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쿠 화재후 18년만의 최악 참사… 슬픔에 잠긴 日열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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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방화 참사 최소 33명 사망… 40대男 “죽어라” 외치며 휘발유 뿌려
폭발음뒤 3층 건물 불길 휩싸여… 부상 36명중 17명 생명 위독
도주하던 용의자 직원들이 붙잡아… 신주쿠 화재후 18년만의 최악 참사

처참한 화재 현장 18일 일본 교토시 교토애니메이션 제1스튜디오 화재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이 소방 호스와 사다리를 이용해 진화 및 구조 작업을 펼치고 있다. 경찰은 “방화범이 불을 지른 뒤 화염이 빠르게 번져 많은 사람이 2층 창문을 통해 밖으로 뛰어내렸다”고 밝혔다. 교토=AP 뉴시스
처참한 화재 현장 18일 일본 교토시 교토애니메이션 제1스튜디오 화재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이 소방 호스와 사다리를 이용해 진화 및 구조 작업을 펼치고 있다. 경찰은 “방화범이 불을 지른 뒤 화염이 빠르게 번져 많은 사람이 2층 창문을 통해 밖으로 뛰어내렸다”고 밝혔다. 교토=AP 뉴시스
18일 일본 교토(京都)의 한 애니메이션 제작 회사에서 방화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최소 33명이 숨지고 36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망자 대부분은 진화가 완료된 후 건물 내부를 수색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탈출구를 찾다가 미처 화염과 연기를 피하지 못한 모습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부상자 가운데 17명이 중상으로 생명이 위험한 상태여서 희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불이 난 뒤 수십 명 비명 지르며 뛰쳐나와


교도통신에 따르면 화재는 이날 오전 10시 35분경 교토시 후시미(伏見)구 모모야마(桃山) 주택가에 있는 ‘교토애니메이션’ 제1스튜디오에서 발생했다, NHK방송은 “스튜디오 1층에 침입한 41세 남성이 갑자기 ‘죽어라!’라고 소리를 지르면서 휘발유로 추정되는 액체를 사방에 뿌린 뒤 불을 질렀다”고 전했다.

소방차 30대를 동원해 출동한 소방관들이 화재 발생 후 약 5시간 만에 진화를 마쳤지만 3층 높이 건물 전체가 이미 불에 탄 뒤였다. 주변을 지나던 목격자들은 “큰 폭발음이 두 차례 들린 뒤 건물 전체가 빠르게 화염에 휩싸이더니 시커먼 연기가 하늘을 뒤덮었다. 직원 수십 명이 비명을 지르며 밖으로 뛰어나왔다”고 말했다.

요미우리신문은 “2층 창문을 통해 급하게 밖으로 뛰어내리는 사람들을 건물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받아내 구조했다. 건물 외벽 부착물에 위태롭게 매달려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였다”고 보도했다. 구조 당국은 “직원과 방문객 등 건물 안에 머물던 70여 명 가운데 소재 파악이 되지 않은 실종자가 5명 있어 정확한 희생자 수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제1스튜디오 건물 내부 1층은 사무소이고 2, 3층은 애니메이션 제작실이다. 진화 후 수색작업에서 발견된 시신은 주로 2층 창문 근처, 3층에서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 부근에 몰려 있었다. 현장에서 이미 사망이 확인된 1구를 제외한 다른 이들은 모두 심폐정지 상태로 소생술을 받으면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호흡을 회복하지 못했다.

○ 업체 사장 “협박 메일 받아 경찰에 신고”



범행 후 용의자는 약 100m 떨어진 인근 지하철역으로 도주했으나 뒤쫓아 온 회사 직원들에게 붙잡혔다. 경찰은 부상당한 방화 용의자를 병원으로 이송한 뒤 방화 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다. 방화 30여 분 전에 근처 주유소에서 휘발유 40L를 구매한 용의자는 교토애니메이션에서 근무했던 경력자는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 현장 주변에서 흉기 여러 점이 발견됐지만 용의자가 가져온 흉기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핫타 히데아키(八田英明) 교토 애니메이션 사장은 “회사에 대한 협박성 e메일을 받은 적이 여러 번 있다. 회사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협박성 글이 올라와 경찰에 신고해 수사가 진행된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NHK는 목격자의 발언을 인용해 “용의자가 경찰에게 ‘표절이나 하고!’라고 외치며 성난 표정으로 잡혀갔다. 작품 내용과 관련해 불만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 화재 참사에 아베 총리 “말을 잃었다”


이번 화재는 2001년 9월 도쿄 신주쿠(新宿) 가부키초(歌舞伎町)의 한 상가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 이후 일본에서 일어난 최악의 화재 참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화재에서는 44명이 목숨을 잃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사상자가 다수 발생한 처참한 사건이다. 할 말을 잃었다.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하며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고 밝혔다. 일본 누리꾼들은 트위터 등에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었던 것일까. 너무 잔인한 사건이다”라는 글을 올려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교토애니메이션은 1981년 설립됐으며 본사는 교토부 우지(宇治)시에 있다. 총 직원 수는 160여 명이며 화재가 난 제1스튜디오는 2008년 완공됐다. 하청 제작업체로 출발해 게임이나 소설 등 이미 원작이 있는 작품을 애니메이션으로 재가공해 내놓고 있다.

대표작은 베스트셀러 연애소설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을 원작으로 만든 동명 TV 애니메이션이다. 이 작품은 2006년 4∼7월 방영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2003년 발표해 화제를 모은 ‘풀 메탈 패닉!’도 동명 연애소설을 원작으로 삼아 만들어진 작품이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교토 방화 참사#교토 애니메이션#아베 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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