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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또속’ 하던 사람들 다 어디 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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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또속’ 하던 사람들 다 어디 갔어?

박세준 기자 입력 2018-01-14 15:45수정 2018-01-14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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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utterstock]
가상화폐(암호화폐) 리플을 산 투자자들은 그동안 ‘리또속’(리플에 또 속느냐)이라는 조롱을 참아야 했다. 다른 가상화폐들이 신나게 등락을 반복하는 동안 리플은 갖은 호재에도 가격 변동이 거의 없었기 때문. 하지만 리플 투자자에게 지난 3주간은 천국이었다. 250~300원을 오가던 리플의 개당 가격이 최근 4000원을 웃돌았다. 리플 외에 스텔라루멘, 트론, 이오스 같은 알트코인도 약진하고 있다. 알트코인이란 가상화폐시장을 선도하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약점을 보완해 태어난 가상화폐들을 일컫는 말이다.

1월의 왕, 리플

가상화폐 리플은 지난해 하반기 가격이 급상승해 세간의 눈길을 모았다. ‘Sibos 2016’에 참가한 리플. [리플 공식 트위터]
기자도 ‘리또속’을 외치는 우민 가운데 한 명이었다.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리플을 10만 원어치 구매했다. 당시 큰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가상화폐는 대부분 개당 1만 원을 넘었지만 리플은 개당 300원도 되지 않는, 말 그대로 동전(코인)이었다. 가격이 낮으니 이제 오를 일만 남았다고 판단했다. 기울기는 완만하지만 우상향을 그리던 차트도 그날의 선택에 한몫했다.

이후 가상화폐시장의 호황이 지속됐다. 12월에는 비트코인이 2500만 원 선을 돌파하며 다른 가상화폐들도 크게 요동쳤다. 하지만 리플 가격은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1%가량 손해를 감수하고 처분했다. 리플에서 손을 떼고 1주일 동안에도 리플 가격은 290원 선을 넘지 못했다. 이에 리플에 들어가 ‘존버’(오래 버티기) 하고 있는 친구들을 속으로 비웃던 날들이 있었다.

그러데 12월 말부터 리플 가격이 가파르게 올랐다. 500원 선을 돌파하더니 금세 1000원 고지를 넘어섰다. 1월 11일 기준 리플의 개당 가격은 2500~3000원 선이다. 300원에도 못 미치는 저가 시절의 리플을 꾸준히 믿은 사람은 십수 배의 이득을 본 것.

리플은 비트코인, 이더리움과는 성격이 다른 가상화폐다. 일반적으로 가상화폐시장을 귀금속시장에 비유한다. 공급은 한정돼 있고 수요에 따라 가격이 요동쳐서다. 리플이 그동안 낮은 가격대에 머문 이유도 공급량 때문이었다. 가상화폐 공급량은 대부분 2000만~3000만 개로 처음부터 고정돼 있다. 이 화폐가 한 번에 시장에 풀리는 것도 아니다. 채굴이라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 조금씩 드러나는 방식이다. 가상화폐가 투자수단으로 각광받으면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한 반면, 공급량은 쉽게 늘지 않아 가격이 오른 것이다.

그런데 리플 총생산량은 1000억 개. 다른 가상화폐에 비해 5000배가량 많다. 이 때문에 가상화폐시장에 들어선 순간부터 다른 알트코인에 비해 가격 경쟁력을 갖기 힘들었다. 지난해 3월까지만 해도 리플 가격은 개당 11원에 불과했다.

리플은 시장에 풀리는 방식도 여타 가상화폐와 다르다. 가상화폐가 대부분 복잡한 채굴 시스템을 거치는 이유는 분권화된 화폐를 만들기 위해서다. 즉 가상화폐 개발진이 아니라, 각 채굴자가 화폐를 발굴하는 방식이라 개발자가 맘대로 화폐 발행량을 조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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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리플은 일반 화폐와 마찬가지로 중앙집권 형식을 따른다. 발행된 가상화폐 전량을 개발사인 ‘리플’(회사 이름과 화폐 이름을 구분하고자 시장에서는 가상화폐에 XRP라는 코드명을 붙였다)이 시장에 유통하는 방식이다.

