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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가뭄 지나니 최악 물난리… 올 농사 끝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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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가뭄 지나니 최악 물난리… 올 농사 끝났어”

장기우기자 , 김배중기자 입력 2017-07-18 03:00수정 2017-07-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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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 피해 충북지역 르포
진흙투성이 화훼 비닐하우스… 허망한 農心 17일 충북 증평군 보강천 근처 화훼농가 비닐하우스에서 한 농민이 진흙투성이가 된 화분을 정리하고 있다. 15일부터 이틀간 보강천 일대에는 227.3mm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피해가 속출했다. 증평=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처음 겪는 일이라 어제는 실감이 잘 안 났는데 오늘 망가진 수박을 보니 마음이 찢어지네. 올해는 다 끝났어….”

충북 진천군 덕산면 기전리에서 20년째 남편과 수박농사를 지어온 성모 씨(52·여)는 17일 처참히 망가진 비닐하우스를 뒤로한 채 먹구름 가득한 먼 하늘만 바라봤다. 지난달 중순 하우스 8개 동 4960m²에 수박묘목 3000포기를 심었다. 지난주 꽃이 피어 벌통을 넣고 수정작업을 해 한창 열매가 달렸다. 그러나 한 달 뒤 수확할 꿈은 수마(水魔)가 앗아갔다. 15, 16일 200mm를 훨씬 넘는 물 폭탄을 맞은 충북 도내 곳곳에서는 이날 새벽부터 폭우의 참상을 지우려는 손길로 분주했다. 그러나 유례가 드문 봄 가뭄을 견뎌낸 농촌은 최악의 비 피해로 허망해진 농심만 가득했다.

성 씨 부부의 비닐하우스는 전날 오전 인근 개천 둑이 터지며 들어찬 물이 어른 허벅지 높이까지 차올랐다. 수박묘목은 모두 잠겼다. 이날 오후에서야 물이 빠졌지만 하우스 안은 진흙밭이나 다름없었다.

청주시 상당구 월오동 9900m² 논에서 벼농사를 짓는 박장순 씨(48)는 이날 오전부터 포클레인으로 무너진 둑과 끊어진 농로를 이었다. 박 씨는 “양수기까지 동원해 물을 줘가며 봄 가뭄을 견뎠는데 이번 폭우로 허사가 됐다. 1년 농사를 망쳤다”며 울먹였다.

도심인 흥덕구 석남천의 다리는 물이 빠지면서 상류에서 떠내려 온 잔해만 가득했다. 인근 신시가지 주택가와 상가에서는 주민들이 거리의 쓰레기와 진흙을 치우느라 땀을 흘렸다. 집 밖에 내놓은 물 먹은 가재도구와 주방용품 등이 거리 곳곳에 쌓였다.

모충동 저지대에서 5년째 인쇄소를 하는 안모 씨(51)는 “침수된 인쇄기계들이 모두 못 쓰게 돼 생계가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인근 문방구 주인 김모 씨(47·여)는 “주민센터에 신고를 했는데 피해 품목을 적어두라고만 하더라”며 발을 동동 굴렀다.

22년 만에 290mm가 넘는 비가 쏟아진 청주시에서는 안일한 대처가 초래한 인재(人災)라는 얘기도 나왔다. 흥덕구의 채소가게 주인 황모 씨(46)는 “(16일) 오전 7시경부터 물 폭탄이 쏟아졌는데 시에서는 별다른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안전에 유의하라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는 한 시간이나 지나서 왔고, 재난방송은 오전 10시에야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전날 충북 괴산에서 실종된 주민 2명이 이날 숨진 채 발견되면서 충북에서만 4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 특히 충북도 도로관리사업소 도로보수원 박모 씨(50)는 전날 오전 6시부터 청주시 오창읍에서 도로 보수작업을 하다 쓰러져 숨졌다. 청주와 괴산 등 6개 시군에서 주택 457채가 침수되거나 반파됐다. 농경지 2989ha가 침수 등의 피해를 봤다.


조운희 충북도 재난안전실장은 “최종 피해 규모는 지금보다 2∼3배 정도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충북도는 이날 청주를 찾은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청주시와 증평군, 진천군, 괴산군 등 4개 시군에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건의했다.

청주=장기우 straw825@donga.com / 진천=김배중 기자
#가뭄#물난리#침수#충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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