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하원 “주한미군 감축 의회승인 받아라”… 트럼프 협상카드 봉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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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비핵화 협상]“2만2000명 미만으로 못 줄여”
하원 군사위, 국방수권법 수정안… 찬성 60-반대 1 압도적 표차 채택
하원 본회의-상원도 통과 유력

북-미 정상의 한반도 비핵화 담판을 앞두고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가 현재 2만8500명 수준인 주한미군을 의회 승인 없이 2만2000명 미만으로 줄일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이후 주한미군 감축 문제를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의회가 대(對)한반도 방위공약을 지키기 위해 견제에 나선 것이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7080억 달러(약 761조 원) 규모의 2019회계연도 국방수권법 수정안(H.R.5515)이 9일(현지 시간) 하원 군사위원회를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했다. 찬성은 60표, 반대 1표였다.

당초 원안에는 주한미군 2만2000명 하한선 조항이 없었으나 민주당의 루번 가예고 의원(애리조나)이 추가했다. 가예고 의원실은 “동맹국들에 대한 안보 유지 목적 외에도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의 협상에서 주한미군 감축을 협상 카드로 이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이 같은 조항을 추가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한선 설정 이유에 대해선 “현재 주한미군 규모는 2만3400명에서 2만8000명 사이를 오르내린다”며 “행정부에 충분한 재량권을 제공하기 위해 2만2000명을 최소 수준으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이 트럼프 행정부의 독단적 결정을 막기 위해 주한미군 하한선 조항을 국방수권법안에 포함시켰으나 공화당에서도 별다른 반대가 없어 하원 본회의에 이어 상원 통과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원을 모두 통과해 법률로 확정되면 의회 승인 없이는 주한미군을 크게 감축할 수 없게 된다. 만약 주한미군을 2만2000명 미만으로 줄이려면 미국의 국가안보 이익에 부합하며 지역의 동맹 안보를 심각하게 저해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국방장관이 상·하원 군사위와 세출위에 증명해야 한다. 최근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의 주한미군 관련 포린어페어스 기고와 뉴욕타임스의 ‘주한미군 감축 검토 지시설’이 잇따라 보도되면서 주한미군 감축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이번 국방수권법안은 영원히 효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이 법안은 미국 정부의 2019년 회계연도가 종료되는 내년 9월까지만 유효하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의 협상 카드로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을 검토하지 못하게 하는 안전장치 역할은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1년 3개월이 되는 내년 9월이면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정상국가화 이행에 대한 신뢰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기여서 해당 법안의 연장 여부를 다시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선 국방수권법 수정안이 오히려 향후 주한미군을 6500명가량 감축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한국군 관계자는 “주한미군 규모는 현재도 일부 부대의 순환배치 과정에서 5000명가량의 편차가 수시로 발생한다”며 “미 하원이 주한미군을 현 수준에서 유지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적잖은 전문가들은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바뀌고, 북-미 수교까지 이뤄질 경우 어떤 방식으로든 주한미군의 임무와 규모에 변화가 올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 주성하·손효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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