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월가 트레이더가 주식 대신 부동산 사는 이유

  • 주간동아
  • 입력 2018년 4월 21일 12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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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 닐슨의 글로벌 경제 읽기
개인적 주식투자 땐 이중 삼중으로 승인 거치도록 엄격히 규제

세계적인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모여 있는 미국 뉴욕 월가. [동아DB]
세계적인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모여 있는 미국 뉴욕 월가. [동아DB]
시장을 이기는 것이 어렵다 해도, 미국 월가에는 수년 동안 지속적으로 많은 수익을 내는 트레이더와 펀드 매니저들이 있다. 회사를 위해 수천억 원을 벌어주는 이들은 자신의 개인 투자계정을 통해서도 이만한 돈을 벌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그렇지 않다. 적잖은 금융인이 주 무대인 주식이나 채권 같은 금융상품 대신 부동산에 투자한다. 잘나가는 금융인은 세계 여기저기에 부동산을 가진 경우가 많다. 부동산 투자가 최고 수익을 내는 투자라 그럴까. 전혀 그렇지 않다. 엄청난 부동산 보유세와 유지비 등 이것저것 제하고 나면 금융상품보다 수익률이 좋다고 볼 수 없다. 특히 주식보다 현금화하기 어려워 자산 유동성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부동산 투자를 하는 이유는 자신의 특기를 살려 금융상품에 투자하려면 성가신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일단 시작부터 쉽지 않다. 개인투자를 위한 계좌는 회사가 지정한 증권사를 통해서만 열 수 있다. 만약 다른 증권사를 이용하고 싶다면 준법감시인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회사를 옮겼다면 증권 계좌를 새 회사가 정해주는 증권사로 옮겨야 한다. 게다가 그 증권사는 정기적으로 직원들 계좌에 대한 명세서를 해당 회사로 보낸다. 일종의 감시인 셈이다.

30일 보유 규칙

이렇게 증권사 계정을 만들더라도 특정 회사의 주식을 사거나 팔고 싶다면, 회사 시스템을 통해 미리 허가를 받아야 한다. 주식 매매 관련 세부 사항을 시스템에 입력하면 상사가 전자서명을 하고 회사 준법감시인이 전자서명을 한 후에야 주문을 낼 수 있다. 만약 상사가 바빠 서명을 못 했다거나 잊어버렸다면 꽤 기다려야 한다. 주식투자를 하겠다고 상사한테 잊어버린 결재를 요구하기란 쉽지 않다. 월가 금융인도 상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샐러리맨이기 때문이다.

그럼 아내나 자녀 계정으로 주식 매매를 하면 되지 않을까. 미국 금융산업규제기구(FINRA) 규정에 의하면 월가 트레이더는 배우자와 자녀의 투자계정까지 함께 신고해야 한다. 직종과 회사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한데, 30일 보유 규칙(30days holding rule)이라는 것도 있다. 어떤 주식이라도 시스템상 처음 소유한 시간에서 30일 이내에는 팔 수 없도록 한 규칙이다. 이외에도 수많은 규칙이 있다. 이런 규칙들을 만든 이유는 금융 소비자, 즉 고객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월가 금융인도 사람이다. 돈 벌 기회가 바로 눈앞에 있을 때 자기보다 고객 이익을 앞세우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번거로운 데다 회사 눈치까지 봐가면서 개인 계정으로 주식투자를 하는 것은 엄청나게 귀찮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월가 트레이더들은 자신의 투자계정을 대신 관리해주는 PB 등을 고용하기도 한다. 물론 이 역시 보고해야 한다.

월가 투자은행 등은 일반 금융규제 당국이 정하는 법이나 규칙보다 훨씬 더 엄격한 내부 규칙을 만들어 적용하고 있다. 직원들은 이를 준수해야 하고, 이를 어길 시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Ynielsen@skku.edu

<이 기사는 주간동아 2018년 113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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