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열 오피스텔 퇴거조치 했다는데… 입주업체 “안내 없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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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붕괴위험 건물 놓고 혼선

철근 드러난 기둥 붕괴 우려로 건물 사용 제한 명령이 내려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대종빌딩 2층에 12일
 철근을 드러낸 기둥이 위태롭게 서 있다. 강남구는 정밀안전진단을 시행하는 동시에 16일까지 지하 1층∼지상 4층 주요 부위에 
지지대를 설치하는 긴급 보강 조치를 벌인다. 뉴시스
철근 드러난 기둥 붕괴 우려로 건물 사용 제한 명령이 내려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대종빌딩 2층에 12일 철근을 드러낸 기둥이 위태롭게 서 있다. 강남구는 정밀안전진단을 시행하는 동시에 16일까지 지하 1층∼지상 4층 주요 부위에 지지대를 설치하는 긴급 보강 조치를 벌인다. 뉴시스
건물 붕괴 우려가 제기된 서울 강남구 삼성동 대종빌딩이 13일 0시부터 출입이 금지되는 ‘사용 제한 건물’로 지정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11일 오후 8시 이곳을 방문해 퇴거 조치 지시를 한 지 약 28시간 만이다. 하지만 건물 입주자 중 상당수는 “11일까지 구체적인 안내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해 당국이 빠르고 적절하게 대처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되고 있다. 1991년 준공된 이 건물은 지상 15층 규모의 업무용 오피스텔이다.

동아일보 취재진이 11일 오후 10시부터 12일 오전 1시까지 빌딩 내부를 둘러보면서 만난 경비원과 입주 업체 직원 등은 “서울시와 강남구로부터 퇴거와 관련된 안내를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경비원 A 씨는 “서울시 측에서 건물 밖으로 나가라는 말이 없었다. 공문 등 문서가 내려온 것도 없다”고 했다.

이 빌딩에 입주해 있는 한 업체 직원은 “전화나 문자로 건물 안전에 대해 공지를 받은 게 없다. 건물 엘리베이터 앞에 붙어 있던 안내문이 전부”라고 말했다. 10일 붙은 이 안내문은 “안전진단 중이니 결과가 나올 때까지 최소 근무자만 상주시킬 것을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건물의 지하 1층에 있는 단란주점은 12일 오전 1시까지 영업을 계속하고 있었다. 내부 룸을 제외한 홀에서만 15명의 손님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주점 직원들은 “박 시장이 왔다 가고 나서 언론 보도를 보고 건물 상황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강남구는 12일 오전 9시 40분경 이 건물을 재난 예방을 위해 안전관리가 필요한 ‘3종 시설물’로 지정해 고시했다. 그리고 오전 10시 39분 긴급안전조치 명령을 내려 건물 사용을 13일 0시부터 금지하도록 했다.

하지만 건물 입주자들에게는 건물 붕괴 우려 상황이 빨리 전파되지 않았다. 언론 보도를 접한 입주자들은 12일 오전부터 급하게 짐을 빼거나 임시 사무실을 구하면서 혼란스러워했다. 금융업 종사자인 도모 씨(35)는 “사전 예고도 없이 하루아침에 빌딩에서 쫓겨났다”고 말했다.

강남구의 주민 설명회는 12일 오후 2시에 열렸다. 조치가 늦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강남구 관계자는 “11일은 밤늦은 시간이라 입주자를 불러 모으기도 쉽지 않았고, 행정 절차에 맞춰 수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건물 붕괴 우려로 퇴거 조치를 하려면 전문가 진단에 따른 E등급 판정 확정, 3종 시설물 지정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강남구가 행정 절차를 밟는 데 시간이 걸린 것은 맞지만 11일 밤에 박 시장의 퇴거 조치 지시 직후 건물 관리인이나 입주자에게 상황이라도 빨리 알려야 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준공된 지 30년도 되지 않은 건물이 붕괴 위험에 처하자 부실시공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강남구 관계자는 “전문가 진단 결과 건물의 (내력) 성능이 80%로 지어졌다고 했다. 여기에 철근 상태나 시멘트의 견고함도 부족해 현재 50% 이하로 내력이 떨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권기범 kaki@donga.com·김정훈 기자
#붕괴#건물#대종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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