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 건물’ 목욕탕 화재, 스프링클러 또 없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대구 도심서 2명 숨지고 81명 부상
1980년 완공 7층 주상복합건물, 불난 4층 사우나 설치대상 제외
20분만에 진화에도 피해 커져

19일 오전 7시경 대구 중구 포정동 주상복합건물 4층 대보사우나에서 불이 나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이 불로 2명이 숨지고 81명이 다쳤다. 대구=뉴스1
19일 오전 7시경 대구 중구 포정동 주상복합건물 4층 대보사우나에서 불이 나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이 불로 2명이 숨지고 81명이 다쳤다. 대구=뉴스1
19일 대구 도심 목욕탕 화재로 2명이 숨지고 81명이 다쳤다. 목욕탕에는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이날 오전 7시 11분 대구 중구 포정동 7층짜리 주상복합건물 4층 ‘대보사우나’에서 불이 나 목욕하던 박모 씨(74)와 이모 씨(64)가 숨졌다. 유독 가스를 마셔 질식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은 탈의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목욕탕 손님 김모 씨(71) 등 3명은 2, 3도 화상을 입거나 다리를 다쳤다. 다른 고객과 주민 등 78명은 연기를 약간 마셔 치료를 받았다. 불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 약 150명과 장비 50여 대에 의해 20분 만인 7시 반경 꺼졌다.

불이 난 건물은 1980년에 지은 것으로 지상 1, 2층은 상가, 3층은 찜질방, 5∼7층은 아파트다. 4층부터 7층까지는 3층 옥상에서 2m가량 안쪽으로 들여 지었다.

소방당국은 불이 목욕탕 남탕 입구 구둣방에서 전기적 요인에 의해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곳의 전열기와 TV는 켜져 있지 않았지만 콘센트에 연결돼 있었다. 불을 처음 본 남탕 종업원은 “소화기”라고 외친 뒤 소화기로 불을 끄려 했지만 여의치 않자 구둣방 주인과 세신사(洗身士), 카운터 직원과 함께 손님들을 입구 반대쪽 비상구로 유도했다. 여탕 손님과 종업원 등은 비상벨이 울리자 여탕 내 비상구로 대피했다. 당시 남탕에는 15명, 여탕에는 6명의 손님이 있었다. 사망자와 중상자 등 5명 가운데 4명이 남탕 손님이다.

불은 가연성 소재로 된 천장 마감재를 타고 번졌다. 천장에 40년 가까이 쌓인 먼지가 화약처럼 더 빠르게 번지게 했다. 창문은 모두 밀폐돼 연기가 내부에 갇히는 꼴이 됐다.

소방시설법에 따르면 목욕탕 같은 근린생활시설은 바닥 면적 합계가 1000m² 이상일 경우 모든 층에 간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이 규정은 2012년 9월 시행돼 1980년에 개업한 이 목욕탕은 해당되지 않는다. 또 다중이용업소법에 따르면 수용 인원 100명 이상인 사우나, 찜질방은 스프링클러 등을 갖춰야 하지만 이 목욕탕은 10명이 채 못 들어가는 사우나 시설만 있어 설치 대상이 아니었다. 이 건물 3층 찜질방에는 스프링클러가 있었다.

소방청은 지난해 12월 다중이용업소 화재 안전 강화 대책을 발표해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 규정 시행 이전에 지은 건물에 대해서도 소급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목욕탕은 근린생활시설로만 규정돼 소급 적용 대상이 아니다.

한편 이날 오전 5시경 전북 전주시 덕진구의 한 주택에서 불이 나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낮 12시경 충남 천안시 서북구 두정동의 모 오피스텔에서도 방화에 의한 화재로 입주민 6명이 연기를 마셔 치료를 받았다.

대구=박광일 light1@donga.com / 서형석 기자
#화재#스프링클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