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교사였다면 장례식에 학부모들 왔겠나”…슬픔에 빠진 어린이집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8일 15시 34분


코멘트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17일 오전 취재진이 찾은 경기 김포시의 한 어린이집에는 이 같은 문구가 적힌 국화꽃다발이 놓여 있었다. 이 어린이집에서 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교사 A 씨(37·여)를 추모하는 꽃다발이었다. 김포지역 ‘맘카페’에서 아동학대범으로 몰렸던 A 씨는 13일 오전 2시 50분경 아파트 14층에서 투신했다. 어린이집 정원의 벤치에 설치된 추모 공간에는 추모객들이 놓고 간 국화꽃이 여러 송이 있었다.

어린이집 정원에 있는 미끄럼틀에선 빨간색 활동복을 입은 아이들 10여 명이 평소처럼 뛰어놀고 있었지만, 교사들의 표정은 굳어있었고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정원에 나와 있던 교사 4명은 멍한 얼굴로 국화꽃다발을 바라보기도 했다.

이 어린이집에서 시간강사로 일하는 B 씨는 “정상적으로 수업은 이뤄지고 있지만 분위기가 매우 가라앉아 있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만난 어린이집 교사들은 허망하게 동료 교사를 잃은 슬픔에 말을 잃었다. 어린이집 C 교사는 눈물을 훔치며 “(동료교사가 죽은 것에 대해)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고만 했다. 아이들은 이 사태를 아는지 모르는지 똘똘한 눈망울로 해맑게 웃으며 교사를 올려다봤다.

어린이집 교사들은 사회적으로 파장이 커지는 것에 대해 심적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어린이집 부원장 D 씨는 주저앉아 울며 “일이 너무 커져 무섭다”며 “우리가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D 씨는 짧은 대화를 하는 중에도 고개를 숙이고 상대방과 시선을 맞추지 못하는 등 불안해 보였다. D 씨는 “경찰에 모든 자료를 넘겼고 나름대로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만 했다.

어린이집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선 쉬쉬하면서도 A 씨의 죽음에 대해선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어린이집 버스기사 E 씨는 A 씨와 함께 아이들을 태우고 다녀 그를 잘 안다고 했다. E 씨는 “어린이집 나들이 행사 때 사람이 많았는데, 그런 곳에서 아이를 밀쳤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라며 “A 씨가 평소에 참 착했고, 장례식에도 학부모들이 많이 찾아왔다. 나쁜 교사였다면 학부모들이 많이 왔겠느냐”고 말했다.

학부모들 역시 A 씨를 ‘좋은 교사’로 기억했다. 학부모 남모 씨(29·여)는 “A 씨가 아이를 고의로 밀친 게 아니라 돗자리를 펼치는 과정에서 아이가 넘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A 씨가 죽기 전부터 이미 학부모들 사이에선 맘카페에 게시된 글이 오해라는 인식이 퍼져 있었다”고 했다.

A 씨의 유족은 큰 슬픔에 빠졌다. A 씨는 어머니와 함께 살던 아파트에서 투신했는데, 어머니는 큰 충격을 받고 경기 김포시의 한 병원에 입원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A 씨의 어머니를 참고인으로 조사할 예정이지만 현재 조사를 할 수 없을 정도로 건강이 안 좋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