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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출신 7명이 상고심 275건 수임… 2명은 일주일에 1건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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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출신 7명이 상고심 275건 수임… 2명은 일주일에 1건꼴

이호재 기자 , 김예지 기자 입력 2019-04-23 03:00수정 2019-06-25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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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예우, 반칙이고 범죄입니다] <中> 대법관 출신 변호사 ‘황제 예우’
41명중 7명이 사건 69% 싹쓸이… 선임계 이름 올리고 10억이상 연봉
실무 변호사들 거느리는 하청구조
대법원 상고 기각률 77%인데 전관 변호땐 50%… 현저히 낮아
법조계 “수임 명세 신고 의무화를”
크게보기위 심리불속행비율은 상고·피상고를 가리지 않은 것임. 그중 심리불속행에 의한 상고기각률은 각각 A 전 대법관 14.3%, B 전 대법관 51.7%, C 전 대법관 33.3%, D 전 대법관 54.2%, E 전 대법관 52.0%, F 전 대법관 18.2%, G 전 대법관 47.4%이었음.
한국 대법원의 영문 홈페이지에는 대법관을 미국 연방대법관과 똑같은 ‘Justice’로 표기하고 있다. ‘정의 그 자체’라는 뜻이다. 최고 법원인 대법원에서 최종적인 법 해석을 하고 가장 권위 있는 판례를 만드는 법률가가 대법관이다.

6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대법관은 여러 유명 로펌의 영입 제안을 받는다. 하지만 상당수 대법관은 마다한다. 전직 대법관이 변호를 맡으면 자칫 옛 동료와 수많은 후배 판사들에게 부담을 주고, 전관예우(前官禮遇) 시비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로펌에 소속돼 상고심 사건을 집중적으로 맡으면서 전관예우 확산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법조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 7명이 전직 대법관 상고심 사건 69% 맡아

1980년 이후 대법관으로 재직한 전직 중 현재 살아있는 사람은 69명이다. 이들 중 지난해 말 기준 변호사로 등록된 ‘대법관 출신 변호사’는 59.4%인 41명이다. 나머지 28명은 변호사 등록을 아예 하지 않았거나, 변호사 등록만 했을 뿐 개업 신고를 하지 않아 영업 활동 실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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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는 변호사 영업을 하고 있는 대법관 출신 41명이 선임계를 낸 상고심 사건 중 지난해 선고된 사건의 판결문 399건을 입수해 전수 조사했다. 그 결과 사건을 많이 수임한 상위 7명이 399건의 68.9%인 275건을 수임했다. 상위 7명이 다른 대법관 출신 변호사 34명이 수임한 124건(31.1%)의 두 배 이상을 맡은 것이다. 공동 순위까지 합쳐 상위 11명이 수임한 사건은 전체의 84.5%(337건)였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의 수임료는 보통 다른 변호사 수임료의 최대 수십 배에 달한다. 특히 사건 수임 상위 7명은 대부분 현재 대형 로펌에서 최상급 의전을 받고, 연봉을 10억 원 이상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이들은 이른바 ‘제왕적 전관’으로 불리며 전관예우 근절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제왕적 전관 떠받치는 로펌의 ‘하청 구조’

제왕적 전관들은 사건을 빠르게, 많이 처리한다. A 변호사는 지난해 대법관 출신 가운데 가장 많은 64건의 사건을 대법원에서 선고받았다. B 변호사가 지난해 선고받은 상고심 사건은 50건이다. 일주일에 1건꼴로 선고받은 셈이다.

법리적으로 복잡한 상고심 사건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건 이들이 속한 대형 로펌의 ‘하청 구조’ 덕분이다. 보통 대형 로펌은 제왕적 전관을 경력 10∼20년 차 중견 변호사와 그보다 경력이 짧은 ‘피라미 변호사’ 여러 명이 돕도록 한다. 매일 야근을 하면서 사건 기록을 검토하는 건 피라미 변호사다.

그래서 제왕적 전관들이 대법관 경력으로 수임계와 상고 이유서에 찍는 ‘도장값’만 받아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실제 변론에는 별로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변호사 사무실이 많은 서울 서초동 일대에서는 제왕적 전관들의 도장값이 보통 3000만∼5000만 원이라는 얘기가 돈다.

하지만 제왕적 전관들은 법조윤리협의회에 수임 명세를 신고할 의무가 없다. 퇴직 대법관들은 과거 신고 대상이 아니었거나 퇴직 후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로펌에 들어가야 했기 때문에 퇴직 후 2년까지만 신고를 하게 돼 있는 현행 변호사법 규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법조윤리협의회 하창우 위원장은 “대법관 등 고위직 출신 전관 변호사들의 수임 명세를 신고하도록 규정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현직 대법관들과 가까울 것’…기대심리

대법관 출신 변호사의 수임료가 비싼 이유는 상고 이유서에 이들의 이름이 들어가면 상고심 결과가 더 좋아질 것이라는 의뢰인의 ‘기대심리’가 있기 때문이다. 의뢰인들은 특히 상고심 실적이 많은 제왕적 전관들이 현직 대법관들과 가까워서 재판 결과가 좋게 나올 것으로 기대하며 더 많은 수임료를 낸다.

법리적으로 다툴 여지가 없어 재판 당사자에게 상고기각만 간단히 통보하는 이른바 ‘심리불속행 비율’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제왕적 전관들의 심리불속행 비율은 50.1%였다. 지난해 대법원 전체 사건의 심리불속행 비율(76.6%)보다 훨씬 낮았던 것이다. 승소율의 경우 40%를 넘긴 전직 대법관도 있었지만 9.7%에 불과한 경우도 있어 사건에 따라 차이가 컸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관들을 시군 판사나 학계로 유도하기 위해 연금을 높이는 등 경제적인 뒷받침을 해 변호사로 개업할 마음이 들지 않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호재 hoho@donga.com·김예지 기자
#대법관#전관예우#상고심#변호사#제왕적 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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