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3, 4세대 총수’ 시대로… 카카오, 순수 IT기업 첫 ‘재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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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59개 기업집단-동일인 발표


구광모 LG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대기업집단(그룹)을 지배하는 동일인(총수)으로 새로 지정됐다. 지난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총수에 오른 데 이어 3, 4세 경영이 본격화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5일 자산 총액 5조 원 이상인 59개 기업집단과 동일인 지정 현황을 발표했다. 동일인 지정은 ‘동일인=총수=그룹 주인’으로 보고 동일인의 친족과 보유 지분 등에 맞춰 그룹의 계열사 범위를 확정짓고, 내부거래 등을 통제하기 위한 제도다.

○ 59개 그룹 ‘정부 공인 총수’ 지정

자산 5조 원 이상인 기업집단은 모두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규제를 받는 공시 대상 기업집단이 된다.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은 종전대로 총수 지위를 유지했다. 재계에서는 현대차의 동일인이 정의선 수석부회장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공정위가 현대차가 낸 정 회장의 건강소견서와 자필 서명을 검토한 결과 동일인을 바꾸지 않기로 했다.

조원태 한진 회장은 공정위 직권으로 총수로 지정했다. 한진 측이 정해진 기한까지 동일인 변경 신청서를 내지 않아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절차대로 변경 신청서를 냈다. 공정위는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전 회장을 비롯해 코오롱그룹 이웅열 전 회장, DB그룹 김준기 전 회장,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 등이 일선에서 퇴진했지만 여전히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 재계 “동일인 제도 시대착오적”

동일인 제도는 1987년 도입됐다. 외국에는 없는 제도로 행정 편의를 위해 지정한다. 이 때문에 해마다 동일인 지정을 둘러싸고 정부와 재계 간 잡음이 생겨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2017년 공정위는 네이버를 공시 대상 기업집단에 포함시키면서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를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당시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제조업을 염두에 두고 만든 규제를 신산업인 IT 분야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있었다. 지난해 삼성과 롯데의 동일인을 공정위가 직권 지정할 때도 지정 기준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동일인 지정 초기에는 창업주가 그룹 총수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동일인 지정에 별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3, 4세 경영이 본격화하고 총수 지분이 감소하면서 동일인 지정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공정거래법에는 동일인에 대한 정의가 없다. 공정위가 ‘기업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사람 또는 법인’이라고 설명할 뿐이다. 현재 공정위는 동일인을 지정할 때 기업의 의견을 최우선으로 하되 ‘중대하고 명백한 사유’가 생기면 동일인을 직권으로 바꾸기도 한다. 직권으로 동일인을 지정할 때는 지분을 우선 고려하되 임원 선임, 조직 개편 과정에서의 영향력 등 실질적 지배력을 감안한다. 그러나 명문 규정 없이 내부 심사에 의존하기 때문에 투명성과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재계에서는 동일인 제도가 시대착오적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총수 한 명이 전 계열사를 책임지고 지배할 수 없는 구조인데도 모든 책임을 한 명에게 묻는 제도가 모순이라는 것이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동일인 제도를 당장 폐지할 수는 없겠지만 토론회와 연구를 통해 새로운 시대를 반영하는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김성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공정위 내부에서도 동일인 지정 절차를 투명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 삼성 자산 400조 원 넘겨

공정위는 이번에 자산 10조 원 이상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순위도 발표했다. 기업의 외형을 보여주는 기준이다.

삼성은 자산 총액이 414조5000억 원으로 처음 400조 원대를 넘겼다. 재계 2, 3위인 현대차와 SK는 지난해 발표(2017년 기준)에선 자산이 33조 원 차이 났지만 올해 5조4800억 원(2018년 기준)으로 줄었다. 한화는 지난해 8위에서 올해 7위로 올라섰고, GS는 7위에서 8위로 한 계단 내려앉았다. 두산도 13위에서 15위로 떨어졌다. 자산 10조6030억 원의 카카오는 순수 IT 기업 중 처음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지정됐다. 2016년 자산 5조 원 이상 공시 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된 지 3년 만에 덩치를 두 배로 키웠다.

자산 10조 원 이상이면 상호출자 금지, 순환출자 금지, 채무보증 금지,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등의 규제를 추가로 받는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대기업#재벌 총수#동일인 제도#카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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