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주도 대신 부처별 조사 거쳐 적폐청산 나서기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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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회의 
시작 시간인 오후 2시에 임박해 회의장에 들어온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왼쪽에서 두 번째)을 바라보며 웃고 있다. 문 대통령은 임 
실장을 향해 “이 자리(비서실장이 주로 앉는 대통령 오른쪽 자리)에 못 앉는 분들이 많아요”라며 농담을 했고, 일부 참모진은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늦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회의 시작 시간인 오후 2시에 임박해 회의장에 들어온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왼쪽에서 두 번째)을 바라보며 웃고 있다. 문 대통령은 임 실장을 향해 “이 자리(비서실장이 주로 앉는 대통령 오른쪽 자리)에 못 앉는 분들이 많아요”라며 농담을 했고, 일부 참모진은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방산비리와 부정부패 척결 의지를 강조하면서 취임 두 달여 만에 ‘적폐청산’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대선 1호 공약이었던 ‘적폐청산특별조사위원회’는 별도로 설치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적폐청산 개념은 유지하되,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를 담당하는 등 부처별로 담당 분야의 적폐를 조사해 검찰 수사나 감사 의뢰 등 후속 조치를 취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나아가 반부패 제도화를 위한 카드로 주요 권력기관장 등이 모두 참여하는 ‘매머드급’ 기관인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반부패협의회) 부활을 꺼내들었다.

○ 적폐청산특위 설치 않기로 가닥

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를 열고 “부정부패 척결과 방산비리 근절은 새 정부를 탄생시킨 국민들의 간절한 여망”이라며 “대통령 주재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를 복원해 국가 차원의 반부패 정책을 추진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설치된 반부패협의회는 당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었던 문 대통령이 신설을 주도했던 기구다. ‘부패 청산’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추진한 노무현 정부에서 반부패협의회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국가정보원 부패척결 태스크포스(TF) 구성 등 굵직한 현안들을 결정하는 핵심 조직이었다.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 금융감독원장,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참여하고, 국정원장 등이 배석하는 사실상 사정기관 최고 협의체였다.

이에 따라 반부패협의회가 적폐청산의 사실상 전체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각 부처와 사정기관들이 조사한 결과 나온 부정부패 사건들을 보고받고 반부패협의회가 이를 방지할 제도 개선안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적폐청산특위를 통해 청와대가 직접 부정부패 척결을 주도하지 않는 대신 적폐의 뿌리를 뽑는 역할을 맡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반부패협의회는 방산비리 조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국방개혁과 검찰개혁 등 권력기관 개혁을 구상하는 협의체 역할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국정원장의 참여를 놓고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반부패협의회가 직접 조사에 나서는 것은 아닌 만큼 적폐청산특위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며 “반부패협의회는 적폐 관행을 막기 위한 제도적 방안을 내놓는 데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직 결론이 난 것은 아니다”면서도 “적폐청산특위를 구성해 조사를 진행하다 보면 중복조사 우려와 함께 청와대가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반발과 우려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사정 드라이브 예고

반부패협의회의 첫 과제로 방산비리를 꼽은 것도 이 기구가 적폐청산의 컨트롤타워를 맡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방산비리는 문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부터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이른바 이명박 정부의 ‘4자방(4대강 비리·자원외교·방산비리)’과 박근혜 정부 ‘적폐’의 공통분모에 해당한다. 청와대가 주도하는 반부패협의회 부활로 전(前) 정부가 남긴 적폐의 뿌리를 뽑아내 촛불시위로 탄생한 정권의 정통성을 다지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이날 회의에서 “반부패협의회는 국가청렴도지수와 반부패지수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며 “그런데 다음(이명박) 정부에서 중단되면서 부정부패가 극심해졌다”고 직접 전 정부를 겨냥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반부패협의회 구성을 위해 조만간 훈령 개정 작업 등 후속 실무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원래 부정부패 없는 대한민국은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과 한 최우선 약속이었던 만큼 정부 출범 초기 강력한 의지 천명이 필요하다”며 “대통령 주재의 반부패 컨트롤타워를 복원하는 것은 국민의 체감도를 높이는 데도 효율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청와대#적폐청산#문재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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