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與 “개발독재 미화 더는 안돼” 野 “개도국에 성장모델 전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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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개발 패러다임’ 전환 논쟁
국제개발협력 문구 놓고 충돌… 與 ‘개발경험 공유 확대’ 삭제 추진
새마을운동 등 개도국과 공유 제동… 野 “박정희정부 지우려는 속셈”

“밤새워 타이밍약(각성제) 먹고 일하며 독재를 감수해 경제발전 시키는 게 과연 좋은 모델이냐?”(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

“개발도상국의 로망이 되는 나라가 대한민국인데, 스스로 역사를 지우겠다는 건 이상한 일이다.”(자유한국당 유기준 의원)

한국의 경제개발사를 둘러싸고 1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여야 의원들이 충돌한 광경이다. 동아일보가 법안심사소위 속기록 및 자료를 25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여야는 ‘개발경험 공유의 확대’를 규정한 국제개발협력기본법 4조의 문구를 놓고 열띤 논쟁을 벌였다. 이 조항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추진된 공적개발원조(ODA) 새마을운동 국제화 사업 및 경제발전 경험 공유 사업(KSP)의 근거로, 향후 논란이 전·현 정권 간에 치열한 경제개발 패러다임 전환 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 민주 “개발독재의 국제화 안돼”

논쟁은 국회 외통위 간사인 민주당 김경협 의원과 이인영 의원 등 여당 의원들이 지난달 말 국제개발협력의 기본원칙을 열거한 국제개발협력기본법 4조 중 ‘개발경험 공유의 확대’ 항목을 삭제하는 법안을 발의하면서 시작됐다.

법안심사소위에서 이 의원은 “개발경험이 특정화되거나 도식화·일방화되는 것은 좋지 않다”면서 “선의를 가지고 (전파)하더라도 (개도국의 독재 정당화 등) 국내 정치에 활용되거나 악용돼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삭제를 촉구했다. 특히 그는 “지금은 굶더라도 나중에 잘살 수 있다면 노동 여건이 안 좋고 민주주의가 지금 안 되더라도 괜찮다는 것은 철학적으로도 꼭 정당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박정희 정부의 국가주도 개발독재의 역사를 지난 보수 정권에서 ‘한국형 경제성장 모델’로 규정해 새마을운동 관련 ODA 및 KSP에 활용한 것은 역사의 미화이고 왜곡이라는 주장이다.

김경협 의원은 “기획재정부가 집행해 온 경제발전경험 공유 사업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 사업과도 중복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까지도 지원하는 등 필요성이 거의 없는 사업”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한국당 유 의원은 “외국에서 우리의 개발경험을 배우겠다는 건 ‘개발독재’를 배우자는 게 아니라 단기 성장이라는 긍정적인 면을 셰어링(공유)하겠다는 것”이라며 “정권이 바뀌자마자 법안에 있던 문구를 삭제하자는 것은 그 자체도 뭔가 이상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의 개정안 발의 역시 문재인 정권 차원의 ‘박정희·박근혜 지우기’가 아니냐는 것.

여야는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논의를 계속하기로 했고, 회의에 참석한 외교부와 기재부 측은 대안을 마련키로 했다.

○ MB·박근혜 때 급성장한 KSP 사업

국제개발협력기본법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제정됐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한국의 성장 경험을 담은 모델을 개도국에 전수하자”며 ‘한국형 ODA’를 기획해 수백억 원의 사업으로 성장시켰다.

그러나 민주당이 ‘개발독재의 국제화’ 문제 등 여러 이유로 제동을 걸며 논란이 이어져 왔다. 김경협 의원은 경제발전경험 공유 사업과 관련해 △유엔이 채택한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에서 규정한 ‘지식공유(Knowledge Sharing)’ 개념을 자의적으로 ‘경제발전경험 공유’로 변질시켰다는 점 △국가별로 배정된 수석고문의 70% 안팎을 경제부처 퇴직 관료가 차지해 기재부의 ‘제 식구 챙기기’ 사업이 됐다는 점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개발독재#미화#경제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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