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야 “초당적 對日 외교”… 구체적 해법도 머리 맞대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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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가 어제 청와대에서 만나 “일본의 수출규제는 부당한 경제보복이며 한일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조치”라며 일본을 향해 보복조치를 즉각 철회하고 외교적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범국가적 차원의 대응을 위해 비상협력기구를 설치하기로 했다.

여야가 초당적 협력을 다짐한 것은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 비록 공동발표문이 외교적 해결 노력에 국한됐고 원론적 합의에 그친 인상도 없지 않지만 산적한 정치적 이견을 뒤로 하고 한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선 평가할 만하다. 우리 정부의 외교력은 이런 정치권의 지원 아래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정부가 비상한 협력과 소통·통합을 다짐한 만큼 협치(協治)의 수준을 한 단계 높여가는 시작이 되길 기대한다.

물론 여야는 한일 갈등을 바라보는 시각과 해결 방식을 놓고선 의견이 엇갈렸다. 특히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외교안보 라인의 경질과 함께 경제정책의 대전환까지 요구했다. 이에 문 대통령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추가경정예산의 조속한 처리를 앞세웠다. 앞으로 청와대와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가야 할 숙제다.

어제 여야 대표들의 외교적 해결 주문에 문 대통령은 실질적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야당 대표들은 한일 정상회담을 통한 톱다운식 해결과 그 물꼬를 트기 위한 대일 특사 파견을 제안했다. 그동안 정부도 물밑에서 비공식적 노력을 벌여온 만큼 이낙연 국무총리의 특사 파견 등 정상급 외교가 조만간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는 최근 “모든 제안을 테이블 위에 올릴 수 있다”며 외교적 해결을 위한 ‘유연한 대응’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정부는 한일 기업들이 기금을 조성해 위자료를 지급하는 ‘1+1 안’을 제시해왔지만 이것만을 고집하지 않겠다며 열린 자세를 보여준 것이다.

우리 정부가 유연한 태도를 보인 만큼 일본도 보복조치를 거두고 협상 테이블에 나서야 한다. 어제는 일본이 요구한 제3국 중재위원회 설치에 대한 답변 시한이었지만 우리 정부는 답변 자체를 하지 않았다. 일본은 앞으로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지만, 제소 시점을 두고선 당분간 한국 측 대응을 지켜볼 방침이라고 한다.

당장 일본 정부의 가시적인 태도 전환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21일 일본 참의원 선거가 끝나고 다음 주엔 제네바 세계무역기구(WTO)에서 한일 간 공방도 벌어질 것이다. 그런 떠들썩함 속에서도 양국 간엔 물밑 접촉을 통한 조용한 외교가 진행되어야 한다. 우리 정부는 더더욱 야당을 포함한 정치권의 협력을 얻는 데 주력해야 한다. 한일 과거사 문제야말로 피해 당사자는 물론 국민적 동의를 얻어야 진정 해결이 가능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여야 5당 대표#일본 수출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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