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독수리 훈련·키리졸브 유예? 축소? 발표 미루는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6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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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이 독수리훈련(야외기동훈련)과 키리졸브(KR) 등 내년 3, 4월로 예정된 연합훈련의 유예 여부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앞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10월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 공동 기자회견에서 관련 검토를 거쳐 12월 1일까지 유예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까지 한미 군 당국은 내년 독수리훈련은 주일미군 기지와 미 본토 등에서 증원전력(병력·무기)의 참가를 최소화하거나 불참하는 수준으로 축소 진행하고, KR는 전작권 전환을 위한 별도의 연합지휘소연습(CPX·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워게임)으로 진행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이 이렇게 내년 초 훈련 실시 여부 발표를 미루는 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 여부에 맞춰 발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기 때문이란 관측이 많다. 김 위원장의 답방 여부가 결론나기 전에 연합훈련 관련 발표를 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고 판단한다는 것.

가령 내년 독수리훈련과 KR를 모두 유예한다고 발표했는데 김 위원장의 답방이 무산되고, 북-미 비핵화 협상의 교착 상태가 이어진다면 훈련 유예라는 ‘레버리지’를 허공에 써버리는 격이 된다. 또 현재 검토하는 것처럼 독수리훈련은 축소 진행하되 KR는 연합 지휘소연습으로 대체한다고 발표할 경우 북한이 반발하고, 김 위원장의 답방에 부정적 영향을 줄 소지도 있다.

실제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최근 유예된 비질런트에이스(한미 연합 공군훈련)를 보완하는 한국 공군의 단독 훈련도 ‘북-남 화해 국면에 역행하는 위험한 군사적 움직임’이라고 비판했다. 조중통은 5일에도 “전쟁연습 문제야말로 평화와 대결을 가르는 시금석”이라며 “협상 과정에 있는 조선반도에서 물리적 위협이 조성된다면 모처럼 마련된 분위기가 흐려지고 모든 것이 원래 상태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군 당국자는 “김 위원장의 답방 여부에 초미의 관심이 쏠린 시점에 한미가 북한이 가장 민감해하는 연합훈련 관련 발표를 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훈련을 비핵화 대화의 ‘협상칩’으로 활용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로선 김 위원장의 답방 여부 등 북한 반응을 보고 나서 한국과 함께 ‘다음 수’(훈련 유예 여부 결정)를 둘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윤상호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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