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1000억 피눈물 쏟게 한 ‘개미 도살자’… 마침내 검찰이 칼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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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본 M&A’ 기업사냥꾼 본격 수사

중소우량기업을 무자본으로 인수합병(M&A)한 뒤 회사 자금을 통째로 빼돌리고, 상장 폐지시킨 이른바 ‘개미(소액주주) 도살자’에 대해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소액주주들은 ‘개미 도살자’로부터 입은 피해액을 1000억 원 이상으로 추산하고, 최근 이모 씨(62)를 검찰에 고소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김태권)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 등으로 코스닥 상장회사인 지와이커머스 실소유주 이 씨의 서울 광진구 사무실 등을 19일 압수수색했다.

이 씨는 전자상거래 전문 기업인 지와이커머스를 인수한 뒤 회사의 자금을 이용해 또 다른 기업 M&A에 나섰다가 실패해 소액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등에 따르면 이 씨는 미리 설립해 둔 투자조합을 동원해 지난해 1월 지와이커머스의 주식 207억여 원어치를 매수해 실소유주가 됐다. 이 씨는 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자기 돈을 들이지 않았다. 지인이나 친인척 등을 대표로 내세워 투자조합을 구성한 뒤 사채를 빌려 자본을 확보했다.

회사를 인수한 뒤 이 씨는 자신의 친인척을 대표이사와 사내이사 등에 앉힌 뒤 회삿돈을 유용했다. 특히 지와이커머스의 자금 60억 원을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또 다른 회사에 대여하면서 상장폐지 직전인 회사의 주식을 담보로 제공했다. 또 사채업자를 상대로 35억 원 상당의 개인 채무를 지는 과정에서 회사가 연대 보증하게 하는 수법을 이용했다.

검찰은 이 씨의 행위가 주주들에게 피해를 전가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 씨는 회사 인수 당시 끌어다 쓴 사채 빚을 갚기 위해 회사 주식을 다 처분한 뒤에도 친인척을 앞세워 실소유주로 활동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 등은 조직적인 기업범죄를 벌이며 자본시장을 교란시켜 왔다. 이 씨는 2011년 특가법상 횡령 및 증거은닉 등의 혐의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당시 이 씨가 2009년 4월경부터 투자조합을 통해 회사를 인수했고, 인수한 회삿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이 씨는 출소 뒤에도 이 같은 범행을 반복했다. 2016년 6월경 IT 부품업체인 레이젠, 2017년 4월경 초정밀 부품 제조업체인 KJ프리텍을 인수하는 과정에도 같은 수법을 사용했다. 당시 이 씨가 설립한 투자조합이 개입해 회사 주식을 담보로 한 사채와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자본을 기업 인수에 활용했다.

이 씨는 기업을 M&A할 때마다 자신의 친인척 등을 전면에 내세우며 기업 자본금을 빼돌렸다. 자신의 조카에게 KJ프리텍, 지와이커머스의 사내이사를 맡기고, 부인을 지와이커머스의 사내이사에 임명했다. 또 레이젠의 대표이사 정모 씨에게 KJ프리텍 사내이사를 겸임하도록 해 이사회를 장악했다.

검찰은 지와이커머스 외에 레이젠과 KJ프리텍 등 관련 기업들의 M&A 과정을 전반적으로 수사할 계획이다.

이 씨가 손을 댄 기업마다 자금 악화에 직면하고, 소액주주들이 큰 피해를 입게 되면서 증권가와 사채업자들을 중심으로 이 씨를 ‘개미 도살자’로 부르고 있다. 지와이커머스의 경우 회삿돈 총 600억여 원이 사라지는 등 주주들에게 피해가 전가됐다고 보고 있다. 레이젠은 현재 코스닥 시장에서 지난해 10월 상장폐지됐고 KJ프리텍과 지와이커머스는 상장폐지 심사를 앞두고 있다.

김동혁 hack@donga.com·전주영 기자
#개미 도살자#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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