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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안전한 나라” 홍보하던 김일성대 유학생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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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안전한 나라” 홍보하던 김일성대 유학생 어디로?

박태근 기자 입력 2019-06-27 16:36수정 2019-06-2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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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일성 대학을 다니다가 억류됐다는 소식이 27일 전해진 호주남성 알렉 시글리(29)는 평소 북한은 위험한 나라가 아니라고 적극 홍보해 오던 인물이다.

이날 호주 공영 ABC방송 등은 평양에 거주하던 시글리가 지난 24일부터 실종된 상태이며, 북한 당국에 체포된 것으로 우려된다고 전했다. 북한소식 전문 매체 미국의소리(VOA)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시글리가 24~25일쯤 북한 당국에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북한에 사는 유일한 호주인으로 알려진 시글리는 2013년부터 ‘통일투어’라는 북한 전문 여행사를 운영, 자신의 소셜미디어에(SNS)에 평양의 사진과 영상을 올리며 북한을 홍보해왔다. 지난해 4월부터는 평양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조선문학 석사학위과정을 밟고 있었다.

중국학 학자인 호주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를 둔 그는 고교 시절 러시아 혁명을 공부하면서 사회주의에 관심을 갖게 됐으며, 중국 대학에서 공부할 때 북한 교환학생들과 같은 기숙사에 살며 관심을 갖게 됐다고 지난 3월 영국 가디언 기고문을 통해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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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에서 그는 “이 북한 학생들과의 만남은 정말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며 “‘세뇌된 사람들’이라는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버렸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평양의 지하철은 게임, 영화, 뉴스에 빠진 ‘스마트폰 좀비’로 가득하다. 내가 만난 북한 사람 중 스마트폰이 없는 유일한 사람은 2000년대 노키아의 피처폰을 사용하는 73세의 문학론 교수님뿐이다”고 적었다.

영어를 전공하는 북한 학생과 기숙사 생활을 했다는 그는 “전 세계의 20대 남성과 다를 바가 없었다. 열렬한 축구팬으로 네이마르와 메시를 사랑했다”고도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김일성 대학에는 세 명의 서양 학생이 있으며, 이 가운데 시글리는 유일한 호주인이다. 학생비자로 장기 체류한 그는 평양 곳곳을 살펴볼 수 있는 전례 없는 접근권을 갖게 됐다고 한다.

호주 방송에서는 북한이 위험한 나라가 아니라고 홍보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호주 ABC방송에서 북한에 부정적인 인식을 없애길 바란다며 “북한이 위험하다면 여행 가이드 일을 중단했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그는 유창한 한국말과 함께 북한 곳곳의 풍경과 음식, 패션, 문화 등을 SNS에 소개해 왔다. 24일 오후엔 류경호텔에 새 간판이 걸려있는 사진을 올리며 “개업 날이 다가오고 있는가?”란 글을 올렸다.

하지만 이 게시물이 끝으로 종적을 감췄다. 지인들은 시글리의 평소 행동에 비춰볼 때 매우 이례적이라고 호주 언론에 말했다.

호주 외교부는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면서도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자세히 언급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호주는 북한에 대사관을 두지 않아 외교적 접근이 제한돼 있다. 호주 정부는 북한 여행을 자제하라고 권고해 왔다.

이에 일각에서는 지난 2016년부터 17개월간 구금됐다 풀려난 직후 사망한 미국인 학생 오토 웜비어의 사례를 언급하며 ‘제2 웜비어’ 될까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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