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日 일방적 답변요구 응할 이유 없어”… 한일 갈등 2라운드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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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경제보복 파장]중재위 무응답으로 사실상 거부

일본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과 관련해 ‘제3국 중재위원회 설치’를 요구하면서 제시한 답변 시한인 18일 한국 정부는 수용도 거부도 아닌 ‘무응답’으로 대응했다. 전날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건설적인 제안에 열려 있고, 융통성을 발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지만 일단 일본 정부 논리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날 한일 정부는 팽팽한 신경전을 펼쳤다.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일본 관방 부장관은 “한국 정부는 (한일 청구권) 협정상 정해진 시한인 오늘(18일) 밤 12시까지 중재에 응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이에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중재위 절차에 응할 의무가 있느냐’는 질문에 “일본이 일방적이고 자의적으로 설정한 일자에 구속될 필요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정부 관계자는 전날 외신 기자들과 만나 “중재를 받아들일 경우 (양쪽을 모두 만족시키기 어려운) 쪼개진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일본으로선 중재위 답변 시한을 넘겼다고 보고 ‘한일 청구권 협정에 근거해 외교적으로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을 모두 동원했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는 일단 열린 자세로 대화에 임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통해 상황 관리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19일 일본이 제3국 중재위 구성을 제안하기 직전에 내놓았던 한일 기업이 참여해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1+1 기금안’을 기본 입장으로 고수하되, 다양한 해결책을 논의해 보자는 식이다.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는 18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일본의 경제 보복과 한일 관계’를 주제로 연 포럼에서 “한일 기업이 자발적으로 기울이는 노력과 함께 한국 정부도 별도의 피해자 구제에 나서겠다고 일본에 새로운 제안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정부는 일본이 국제사법재판소(ICJ) 회부 등 준비한 시나리오대로 움직일 것이라는 관측을 염두에 두고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당장 19일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상의 담화가 예정돼 있어 일본의 새로운 입장이 나올 계획인 데다 21일 참의원 선거 이후 본격화될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에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이 24일까지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국가)와 관련된 공청회를 거쳐 의견 수렴을 마친 이후를 예상하는 모습도 내비쳤다.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 회동에 참석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김상조 정책실장의 보고에 따르면 일본이 26∼30일 사이 각료회의에서 배제 여부를 결정하면 이르면 29일에서 다음 달 1일 화이트리스트에서의 배제를 발표하고 다음달 22일 화이트리스트 배제가 시행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 실장은 다음 달 22일 화이트리스트 배제 시행이 예상된다고 했다.

이달 23일부터 24일까지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열리는 일반이사회에서 일본 정부가 한국을 상대로 한 반도체 주요 소재 수출 규제 강화 조치의 적절성을 두고 한일 당국자 간의 치열한 설전도 예상된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한기재 기자

#강제징용 피해자#일본 중재위 요구#정부 무응답#한일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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