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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진행 멈추는 NK치료, 한국선 못해 일본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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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진행 멈추는 NK치료, 한국선 못해 일본行

김상훈 기자 입력 2018-11-10 03:00수정 2018-11-10 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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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 환자들 줄줄이 일본으로 가는 이유
6일 일본 후쿠오카의 한 클리닉에서 의사 고즈미 다쿠야 씨(오른쪽)가 NK치료를 하기 전 환자의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세포 치료 기술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클리닉을 방문한 한국의 정양수 더엔케이의원 원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치료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후쿠오카=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6일 일본 후쿠오카 중심가에 위치한 한 세포치료 클리닉. 70대 일본인 환자가 의사에게 세포치료와 관련해 상담을 받고 있었다. 의사의 설명을 한참 듣던 환자는 암 예방용 세포치료가 가능한지를 물었다. 의사 고즈미 다쿠야 씨는 ‘슈퍼NK’ 치료법을 제안했다. 설명을 다 들은 환자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NK세포(Natural Killer Cell)는 자연살해세포라 불린다. 인체의 면역력을 향상시킨다. 슈퍼NK는 이 NK세포를 이용해 만든 항암제다. 환자의 혈액에서 NK세포를 추출해 배양한 뒤 다시 주사로 주입하는 방식이다. 일본 기술이 아니다. 국내 바이오 벤처 기업 엔케이맥스가 개발했다. 엔케이맥스는 이 클리닉에 기술과 장비를 제공하고 있다.

고즈미 씨는 “환자의 70%가 한국에서 온다. 한 달에 50회 이상 한국인을 진료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한국인의 전화나 이메일 문의가 더 늘어났다. 그러다가 곧바로 일본으로 건너오는 사례도 있다. 지난달 말에도 서울에 사는 유방암 4기 환자가 몇 번 문의한 끝에 곧바로 이곳으로 와 진료를 받았다. 고즈미 씨는 “최근에는 암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슈퍼NK 치료를 받으려는 한국인이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라고 말했다.



○ 일본행 비행기를 타는 한국의 암 환자들


암 환자들은 왜 일본까지 가서 이 치료를 받는 것일까. 환자 A 씨는 “한국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면 비행기 타고 여기까지 오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치료법은 국내에서는 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이다.

세포치료 기술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6일 클리닉을 찾은 한국의 더엔케이의원 정양수 원장은 “치료 성적이 상당히 좋은 것 같다”라며 “암 치료뿐 아니라 면역력을 높여 암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고즈미 씨와 정 원장에 따르면 NK세포 치료 이후 증세가 많이 호전된 암 환자가 적지 않다. 이를테면 수술과 표적항암제 치료까지 마쳤지만 증세가 호전되지 않은 50대 여성 유방암 환자 B 씨가 그렇다. B 씨는 4월부터 이 클리닉에서 총 5회 치료를 받은 후 국내 대형병원에서 검사를 했다. 그 결과 암이 더 진행되지 않았음이 확인됐다. B 씨는 다시 직장에 취업했다. 70대 남성 폐암 환자 C 씨는 올 1월 오른쪽 폐 윗부분을 절개했다. C 씨 또한 3회 세포 치료를 받았고, 더 이상 암이 진행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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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제 폐지 후 일본 세포치료제 시장 커졌다

세포치료제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발간된 첨단바이오의약품 산업백서에 따르면 2015년 전 세계 시장 규모는 40억 달러였지만 연평균 20.1%씩 성장해 2020년에는 100억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세포치료제는 줄기세포가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면역세포인 T세포와 NK세포를 중심으로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까지는 세포치료제 시장의 절반을 미국이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 특히 일본의 성장세가 돋보인다. 일본이 관련 규제를 풀고 세포치료 기술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2014년 1월부터 재생의료법을 시행했다. 위험도가 낮은 세포치료의 경우 의약품이 아닌 ‘첨단재생의료 제품’으로 규정했다. 이런 치료는 의약품 허가가 떨어지기 전이라도 시술할 수 있도록 했다. 그 대신 무분별하고 위험한 시술을 막기 위해 세포치료를 시행하는 의료기관은 허가를 받아야 한다. 시장을 열어주고 필요한 규제만을 하는 셈이다.

이 법이 시행되자 아시아의 바이오 기업들이 일본으로 몰리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 상황. 여러 바이오 기업이 일본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준비 중이다. 현재 일본의 세포치료제 시장은 연간 5000억 원 정도로 전문가들은 추산하고 있다. 게다가 수요가 더욱 증가하고 있어 앞으로 시장은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 국내는 여전히 규제에 발 묶여

재생의학은 말 그대로 손상된 장기나 조직을 치유하는 의학을 말한다. 세포치료, 유전자치료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암 같은 중증질환, 희귀질환, 만성질환 치료에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성장세가 높다.

이 때문에 일본을 포함해 미국, 유럽 등에서는 국가적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일본과 비슷하게 첨단 바이오의약품은 기존의 의약품과 구분해 관리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첨단재생의약품에 대해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우선 심사하고 승인 속도를 빠르게 하는 등 규제를 줄였다. 유럽에서는 환자를 위해 전문가가 책임 감독한다면 아직 시판되지 않은 첨단의약품이라도 지정된 병원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세포치료 주사조차 맞을 수 없다. 약사법상 약품으로 분류돼 있어 임상시험을 모두 통과하고 정식 허가를 받기 전까진 시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약품 관리를 깐깐하게 하려는 측면은 이해되지만 지나친 규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의 재생의료법과 같은 법을 마련해 환자의 치료를 도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와 비슷한 법안이 제출되기는 했다. 대표적인 것이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이 9월에 발의한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에 관한 법률안’이다. 이 법안은 아직 상임위원회도 통과하지 못했다. 이에 앞서 몇몇 의원이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냈지만 모두 국회에 묶여 있다.