리플, 상용화 가능성은 가장 높아

사람들이 가상화폐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가상화폐가 가진 기술이나 그 기술이 제시하는 미래 때문이다. 일례로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처음 선보여 세간의 눈길을 끌었다. 한편 이더리움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거래나 결제 외에도 계약, 전자투표가 가능한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줘 인기를 끌었다.

리플이 중앙집권형 통화정책을 편 이유도 리플만의 차별성을 갖기 위해서였다. 비트코인이 보안, 이더리움이 확장성에 방점을 찍었다면 리플은 빠르게 실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리플은 처음부터 블록체인 기반의 국제 송금 시스템으로 설계됐다. 현재 은행들은 SWIFT(국제은행 간 통신협정) 네트워크를 통해 해외 송금을 한다. 문제는 이 절차가 너무 복잡하다는 것. SWIFT 절차에 따르면 송금자 → 송금자 거래 은행 → 송금자 거래 은행 대리인 → 수신자 거래 은행 대리인 → 수신자 거래 은행 → 수신자 등 6단계로 송금 업무가 진행된다. 따라서 이 과정 중 한 곳에 문제가 생기면 송금이 기약 없이 지연되거나 수수료가 많이 발생한다.

하지만 리플을 이용하면 빠르고 간편하게 송금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일본으로 돈을 보낼 때 원화를 리플로 환전하고 이를 다시 엔화로 환전하면 된다. 거치는 구간이 짧으니 수수료도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물론 이 같은 송금 간편화는 대다수 가상화폐가 갖는 특징이다. 하지만 리플은 송금 편의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가상화폐인 만큼, 그 속도가 경쟁 화폐들에 비해 훨씬 빠르다. 비트코인의 경우 거래 명세가 전부 각각의 코인에 기록된다. 일례로 비트코인은 원화 → 비트코인 → 외화 과정을 거쳐 10만 원을 송금하는 데 1시간 남짓 걸린다.

당초 비트코인을 개발할 때 보안상 이유로 거래 명세를 저장하는 블록의 크기를 1MB로 작게 잡았다. 이에 거래량이 늘어난 지금에 와서는 용량 문제로 거래 시간이 길어진 것. 이후 등장한 이더리움은 블록체인 기술을 개선해 거래 시간을 2분으로 대폭 줄였다.

리플 대표 개발자인 제드 맥캘럽(오른쪽). 퇴사 후 2014년 새로운 가상화폐 스텔라루멘을 개발했다. [스텔라재단 : 공식 홈페이지]


가격 1000% 상승 원인은

하지만 리플을 이용하면 4초 만에 송금이 가능하다. 빠른 시간에 송금할 수 있으니 리플 가격의 변동도 거래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리플의 이 같은 장점은 특유의 블록체인 적용 방식 덕분이다. 대다수 가상화폐는 발행된 화폐 전체에 블록체인이 적용된다. 리플은 은행 등 대표자 사이에만 블록체인을 구축한다. 거칠게 설명하면 써야 하는 장부의 수가 적으니 일반 가상화폐에 비해 거래 속도가 빠르다. 게다가 블록체인으로 거래 명세가 저장되니 일반 은행 송금처럼 송금 절차를 확인할 필요 없이 즉각 처리가 가능한 것.

리플은 거래 속도를 빠르게 하는 가상화폐인 만큼 기존 금융시장에서도 비교적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추세다. 지난해 11월에는 아메리칸익스프레스가 ‘산탄데르(Santander) UK’의 영국 기업고객과 자금을 송금할 때 리플을 통한 블록체인 결제를 도입했다고 전했다. 일본 금융지주회사 SBI홀딩스와 자회사 SBI리플아시아도 일본 신용카드 회사들과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컨소시엄을 발족해 호재가 더해졌다. 국내시장에서도 지난해 12월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리플을 이용한 송금이체 실험에 들어간다고 알려졌지만 같은 달 말 정부 규제가 강화되면서 없던 일이 됐다.

