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의 한 시대가 갔다…하버드대 ‘맨큐의 경제학’ 역사속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1일 16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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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의 한 시대가 갔다. 불확실한 경제를 우리에게 남겨두고.’

최근 블룸버그뉴스는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69·경제학)에 대한 조의(弔意) 사설을 게재했다. 사설은 마치 맨큐 교수가 큰 변을 당한 것 같은 비장한 분위기를 풍기지만 사실 그는 14년동안 진행해온 수업 ‘경제학 원론(Ec 10)’을 그만둔다고 했을 뿐이다. 그만큼 맨큐 교수의 수업은 유명하다. 미국 식자들 사이에 ‘Ec 10’는 고유명사로 통한다. 맨큐 교수를 말하고, 최고의 경제학원론 강의를 의미한다. 국내에서도 경제·경영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맨큐’라는 이름은 낯설지 않다. ‘맨큐의 경제학’ ‘만화로 보는 맨큐 경제학 문제풀이’ 등 29권의 관련 서적이 출간됐을 정도다.

하버드대 교지 ‘하버드 크림슨’은 5일 ‘맨큐 교수가 자신의 플래그쉽(주력상품) 수업을 떠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가장 많은 수강생들을 몰고 다니는 그가 e메일을 통해 ‘이번 학기(5월 말 종료되는 봄 학기)가 Ec 10 수업의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전해왔다”고 밝혔다.

2005년 Ec 10 수업을 시작한 맨큐 교수는 최근 6년 연속 수강생 동원에서 1위를 지켜왔다. 1년(2개 학기) 단위로 구성된 장기 수업임에도 불구하고 매 학기마다 500명이상씩 동원한다. 딱딱한 경제학 이론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친숙한 상황을 가정해 경제학을 풀어내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윈회 위원장(2003~2005)을 지낸 경력 덕분에 생생한 정책 얘기도 들을 수 있다.

Ec 10은 전반 학기에 애덤 스미스의 시장경제론, 후반 학기에 존 메이너드 케인즈의 정부 개입론 위주로 진행된다. 중점은 시장경제론에 둔다. 이로 인해 그의 수업은 시장경제를 지나치게 옹호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맨큐 교수의 수업은 수많은 화제가 따라다닌다. 2011년 일부 학생들이 수업 중 퇴장한 일화는 유명하다. 퇴장 학생들은 맨큐 교수에게 보내는 공개질의문에서 “왜 애덤 스미스론을 기본적인 경제논리라고 할 수 있느냐”며 “사회적 불평등과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정부 개입에 대해서도 학생들은 충분히 알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맨큐 교수는 교지와의 인터뷰에서 수업을 그만두는 이유에 대해 “교육자로서 다른 도전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하버드대의 진보적 분위기와 맨큐 교수의 자유주의적, 시장중심적 사고가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블룸버그뉴스는 “맨큐 교수의 자유주의적 성향은 ‘대기업과 부자들의 수호자’라는 오해를 낳기도 했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정부개입과 불평소 해소로 연구 초점을 옮겨가는 시대에 그는 매우 독특한 학자”라고 평가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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