가장 먼저 이 법안이 제출된 것은 2016년. ‘첨단재생의료의 지원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란 이름으로 발의됐지만 국민 건강 위협과 부작용 등을 이유로 여전히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법안이 공포되고 1년이 지나야 법이 시행되는데, 아직 첫발도 내딛지 못한 셈이다. 정 원장은 “우수한 국내 기술이 있는데 그냥 방치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환자들이 일본에까지 가서 치료받아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10년 연구로 결실… 국내 판매 막혀 해외 눈돌려▼

日에 NK세포 추출-배양기술 수출하는 바이오벤처 엔케이맥스


일본 후쿠오카의 클리닉에 NK세포를 추출하고 배양하는 기술과 장비를 제공하고 있는 엔케이맥스는 국내의 바이오벤처 기업이다. NK세포 활성도를 진단하는 키트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는 에이티젠의 자회사다. 일본에서는 도쿄에 먼저 법인을 열었고, 최근 후쿠오카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후쿠오카의 한 클리닉 내부에 있는 NK세포 배양실. 세포 추출과 배양 등의 모든 기술과 장비는 한국의 바이오벤처기업 엔케이맥스가 제공하고 있다. 후쿠오카=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엔케이맥스는 국내 산학협력의 대표적인 성공 모델 중 하나로 꼽힌다. 이 회사의 핵심 기술인 NK세포를 배양하고 치료에 활용하는 기술은 고려대 의대 생화학분자생물학교실 이경미 교수팀이 2016년 개발했다. 무려 10년에 걸친 연구 끝에 나온 결실이었다.

면역 세포에서 NK세포만을 분리해서 배양하는 것은 상당히 고난도의 기술이다. 비용 또한 많이 들어간다. 이 교수팀이 개발한 방법을 적용하면 적은 양의 혈액으로 수천억 개의 NK세포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또한 NK세포의 순도도 99%로 매우 높다. 고려대는 이 기술을 엔케이맥스에 이전했고, 엔케이맥스는 해외 상품화에 성공했다. 첨단 국내 기술이 글로벌 기업에 팔리는 사례는 많지만 국내 바이오벤처 기업에 이전돼 상업화에 성공한 것은 흔치 않다. 엔케이맥스는 추출한 NK세포를 20일 이내에 1000∼1만 배 배양할 수 있게 됐다.

우수한 기술력은 해외에서부터 인정을 받고 있다. 엔케이맥스는 지난해부터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일본과 미국에 법인을 설립해 현지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멕시코 병원과도 치료제 공급 계약을 끝낸 상태다. 후쿠오카 현지에서 만난 엔케이맥스 조용환 대표는 “러시아를 비롯해 유럽 여러 국가와 동남아시아 진출도 현재 타진 중이다. 구체적인 성과가 곧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국내에서도 2022년까지 슈퍼NK 면역항암제의 의약품 허가 취득을 목표로 임상 시험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이를 위해 이미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슈퍼NK 자가 면역세포 치료제 임상시험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다음 주에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항암기능 극대화… 초기에 써야 효과 커▼

‘기적의 항암제’ NK세포 치료법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이 잇달아 이른바 3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면역항암제를 내놓고 있다. 면역세포인 T세포의 기능을 향상시켜 면역력을 높임으로써 항암 치료를 한다는 원리다.

다만 극적 효과를 보는 비율이 10명 중 2, 3명에 그친다는 것이 단점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NK세포를 대량 주입하는 방법이 시도되고 있다. 암세포와 싸울 ‘전투병’을 대거 투입함으로써 항암력을 높인다는 것. 최창민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기존 면역항암제와 NK세포를 함께 쓰는 병행 요법이 치료 효과를 높일 것”이라며 “현재 이와 관련된 연구들이 많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세포치료제 규제와 관련해 최 교수는 “안전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규제의 필요성이 있지만 환자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점은 걱정이 된다”고 지적했다. 세포치료제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시판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기존 항암제와 비교한 연구 데이터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 데이터를 얻으려면 항암치료를 받은 환자들에게 추가로 세포치료제를 투입해 비교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최 교수는 “세포치료제는 암 발견 초기에 투입해야 효과가 있는데, 모든 비교 연구를 끝내려면 초기 환자에게 써야 할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국내에서도 몇몇 바이오 벤처기업이 NK세포를 활용한 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거나 이미 개발했다. 일부 기업은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하지만 국내의 여러 규제 등으로 인해 상품화 단계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재호 세브란스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상품화 속도가 늦어지면 결국에는 기존 면역항암제처럼 글로벌 제약사들에 로열티를 주고 써야 한다”며 “임상시험 절차를 줄이고 속도감 있게 진행할 것”을 제안했다. 이어 “과학적으로 검토했을 때 문제가 없다면 빨리 임상시험에 돌입할 수 있어야 하며 결과가 나왔을 때도 행정 절차를 간소화해 빨리 상품으로 출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후쿠오카=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nk세포#항암치료#세포치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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