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중학교 때 먹은 ‘바스락’ 튀김소리, 지금도 비법 궁금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8일 15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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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에 출연 중인 백종원 더본 대표는 ‘소 내장 요리’처럼 호불호가 갈릴 것 같은 음식은 녹화 때 솔직하게 평가한 뒤, 편집에서 빠뜨리지 말라고 제작진에게 신신당부를 한다. “이건 꼭 느(넣어)!”  더본코리아 제공
tvN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에 출연 중인 백종원 더본 대표는 ‘소 내장 요리’처럼 호불호가 갈릴 것 같은 음식은 녹화 때 솔직하게 평가한 뒤, 편집에서 빠뜨리지 말라고 제작진에게 신신당부를 한다. “이건 꼭 느(넣어)!” 더본코리아 제공
“제가 어렸을 땐 먹는 거에 유별나게 굴면 ‘먹는 걸 밝힌다’, ‘추해 보인다’고들 했는데, 지금은 음식이 교양의 한 부분이 됐어요.”

서울 강남구 더본 사무실에서 23일 만난 백종원 더본 대표(52)는 맛을 탐구하고 찾아다니는 취향에 대한 인식이 좋아졌다며 이렇게 말했다. 3년 전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슈가보이’로 불리며 방송계 블루칩으로 떠오른 그는, ‘3대 천왕’, ‘집밥 백 선생’ 등 요리 프로그램에서 활약했다. 최근에는 tvN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이하 스푸파)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중국, 일본, 하와이 현지 길거리 음식을 소개해 인기다.

“평소에도 ‘스푸파’에서 먹는 것처럼 먹어요. 워낙 먹는 걸 좋아해요. 라면을 먹어도 계란을 넣고 안 넣고, 국물을 많게 또는 적게 하거나 냄새도 맡아 보며 정말 즐겁게 먹어요.”

‘스푸파’는 섭외 거절로 제약이 많다고 한다. 알리고 싶은 맛집 중 절반 이상은 방송 출연이 불발된다. 또 소개한 음식이 전부 맛있는 건 아니다. 그의 취향에 맞춘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내 입에 맞는 가게가 다른 사람에게도 맛있는 건 아니잖아요. 저는 극한 음식을 많이 먹어봐서 보통 사람들보다 단련돼 있어요. 그럴 땐 ‘이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고 꼭 얘기를 해요. 이 프로그램을 단순한 맛집 소개로 알고 방송에 나왔는데 ‘맛이 있다, 없다’하면 안돼요.”
tvN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도쿄편에 출연한 백종원 더본 대표. tvN 제공
tvN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도쿄편에 출연한 백종원 더본 대표. tvN 제공

그는 자칭 ‘중국통’이다. 중국으로 사업을 확장할 때부터 오가다보니 20년 가까이 됐다.

“일반 사람들이 먹는 길거리 음식을 이해해야만 우리나라 음식을 (현지에) 맞출 수 있으니까 꼭 먹어 봤어요. 청도를 갔는데 진짜 좋은 거예요. 삼겹살도 튀겨 놓고, 만두도 큰 통에다 좍 늘어놓고, 재료도 눈앞에서 막 볶아 주고…. 메뉴판으로 중국어를 공부하면서 다녔죠.”

그의 음식 사랑은 떡잎부터 남달랐다. 중학생 때 서울로 전학 온 뒤로 버스로 통학하며 정류장 근처 원조 맛집들을 찾아다녔단다.

“신반포 정류장 앞 오징어튀김집 튀김은 지금도 어떻게 한걸까 궁금해요. 먹을 때 바스락하는 소리가 정말 획기적인 거예요. 신당동의 큰 떡볶이 집에 갔을 때는, ‘이야, 고향 예산 사람들이 다 와서 먹을 수 있겠다’ 할 정도로 문화적 충격이었고…. 그 때부터 돌아다니면서 많이 배웠죠.”

절대 미각이냐고 물으니 그건 아니라며 “다만 남들보다 데이터가 풍부하다”고 했다. 맛 공식은 구구단처럼 어느 정도 정해져 있기 때문에 경험치가 많아야 레시피로 연결이 가능하단다.

“특정 셰프에게 배우며 레시피를 수집하는 친구들이 있는데요, 그러면 연결이 안돼요. 음식은 원리를 터득하면 쉬워요. 그 다음은 데이터 싸움이고요. 얼마나 많이 먹어봤느냐가 관건이죠.”

이날 그는 청바지에 흰색 스니커즈 차림이었다. 스트라이프 셔츠를 바지 속에 넣어 입을 정도로 날씬(?)했다. ‘이렇게 먹는 걸 좋아하는데 몸 관리는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헬스 다녀요. 방법이 있나요. 많이 먹으려면 운동해야지”라며 멋쩍게 웃었다.

“‘이렇게 먹는 거다. 내 방법이 맞다’고 계도하려는 것도, 해외에 가야 한다는 것도 아니에요. 의미를 부여하면서 먹으면 구내식당에서 밥에 김치를 올려 먹어도 음식에 대한 접근이 재미있어져요. ‘저 놈은 저렇게 먹는구나. 나는 이렇게 해봐야지’ 하면서 음식을 즐기셨으면 좋겠어요.”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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