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을 위한’ 中당대회 D-1, 인민대회당 12km 밖 헬스클럽 휴업… 유치원 소풍도 막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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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공산당 당대회 18일 개막]베이징 통제-경비 강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 2기 권력구조와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개막(18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 대회에서는 당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 7명의 명단이 발표되고, 시 주석에게 권력이 얼마나 집중될지가 판가름 난다. 행사에 맞춰 중국 언론은 시 주석이 젊은 시절을 보낸 산골 마을을 성지화하는 우상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비가 삼엄해진 베이징에서는 헬스클럽이 대회 기간에 문을 닫고, 일부 대학 학과들의 홈페이지는 폐쇄되는 등 사회 통제 조치가 대폭 강화됐다.》

18일 개막하는 19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앞두고 중국 정부가 과거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사진)이 하방(下放)됐던 산골 마을을 혁명 성지로 만들고 있다. 마오쩌둥(毛澤東) 시대의 개인 숭배를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이 중국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관영 매체들은 산시(陝西)성 옌안(延安)시 옌촨(延川)현의 산골 마을인 량자허(梁家河)촌을 조명하고 있다. 시 주석은 문화대혁명 당시 15세 나이로 이곳에 하방돼 7년의 시간을 보냈다. 하방은 마오쩌둥이 “농촌에서 배우라”며 지식인을 농촌으로 보낼 때 썼던 말이다. 시 주석이 살았던 토굴과 사무실 등이 인기 관광지가 됐다. 미국의 소리(VOA) 중문판은 “시 주석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곳이 혁명 성지가 됐다”며 “마오쩌둥 시대에 이런 숭배 방식이 절정기였지만 이후 덩샤오핑(鄧小平)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 시대에 점차 잠잠해졌다”고 지적했다.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百度)는 아예 량자허를 파노라마 증강현실(AR) 방식으로 볼 수 있는 온라인박물관을 만들었다. “량자허, 마음을 남겨놓고 온 곳”이라는 소개로 시작해 “시 총서기(시 주석의 당 직책)가 황토고원의 보잘것없는 산골마을에 와 잊을 수 없는 7년의 지식청년 시간을 보냈다”는 안내가 이어진다.


당 대회가 열리는 인민대회당이 있는 베이징(北京)에선 삼엄한 통제와 경비가 펼쳐지고 있다. 시내 중심가와 골목에 붉은색 완장을 찬 보안요원이 300∼400m 간격으로 늘어섰고, 인민대회당 옆 톈안먼(天安門) 광장에 무장 경찰들이 집중 배치됐다. 베이징 중심가의 주요 도로 통제도 시작됐다. 베이징으로 오는 기차 승객들에 대한 검색이 강화됐고, 상하이(上海)에서는 안면인식기를 통과해야 기차를 탈 수 있다고 관영 글로벌타임스가 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인민대회당에서 12km 떨어진 곳에 있는 한 헬스클럽은 “당 대회 기간 문을 닫으라”는 지시를 받았다. 인민대회당에서 6km 떨어진 유치원은 당 대회 때문에 5세 어린이들의 공원 소풍이 취소됐다고 학부모들에게 통지했다. 베이징의 한 거주 지역은 당 대회 안전을 보장한다는 이유 하에 가정 내 내부 인테리어 공사까지 중단해야 했다. 온라인으로 칼과 가위 상품을 파는 것도 금지됐고 베이징의 많은 대학 학과들의 홈페이지는 당 대회가 열리는 2주간 잠정 폐쇄됐다고 FT는 전했다. 당 대회와 관련한 부정적인 댓글을 올리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6일 복수의 당 관계자를 인용해 시 주석이 이번 당 대회에서 2049년까지 국민 생활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 강대국을 만들겠다는 ‘신(新)국가비전’을 선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마오쩌둥의 ‘건국’, 덩샤오핑의 ‘경제발전’에 이은 장기목표를 제시해 자신을 두 지도자에 버금가는 반열에 올려놓으려 한다는 것이다.

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중국#공산당#시진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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