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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는 소수만을 위한 법… 강사도 대학도 학생도 힘들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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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는 소수만을 위한 법… 강사도 대학도 학생도 힘들어져”

임우선기자 , 김호경기자 입력 2018-12-13 03:00수정 2018-12-13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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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강사법 혼란]‘대학판 최저임금제’ 내년 8월 시행
크게보기그래픽 서장원 기자
“3년 뒤면 알게 될 거다. 지금의 강사법이 얼마나 학문 생태계를 붕괴시켰는지를…. 소수 강사의 삶은 나아지겠지만 나머지 강사들은 완전히 설 곳을 잃게 된다. 학위를 마치고 나오는 이들이 갈 곳이 없는데 대학원에 오려는 이가 있겠나. 강사들이 사실상 전임화되니 전임교수 충원도 힘들어진다.”(서울 D대)

“강사들의 삶이 지금보다 나아져야 한다는 건 모두가 안다. 문제는 대학들이 지금의 강사법을 견딜 체력이 안 된다는 점이다. 등록금은 10년째 동결이고 학생 수는 매년 줄어든다. 재정 압박이 극심하다. 결국 (강사를) 줄일 수밖에 없다.”(충청 E대)

내년 8월 강사법 시행을 앞둔 대학가에는 강사 대량 해고뿐 아니라 대학 교육의 질적 저하 및 ‘학문 생태계 붕괴’라는 후폭풍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팽배했다. 동아일보 인터뷰에 응한 20개 대학의 강사 수는 포항공대(9명)를 제외하고 대학별로 최소 70명에서 최대 1300명 이상까지 다양했다. 하지만 △대규모 강사 구조조정 및 수업 질 저하 △향후 배출될 학위 소지자 일자리 소멸 △지방대 타격 등에 대해서는 공통적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 “비용 감당 안 되는 법” 줄어드는 강사 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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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은 고용하고 있는 강사의 규모에 따라 강사법으로 인한 추가 재원 부담을 연간 최소 10억 원에서 최대 70억 원까지로 추산했다. 방학 중 임금을 제공해야 해서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선제적으로 강사 규모를 감축한 4개 대학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정부가 일부 예산 지원을 한다 해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답했다. 다양한 방식으로 강사 수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기 T대는 “현재 1과목씩 수업하는 강사들에게 2과목씩 수업하게 할 것”이라며 “1인 2수업이 불가능한 일부 전공을 제외하고는 최대한 강사 수를 줄여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 N대는 “전임교원들이 맡는 강의 수를 늘릴 것”이라며 “전임들에게 초과강의 수당을 줘야겠지만 강사료의 절반 수준이라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 L대는 “분반 수업을 줄이고 폐강 인원 기준을 높여 강좌 수를 줄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어떤 경우든 강사들의 전체적인 일자리가 감소하는 동시에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이 줄고 강의의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경기 B대는 “대학의 꽃은 교양강좌인데 강사법이 도입되면 교양부터 줄일 수밖에 없다”며 “소위 ‘문사철(문학 역사 철학)’ 강사들의 피해가 가장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 “미래 학위 소지자는…” 대학원 경쟁력도 우려

강사법은 강사들의 임용계약 기간을 1년 이상으로 하고 ‘3년간 재임용 절차’를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 특별한 문제가 없는 이상 3년간 임용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대학들은 이를 “사실상 한번 뽑은 강사는 최소 3년 이상 전임교원처럼 둬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서울 I대는 “수요 조사를 해보니 각 학과에서 되도록 강사를 쓰지 않겠다는 입장”이라며 “신중하게 뽑자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대학들은 ‘강사 일자리 안정화’와 ‘신규 강사 일자리 감소’가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말했다. 기존 강사가 강사직을 오래 유지할수록 새롭게 쏟아지는 학위 소지자들에게 돌아갈 취업 기회는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다.

서울 C대는 “있는 사람 정리하기도 바쁜데 새 사람을 살필 여유가 있겠느냐”며 “학위를 취득해도 강의를 경험할 일자리조차 못 구하니 대학원에 오려는 이도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결국 강사법은 앞으로의 후속 학문 생태계를 붕괴시킬 것”이라며 “임용되는 데 성공한 소수의 강사를 제외한 나머지 학생, 강사, 대학 모두에 불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전임교수도 못 뽑아” 지방대 비명

지방대들은 서울지역 대학들보다 재정 상황이 열악하고 전체 교원 대비 강사 비율도 높다는 점에서 강사법의 타격이 엄청나다고 호소했다.

충청지역의 H대 관계자는 “교육부가 예산을 지원한다지만 288억 원을 대학 수로 나누면 평균 1억∼2억 원꼴”이라며 “교육부가 평생 예산 전액을 지원할 게 아니고서야 강사 수를 줄이는 것만이 현 상황의 근본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대학들은 세부 시행령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1월 이후 구체적인 감축 계획을 세우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구체적인 방학 중 임금 지급 기간이나 급여 산정 방식은 시행령에 규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학과 강사 간 자율 협약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대학들의 강사 축소 움직임과 관련해 임순광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은 “오랜 시간 합의를 통해 강사법을 만들어 놓고 이제 와서 해고하는 건 대학들의 반칙”이라며 “정년 보장 전임교원에게는 인건비의 50%를 주면서 1%를 차지하는 강사들을 자르겠다는 건 돈이 없는 게 아니라 강사에게 쓰려는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강사들의 처우가 개선돼야 한다는 게 대명제인데, 대학도 일정 부분 고통을 분담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임우선 imsun@donga.com·김호경 기자
#강사법#최저임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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