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20대 청춘들에 수십년 前 록스타 삶이 낯설지 않은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8일 17시 32분


코멘트
‘퀸’ 열풍이 심상치 않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800만을 눈앞에 두고 있다. 미국에 이은 세계 2위의 흥행 스코어로 퀸의 본고장인 영국까지 넘어섰다.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고, 너도나도 N차 관람을 인증하기 바쁘니 이대로라면 천만은 거뜬해 보인다. 관객들이 발을 구르고 싶은 충동을 누르지 못해 기획됐다는 싱어롱(영화를 보며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관의 ‘떼창’ 문화는 외신에까지 소개되기에 이르렀다.

흥미로운 것은 극장을 찾은 이들 중 대부분이 20대라는 것이다. 당초 대다수가 40대 이상일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영화는 퀸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청춘들에게 퀸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할아버지뻘의 스타에게 이토록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코스튬, 야광봉, 탬버린까지 동원해가며 일종의 놀이처럼 번진 싱어롱관의 유행, 오래된 것(retro)을 새로운 것(new)으로 받아들이는 요즘 20대의 특성…. 단지 그뿐일까.

극 중 퀸이 다른 밴드와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에 프레디는 이렇게 답한다. “우리는 부적응자들을 위해 노래하는 부적응자들이에요.” 툭 튀어나온 앞니, 인도계 이민자, 그리고 성소수자. 그는 요즘 말로 전형적인 ‘아싸(아웃사이더, 비주류)’의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지만 전설로 남았다. 굳이 ‘인싸(인사이더, 주류)’가 되고자, 주류 음악에 편입되고자 애쓰지 않고 본인만의 색깔을 밀고 나갔기에 가능했던 이야기다.

과거에는 아싸를 깔보고 인싸가 되지 못하는 것을 불쌍하게 여기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반면 최근에는 오히려 대세에 편승하거나 타인의 시선에 연연하는 인싸를 희화화한다. 근래 유행하는 ‘인싸템(인사이더+아이템)’들은 통닭모자, 우럭슬리퍼 등 온통 해괴한 것들뿐이다. 정형화된 기준, 관습을 벗어나 자신만의 가치관을 좇는 이들을 일명 ‘리스펙트(존중,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20대를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 오늘날의 청춘에게 수십 년 전 록 스타의 삶이 낯설지 않은 이유이다.

주류가 되기를 포기한 것인지 거부한 것인지는 논의의 여지가 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명문대, 대기업 등 소위 ‘주류가 되기 위한 과정’들을 착실히 완수한다 해서 행복해지는 것은 아님을 이제는 알고 있다는 것이다. 타인이 아닌 본인의 기준에 따라, 불행한 인싸보다는 행복한 아싸가 되기를 택한다. 아니, 애초에 ‘인’과 ‘아웃’의 경계를 나누는 기준이 내가 아니었으니 기준점부터 바로잡아야 마땅하다. 중요한 것은 내 식대로의 인싸가 되는 것이다.

‘위 아 더 챔피언’이 흘러나오자 카메라는 객석을 비춘다. 인종, 성별, 연령을 망라한 이들이 ‘함께’ 곡을 따라 부르고 때때로 눈물을 훔친다. 누구에게나 결핍은 있다. 설령 주류로 일컬어지는 이들이라 하더라도, 누구든 어느 한 부분에서는 상대적으로 비주류일 수 있다. 보헤미안 랩소디를 통해 우리가 받는 위로는 그래도 괜찮다는 다짐이 아닐까. 어찌됐건 모두가 각자 인생의 유일한 챔피언이니까. 오늘도 자신만의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건투를 빈다.

김지영 원스토어 eBook사업팀 매니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