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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보란듯 영문판에… 北 “핵건설 전진해온 패기로 새로운 번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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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보란듯 영문판에… 北 “핵건설 전진해온 패기로 새로운 번영”

신나리 기자 , 이정은 기자 , 조소진 인턴기자입력 2018-07-13 03:00수정 2018-07-13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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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난기류]北, 美 향해 전방위 압박-지연전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핵무력 건설(building of nuclear force)’이란 표현이 등장하면서 북-미 간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6월 이후 핵무력은 물론이고 ‘병진노선’조차 언급하지 않았던 북한이 미국을 타깃으로 한 노동신문 영문판에서 12일 핵무력 건설을 다시 언급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한층 높인 것. 북한은 이날 판문점 미군 유해 송환 실무협상에도 불참한 채 미국에 장성급 회담을 역(逆)제안하기도 했다. 북한이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단계적 비핵화’는 물론이고 체제 보장을 얻기 위해 특유의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다시 등장한 ‘핵무력’

노동신문은 12일 인터넷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영문 사설에서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의 승리를 위해 중단 없이 전진해 온 패기로 사회주의 경제 건설의 모든 전선에서 번영의 새 국면을 열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핵무력 건설에 매진했던 기세 그대로 새로운 노선인 ‘사회주의 경제 건설’을 이어가야 한다는 것. 이 사설은 주로 사회주의 경제 건설을 위해 북한 내부의 신념을 다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문제는 북한이 지난달 북미 정상회담 이후엔 일절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던 ‘핵무력 건설’이 다시 등장했다는 점이다. 노동신문에 ‘병진노선’이 등장한 것도 5월 30일 사설에서 “병진노선을 위대한 승리로 결속한 것처럼 경제 건설에 총력을 집중하자”고 한 것이 마지막이다.

핵무력 건설이 등장한 12일자 영문 사설은 전날 노동신문이 1면에 보도한 ‘필승의 신념을 간직하고 우리 혁명의 전진을 더욱 가속화하자’는 사설을 요약한 것. 하지만 전날 국문 사설이 ‘병진노선’이라고만 언급한 것을 영문판은 ‘핵무력 건설과 경제 건설 병진노선(simultaneously pushing forward the economic construction and the building of nuclear force)’으로 바꿔 핵무력을 부각했다.

북-미가 비핵화 후속 협상과 종전선언 시기를 놓고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만큼 공개적으로 핵무력을 부각하면서 워싱턴을 압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사설에서 “전대미문의 제재와 봉쇄 속에서도 병진노선의 위대한 승리를 위해 멈춤 없이 달린 기세로 사회주의 경제 건설의 새 국면을 열어가야 한다”며 미국의 대북제재 속 자력갱생을 언급한 것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베트남 모델’을 일축하며 비핵화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 바람 맞힌 北, “격 높이자” 美에 역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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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이날 북-미 고위급 회담에서 합의한 미군 유해 송환 협상에도 일방적으로 불참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3차 방북을 통해 이끌어낸 합의의 첫 단추부터 어그러진 것.

한미 당국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정부 소식통은 “북-미 간에 뭔가 크게 틀어진 것으로 보이지만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또 다른 핵심 당국자도 “미 측에서 ‘12일 ○시에 나가겠다’고 통보했는데 북한에서 답이 없었다. 약속이 확정됐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특히 북한은 미국 협상팀이 철수하자 유엔군사령부에 “15일에 장성급 회담을 개최하자”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실제로 협상을 하자는 것보다는 후속 비핵화 실무협상의 장기화를 예고하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더 많다. 회담의 격을 높이자는 명분으로 이미 합의한 사안에 대해 추가 요구를 내놓는 방식으로 보상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일 수 있다는 것이다.

○ 김정은식 ‘벼랑 끝 전술’ 나서나

북한이 노동신문에 핵무력을 언급하면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합의에 신뢰감을 보였던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종전선언 등 체제보장을 제공하지 않으면 다시 핵개발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벌써부터 쏟아지고 있다. 또 유해 송환 협상 역시 종전선언을 앞당기기 위한 협상 카드로 쓸 가능성이 높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미 후속 협상 때 북한이 ‘왜 우리한테만 자꾸 뭘 하라고 하느냐. 미국도 조치를 내놔라’고 하면서 이슈들을 쪼개기 시작할 때 유해 송환도 안 될 수 있다고 봤다. 본격적인 기 싸움이 시작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으로 북-중 간 밀월관계 파악에 주력해 온 자유한국당 정양석 의원은 “북한은 아직도 핵무장 노선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으로 봐야 한다. 정부가 냉철한 이성적 판단을 근거로 대북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일단 북한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거두지 않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11일(현지 시간) “우리는 북한 전체가 그들이 전략적으로 잘못 해 왔다는 걸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며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걸 이해한다고 말했다. 나는 거기에 있었고 그걸 봤다”고 강조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이정은 기자

조소진 인턴기자 고려대 북한학과 4학년
#핵건설#전방위 압박#지연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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