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에 갇힌 여성 구조 요청에 아파트 관리소장 “문 망가진다”며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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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8월 18일 11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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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 갇힌 40대 여성이 구조를 요청했지만 문이 파손될까 우려한 관리소장이 119에 구조를 미뤄달라며 만류해 여성이 실신 직전까지 가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18일 부산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7시쯤 부산 남구의 한 아파트에서 40대 여성 A씨가 승강기에 탑승하자마자 문이 닫히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A씨는 아들과 친정어머니와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낸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친정어머니와 아들은 자전거를 끌며 A씨의 뒤를 따랐고 A씨가 먼저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A씨가 엘리베이터에 탄 순간 문이 닫혔고 뒤따라오던 친정어머니와 아들은 탑승하지 않았다.

A씨는 곧바로 비상벨을 눌러 관리사무소에 구조를 요청했다. 8분 뒤 아파트 보안요원이 출동해 문을 열려고 시도했지만 이는 실패로 끝났다. A씨는 직접 119에 구조를 요청했고 또다시 8분 뒤 119 대원이 도착했다. 119 구조대원이 손으로 약 15cm의 문을 개방했지만 이후 열리지 않아 장비를 동원해 강제 개방을 하려했다. 그러나 관리소장은 강제 개방 시 엘리베이터 문이 파손될 것을 우려해 수리업체에 연락했으니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구조대원을 막았다.

열리지 않는 문에 속을 태우며 기다리던 A씨는 다시 남편에게 연락했다. 현장에 도착한 남편은 관리소장과 구급대원에게 ‘모든 피해는 책임지고 변제 하겠으니 문을 열어달라’고 강력히 호소했고 이에 구급대원은 문을 강제 개방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구급대원에 따르면 구출된 A씨는 과호흡의 흥분된 상태였다. 곧바로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고 현재 남편의 살핌 속에 치료받는 중이다.

구급대원은 “문이 조금 열려있어 내부 상황 파악이 가능했고 피해자와 이성적인 대화도 나눌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 외관상 추락의 위험도 없는 것으로 파악해 관리소장의 요청에 따라 수리업체를 기다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문이 파손되는 경우 재산권 침해 문제도 있고, 119의 경우 이러한 문제로 민사소송을 겪기도 해 관리소장의 말을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경찰은 관리소장이 구조를 막은 행위가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관리소장은 “민간인인 내가 구급대원을 몸으로 막은 것도 아니고 말로 기다려 달라고 요청했을 뿐이다. (119대원이) 공권력을 행사했으면 됐는데 (행사하지 않았을 뿐) 내가 책임을 물 이유는 없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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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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