에게 성과를 내야한다는 압박을 가중시켜 협상을 촉진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관점을 바꿔보면 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오히려 힘으로 작용할 여지도 있다.

프레임 자체가 ’비핵화‘에서 ’평화‘로 전환되는 계기가 됨으로써 미국 국내에서 트럼프식 대북 접근에 대해 우려하는 저항들이 완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국민들에게 평화 메시지가 갖는 효과는 상상 이상일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북 접근에서 전향적인 방식에 대한 의지가 있는데 국내적인 여건으로 가로막힌 부분이 있다면 상당 부분 유연화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그렇게 될 경우,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와 판단, 접근법에 힘이 실려 제재 문제에서도 협상 전략 외에 국내 정치에서 막혀 있던 장벽이 완화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교황 방문이 김정은 유일 지배 체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이 끝내 태도를 바꿀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미 1차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적대국인 미국 대통령과 대등하게 회담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북한 주민들에게 ’동북아 정세를 주도하고 있는 젊은 지도자‘라는 상당한 선전 효과가 각인된 상황에서 교황 방북은 북한에게 전혀 잃을 것이 없는 호재의 측면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그간 예루살렘 수도 인정 등 트럼프식 일방주의에 대한 우려를 끊임없이 표명해왔던 점도 북한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홍 위원은 “교황 방문은 북한에게 포장하기 나름으로 오히려 결속의 측면이나 대외적으로 김 위원장이 현재 가는 길에 대한 정당성, 향후 정책 노선과 대미 협상을 더욱 과감하게 나갈 수 있는 기제가 될 수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북한도 이를 호재로 보고 적극 활용하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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