높은 상용화 가능성이 리플 가격 상승에 불을 붙인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국내은행과 협약을 맺을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280~300원에 머물던 리플 가격이 1000원 가까이 올랐다. 하지만 투자자 사이에서는 리플 가격 폭등에 다른 원인도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리플 가격 상승의 1등 공신으로 꼽히는 것은 공급량 조절이다. 리플 측에서 ‘그동안은 발행한 리플을 전부 판매했지만 12월 말부터는 발행된 리플(XRP) 중 550억 개를 한 번에 시장에 풀지 않고 한 달에 10억 개씩 발행하겠다’고 발표한 것. 이 경우 리플이 전부 시장에 풀리는 데 4년 반의 시간이 걸린다. 공급량이 갑자기 대폭 줄어 가격이 급등했고, 급등한 가격을 보며 다시 리플에 투자하는 사람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공급량 조절 이후 리플 가격은 1월 초 국내 거래소에서는 4000원 선에 거래되기도 했다. 1월 11일 국내 가상화폐거래소 빗썸 기준 리플 가격은 2000원대 후반이다. 가격 폭등과 이에 따른 투자자 증가로 리플은 현 거래액으로는 이더리움을 바짝 뒤쫓고 있다. 국제 가상화폐 정보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리플은 1월 10일 기준 시가총액 약 800억 달러(약 85조7000억 원)로 4위인 비트코인 캐시(약 400억 달러)와 비교해 2배 이상을 기록했다.

리플 가격이 오르자 리플과 유사한 기능을 가진 가상화폐도 각광받고 있다. 리플 개발자였던 제드 맥캘럽이 퇴사 후 2014년 만든 ‘스텔라루멘(XLM)’이 대표적이다. 리플과 달리 비영리단체 ‘스텔라재단’에서 운용하는 가상화폐로, 리플이 기업 간 자금 송금을 편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스텔라루멘은 개인 간 자금 거래를 쉽게 하고자 만들어진 화폐다. 현재 코인마켓캡 기준 시가총액 10위에 올랐다. 리플 시스템을 개선해 만든 만큼 머지않은 미래에 시장에서 이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리플의 급성장으로 알트코인시장 자체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 투자자 사이에서는 2017년 하반기 호황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거대 가상화폐가 이끌었다면 2018년 상반기 호황은 동전주로 불리던 알트코인에서 시작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코인마켓캡 시가총액 기준 비트코인, 이더리움, 비트코인 캐시, 라이트코인(각각 1, 2 , 4, 7위)을 제외하면 대부분 10달러 미만인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알트코인이다. 최근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알트코인은 이더리움의 분산형 계약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가상화폐들이다.
[shutterstock]

리플發, 알트 호황

대표적인 예로 ‘트론(TRX)’과 ‘이오스(EOS)’가 있다. 특히 트론을 발행한 중국계 개발자 저스틴 선이 가상화폐계 큰손인 우지한 비트메인 최고경영자(CEO)와 친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2원가량에 거래되던 트론은 지난해 12월 40원으로 상승했고, 1월 5일에는 290원(코인네스트 기준)까지 올랐다. 최근 IPFS와 파일코인 등 다른 알트코인의 백서를 표절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며 가격이 20%가량 떨어지긴 했으나 코인마켓캡 기준 시가총액 10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비트코인 기반의 ‘모네로’도 각국 가상화폐거래소에서 인기 코인으로 꼽힌다. 모네로의 가장 큰 장점은 익명성. 비트코인으로 이뤄진 거래는 거래 명세 추적이 가능하지만, 모네로는 크립토노트(Criptonote)라는 시스템을 사용해 추적이 어렵다. ‘퀀텀’은 리플 이후 악명이 높아진 코인이다. 최근 리플이 급성장하자 ‘리또속’ 대신, ‘퀀또속’ ‘큐또속’(퀀텀은 큐텀으로도 불린다)이라는 말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다른 알트코인이 급등하는 상황에서도 퀀텀은 7만~8만 원대에서 횡보하고 있어 붙은 별명이다. 하지만 퀀텀 역시 리플과 같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투자자도 일부 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장점을 결합해 만든 가상화폐인 만큼 추후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같은 기대 때문인지 1월 7일에는 국내 가상화폐거래소에서 퀀텀이 개당 12만 원대까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9일에는 다시 8만 원대에서 횡보 중이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12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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