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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심성 지원 벗어나 사회적 가치에 투자… 공익-수익 다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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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심성 지원 벗어나 사회적 가치에 투자… 공익-수익 다 챙긴다

황태호기자 입력 2018-12-13 03:00수정 2018-12-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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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함께 만드는 사회적 기업]<상> 한국서 싹트는 ‘임팩트 금융’ 사회적 기업의 메카로 불리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 천연비누 제조업체 ‘동구밭’은 성수동의 허름한 당구장이었던 235m²(약 71평) 규모의 지하실을 개조해 공장으로 쓰고 있다. 11일 동구밭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은은한 허브향이 물씬 풍겨왔다. 난데없이 들어선 낯선 사람을 큰 소리로 “안녕하세요!”라며 맞이하는 직원의 말투가 조금 어눌했다.

동구밭의 직원 28명 중 18명은 발달장애인이다. 노순호 대표(27)가 사회공헌 대학생단체에서 활동하며 보고 겪은 문제의식이 창업 배경이다. 일반적으로 발달장애인의 근속기간은 평균 10개월이 채 안 된다. 성인 발달장애인의 40%는 갈 곳이 없어 집에서만 머문다.

동구밭은 발달장애인의 안정적 고용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2016년 창업 이후 한 명도 퇴사하지 않고 근속하고 있다. 제품이 좋다 보니 별다른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입소문이 났고,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맡긴 원청업체만 수십 곳이다. 노 대표는 “비누의 품질은 재료의 질과 정확한 배합에서 나온다”며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발달장애인의 특성이 고품질의 비누를 만드는 데 꼭 맞는다”고 말했다.

○ 사회적 가치, 숫자로 환산해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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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과 신한대체투자운용 직원들이 6일 서울 여의도 신한대체투자운용 사무실에서 사회적 기업 전용 투자펀드 운용 회의를 하고 있다. 이 펀드는 ‘사회성과 인센티브’를 적용해 투자 가치를 결정한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동구밭 같은 사회적 기업에 일반적인 투자를 한다면 매출과 영업이익, 성장가능성 등 재무적 지표만을 따질 것이다. 수익이 100% 목적이 아닌 사회적 기업에 대한 투자가 쉽게 이뤄지지 않는 이유다. ‘임팩트 투자’는 이 같은 재무적 성과 외에도 얼마나 많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는지를 보는 투자 방식이다. 사회적 가치 향상이 결국 투자자에게도 이득으로 돌아온다는 철학이 깔려 있다.

록펠러재단과 JP모건이 공동 설립한 민간기구 ‘글로벌 임팩트 투자 네트워크(GIIN)’에 따르면 올해 세계의 임팩트 투자 자산규모는 2280억 달러(약 259조 원)로 지난해(1140억 달러)에 비해 2배로 불었다. 실제 집행된 투자금액도 지난해 355억26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60.4% 증가하며 주류 금융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그동안 정부의 모태펀드를 통한 투자 또는 선심성 지원이 전부였다. SK행복나눔재단과 KEB하나은행이 조성한 ‘사회적 기업 전문사모 투자신탁1호’가 지난해 투자한 금액이 81억 원으로 비교적 소액임에도 파급력을 갖는 이유는, 제1금융인 시중은행이 사회적 기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의미 때문이다.

여기에는 SK그룹이 2015년 도입한 ‘사회성과인센티브(SPC)’가 주요한 역할을 했다. SPC는 사회적 가치를 ‘금액 단위’로 환산해 인센티브를 지원한 세계 최초 사례다. 예컨대 발달장애인 고용이라는 가치를 추구하는 동구밭의 경우 발달장애인 직원에게 지급한 임금에서 국내 발달장애인의 평균 소득, 정부 지원금 등을 뺀 금액이 사회 성과로 환산된다.

SK그룹 관계자는 “3년 동안 사회성과인센티브를 받은 44개 사회적 기업은 연평균 8%에 달하는 매출 증가율과 31%에 이르는 사회성과 증가율을 나타냈다”며 “사회성과에 대한 투자가치가 증명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SK그룹과 신한금융그룹이 지난달 합의한 ‘제2호 사모펀드’는 투자 대상 기업에 필요한 사회적 가치 측정에 SPC를 적용하고 있다.

○ 사회 성과 기반 투자, 벤처캐피털로 확산

사회적 가치 투자를 표방하는 임팩트 투자 전문 벤처캐피털(VC)에서도 이처럼 사회 성과를 ‘정량지표화’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지난달 크레비스-라임임팩트, 옐로우독, 콜라보레이티브 펀드 등 국내외 임팩트 투자 전문 VC로부터 총 70억 원을 투자받은 P2P 금융기업 렌딧도 그 사례다.

렌딧은 기존 금융권에서 20% 이상의 고금리 대출만 받을 수 있는 중하위 신용등급자의 개인신용도를 재평가해 중금리로 대출해준다. 실제로 렌딧 이용자들은 평균 연 20%의 기존 금융권 대출을 평균 연 11.3%의 중금리 대출로 전환해 총 66억9000만 원의 이자를 줄였다. 여기에 다른 금융권에서 고금리 대출을 받는 대신 렌딧에서 중금리 대출을 받은 사람의 이자 절약분(33억3000만 원)까지 합하면 약 100억 원의 사회적 비용 감소라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미나 렌딧 이사는 “임팩트 투자 VC들은 렌딧의 중금리 대출이 하위 신용등급자의 ‘대출절벽’이란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성과를 낸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사회적 기업#임팩트 금융#동구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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