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책 통해 본 北 ‘교황 방북’ 초청 시도…3번 만에 성사되나

  • 뉴시스
  • 입력 2018년 10월 18일 05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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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순방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문재인 대통령의 프란치스코 교황 예방의 날이 밝았다.
문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각) 교황을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북 초청 의사를 전달할 예정이다.

북한 지도자가 교황청에 방북 요청 의사를 전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로 실제 교황 방북이 성사될지 주목된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의 ‘3층 서기실의 암호’ 책에 따르면 북한이 처음으로 교황청에 시선을 돌린 때는 1991년이었다고 한다. 외교적 고립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당시 북한은 ‘교황 평양 초청 TF’를 구성했다고 태 전 공사는 밝혔다.

태 전 공사는 소련이 해체되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며 외교적 고립 위기 처한 김일성 주석은 로마 바티칸 교황청과의 접촉을 모색했다고 책에서 밝혔다.

그는 “교황이 다른 나라를 방문할 때마다 열광적인 환영을 받는 뉴스를 보면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북한에 오게 한다며 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기대했다”며 “1991년 외무성 내에 교황을 평양에 초청하기 위한 상무조(TF)가 편성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태 전 공사는 상무조 일원이었다고 한다.

다만 당시 교황의 방북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반대로 무산됐다. 당시 김정일 위원장은, 방북으로 인해 천주교 신자가 증가해 가톨릭 열풍이 일 것을 두려워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교황 초청 상무조는 두 달 만에 해산됐다.

두 번째로 초청이 이뤄진 것은 지난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때였다. 김대중 대통령의 제안으로 김정일 위원장이 당시 교황인 요한 바오로 2세에게 초청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실제 교황청에까지 접수됐으나, 당시 북한 내부 여러 사정으로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역대 정권 중 세 번째로 북한의 초청 의사를 들고 교황을 만난다. 김정은 위원장이 3차 평양 남북 정상회담 당시 ‘열렬히 환호하겠다’는 뜻을 밝혀가며 직접 초청의 뜻을 전달한 점을 비춰봤을 때, 교황청과 일정과 시기 등 물밑 조율만 원활히 된다면 성사될 것이란 관측이다.

아울러 프란치스코 교황도 한반도 평화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왔다. 4·27 남북 정상회담과 6·12 북미 정상회담 전후로 해 삼종기도를 올리며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를 간곡히 기원했다.

다만 북한이 종교에 워낙 폐쇄적인 데다, 자칫 종교 신자가 증가할 경우 체제 위협으로 이어져 정권 차원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실제 방북행이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 북한 예배당은 평양 봉수교회와 칠골교회, 장충성당밖에 없으며 이 역시 선전용인 것으로 전해졌다.

교황의 평양 방문이 역대 최초로 성사된다면, 북한의 개방 의지와 한반도 평화를 국제 사회에 천명할 좋은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 특히 국제사회가 옥죄고 있는 대북제재 완화를 피력하는 데도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16일 교황청 기관지(L’Osservatore Romano·로세르바토레 로마노)에 기고한 글에서 “교황청과 북한의 교류가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하며 각별한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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