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노동계에만 양보 강요하지 말고 노블레스 오블리주 먼저 실천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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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인터뷰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이 18일 서울 영등포구 노총회관 집무실에서 새 정부의 노동 정책과 노동 현안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이 18일 서울 영등포구 노총회관 집무실에서 새 정부의 노동 정책과 노동 현안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올해 1월 당선된 김주영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장(56)은 투쟁보다 협상을 강조하는 온건파로 분류된다. 전국전력노조위원장이던 2004년 끊임없는 협상으로 한국전력 정규직의 임금 양보를 유도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투쟁을 해야 할 때는 누구보다 앞장섰다. 김대중 정부 시절 ‘전력 민영화’를 막아냈고, 박근혜 정부 때는 삭발까지 불사하며 성과연봉제 저지 투쟁에 앞장섰다. 특히 ‘노동 존중 사회’를 내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김 위원장의 영향력은 더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서울 영등포구 노총회관에서 만난 김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100일에 일단 합격점을 주면서도 “노동계한테만 양보를 강요하지 말라”며 “지도층과 많은 부(富)를 가진 사람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먼저 실천하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저임금 인상과 정규직화로 신규 채용이 감소할 거라는 주장이 있다.

“전적으로, 전혀 동의할 수 없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은 정부가 규제와 예산으로 정원을 통제하면서 기형적으로 늘어났다. 꼭 필요한 직무라서 정규직화한다고 일자리가 줄지는 않는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내수가 살면 일자리도 살아나는 선순환 구조가 될 수도 있다. 최저임금과 청년 일자리가 두 마리 토끼라면 모두 잡아야 한다. 어느 하나 포기할 수 없는 가치다.”

―문재인 정부의 100일을 평가한다면….

“노동 정책은 잘해오고 있다. 보수 정권과 달리 새로운 시각에서 노동 문제에 접근하려는 노력들이 보인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제일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근로시간 단축, 2대 지침 폐기, 비정규직 해결이 시급하다. 비정규직 문제는 노조와 같이 전환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근로시간 특례도 어쩔 수 없는 업종을 제외하고는 전부 폐기하는 게 맞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노사정(勞使政) 협의체도 필요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정(勞政) 협상도 필요하다.”

―어떤 협상을 원하는가.

“노동 정책은 물론이고 사회 정책까지 정부가 중요한 결정을 하기 전에 노동계와 협의할 채널이 있어야 한다.”

―아직 공석인 노사정위원장으로 어떤 사람이 와야 하나.

“대통령의 생각을 바꿔낼 수 있는 힘 있는 사람이 와야 한다. 사용자에 치우친 ‘기울어진 운동장’ 구조를 개선하고 지침 폐기 등이 선행돼야 노사정위에 복귀할 수 있다.”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에 대한 생각은….

“사용자들이 통상임금 범위가 커지는 걸 회피하려고 기본급은 낮게 하고 수당 성과급 등 ‘혹’을 많이 붙여 누더기 임금체계가 됐다. 임금체계를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한 다음 산입 범위를 조정하는 게 순서다.”

―양대 노총이 청년, 비정규직을 대표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다.

“그래서 오스트리아처럼 노동회의소를 설립하자고 주장해 왔다. 노조에 가입하지 못한 사람들을 우선 보호하기 위한 차원이다.”

―성과연봉제가 폐지됐다. 공공부문의 비효율을 그대로 둘 것인가.

“공공부문이 비효율적이라는 건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일종의 ‘프레임’이다. 호봉제는 젊을 때는 적게 받고, 가족을 부양하고 노후를 준비할 때는 많이 받는 생애 맞춤형 임금체계다. 일본도 성과연봉제로 갔다가 호봉제로 돌아온 기업이 많다. 임금체계는 노사가 알아서 해왔다. 정부가 개입하지 말고 전적으로 노사에 맡길 문제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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